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자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좀 쓰입니다. 무슨 큰일이 있다고 직접 말한 것도 아니고 저한테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부모 눈에는 보이는 게 있잖아요. 예전보다 말수가 줄었다거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있다거나, 연락을 해도 대답이 짧을 때가 있고요.
그렇다고 무슨 일 있냐고 계속 물어보기도 그렇더군요. 처음에는 그냥 한두 번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하면 거기서 더 묻기가 어렵더라고요. 괜찮다고 하는 사람한테 부모라는 이유로 자꾸 캐묻는 것도 결국 참견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젊었을 때를 생각하면 부모님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싫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고 싶은데 옆에서 자꾸 어떻게 되고 있냐,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물으면 걱정해서 그러는 줄 알면서도 듣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저도 되도록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부모 입장이 되고 보니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자식이 아무렇지 않게 지내면 저도 신경을 덜 쓸 텐데 뭔가 힘들어 보이니까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그래도 부모니까 한 번 더 물어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도움이라는 것도 참 애매합니다. 자식 입장에서는 그냥 자기 힘으로 해결해보고 싶은 일일 수도 있는데 제가 나서서 이것저것 말하면 오히려 부담만 줄 수 있잖아요. 저한테는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듣는 쪽에서는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제가 살아온 경험을 기준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 게 낫다, 너무 고민하지 마라,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니다 같은 말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가 살아온 때와 지금 자식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많이 다르니까 제 경험이 꼭 답이라고 할 수도 없겠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말을 들으면 속으로 답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정말 힘든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 왜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후회할 것 같거든요.
부모가 되어 보니 참 이상합니다. 어릴 때는 다치지 않을까, 밥은 잘 먹나, 학교에서는 별일 없나 하나하나 챙기는 게 당연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챙기는 것과 간섭하는 것 사이에 선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선이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네요.
자식이 다 컸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야 하고 실패든 어려움이든 스스로 겪어야 하는 것도 있겠지요.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부모 마음이라는 게 머리로 생각한 대로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연락이 평소보다 뜸하면 무슨 일이 있나 싶고, 목소리에 힘이 없으면 또 마음에 걸립니다. 그렇다고 매번 괜찮냐고 물으면 자식도 피곤할 것 같아서 그냥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또 괜히 한 번 물어볼 걸 그랬나 싶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고민하는 것도 그 부분입니다. 자식이 먼저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주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부모니까 힘들어 보일 때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자식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겠지요. 힘들면 부모에게 바로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말 견디기 어려워질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뭔가 해결책을 말해주기보다는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하라는 정도만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너무 무심한 부모처럼 느껴질 때가 있네요.
예전에는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 크고 나니까 돈이나 어떤 현실적인 도움보다도 언제 말을 걸어야 하고 언제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가 더 어렵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하게 다 큰 자식을 두고 계신 분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자식이 뭔가 힘들어 보이는데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 그냥 기다리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계속 물어보시는지요.
부모의 관심과 간섭 사이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건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