저는 지금 만 40대입니다. 7년 전에는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회사 월급만으로 가족의 미래를 전부 준비하기에는 늘 마음 한쪽이 불안했습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들어갈 돈은 많아질 것 같았고, 언젠가는 조금 더 든든한 기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도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쪼개 개인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작은 물건을 판매했습니다. 퇴근하면 저녁을 급하게 먹고 상품을 등록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밤늦게 포장할 물건을 정리했습니다.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도 틈이 나면 거래처를 알아보고 재고를 확인했습니다. 잠이 부족해도 “지금만 조금 더 고생하면 나중에는 가족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어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새 7년이 됐습니다.
사업은 아주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같은 상품을 더 낮은 가격에 파는 곳이 늘었고, 광고비는 오르는데 주문은 예전만큼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재고는 쌓이고 거래처 단가는 올라갔습니다. 회사에서는 맡는 일이 많아지고, 퇴근 뒤에는 사업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사장으로 살다 보니 온전히 쉬는 시간이 없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더 버티면 다시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출이 떨어지면 상품을 더 찾아보고, 광고를 바꾸고, 상세페이지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주문이 늦어지면 밤이라도 포장을 했고, 고객 문의가 오면 바로 답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문 알림이 울리는 것조차 반갑지 않았습니다. 주문일 수도 있지만 반품이나 항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휴대폰 화면을 보는 일이 점점 무서워졌습니다.
결국 계속 끌고 가는 것보다 사업을 정리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뒤가 더 힘들었습니다. 남은 재고를 처리해야 하고, 거래처에 사정을 설명해야 하고, 정산과 세금 문제도 확인해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것을 하나씩 끝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버거웠습니다. 사업을 접는다고 결정하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잘못 판단한 건 아닐까’, ‘조금만 더 버티면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매일 반복됐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창고에 남은 상자를 정리하던 날입니다. 예전에는 주문이 많이 들어오기를 기대하며 쌓아둔 물건들이었는데, 그날은 전부 제 실패처럼 보였습니다. 평일에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사업 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집에 오면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도 누워 있으면 불안해서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봤습니다. 잠이 들어도 새벽에 깨면 재고 금액과 카드 결제일이 떠올랐고, 아침에는 출근과 사업 정리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집에서도 달라졌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도 제대로 듣지 못했고, 아내가 산책하자고 하면 피곤하다며 거절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정작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제 마음은 늘 다른 곳에 가 있었습니다. 한 번은 아이가 사소한 실수를 했는데 너무 크게 화를 냈습니다. 아이가 조용해진 모습을 보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실감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아내에게 “사업을 정리하는 것도 무섭지만, 내가 이렇게 계속 사는 게 더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제가 모든 문제를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정리할 일을 한꺼번에 붙들고 있지 않으려 했습니다. 세무사에게 필요한 절차를 상담받고, 거래처 연락도 하루에 처리할 분량을 정했습니다. 재고도 무조건 제 힘으로 다 해결하려 하기보다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회복을 위해서는 생활 리듬부터 다시 잡으려 했습니다. 밤에는 사업 관련 연락을 보지 않는 시간을 정했고, 하루에 꼭 해야 할 일도 세 가지 정도만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덜 하는 것 같아서 불안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해야 실수가 줄고 마음도 조금 덜 흔들렸습니다. 잠이 계속 안 오고 가슴 답답함이 심한 날에는 상담도 받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꺼내놓고 나니, 사업을 정리하는 일이 곧 제 인생 전체의 실패는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기분이 특히 울적한 날에는 컴퓨터를 덮고,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어쿠스틱 카페의 ‘Some Day My Prince Will Come’을 들었습니다. 백설공주 주제곡으로 알려진 곡인데, 잔잔한 피아노와 현악기를 듣고 있으면 당장 답을 내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을 잘되게 만들기 위해 시작한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정리하면서 제 마음도 같이 돌봐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업 정리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고, 회사 일도 계속해야 해서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퇴근 뒤에 아이와 잠깐이라도 걷고, 주말 하루만큼은 사업 관련 화면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든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마음이 생기니 조금 숨이 쉬어졌습니다.
혹시 저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가족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기력해지고, 연락 하나 받는 것도 겁나고, 내가 전부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업을 정리하는 일은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품었던 꿈과 생활을 내려놓는 일이어서 더 지칠 수 있습니다. 혼자 견디기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상황을 말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 자기 자신부터 지켜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