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제가 게을러진 줄 알았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에 잡히는 건 하나도 없고 퇴근하면 씻는 것조차 귀찮았습니다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습니다
잠은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지 않았고 출근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지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회사 생활이 원래 이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도 다 비슷하게 힘들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참고 버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업무 중에 평소라면 금방 처리했을 일을 한참 붙잡고 있었습니다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짜증이 확 올라왔습니다
예전에는 퇴근 후 친구를 만나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졌습니다
누가 약속을 잡자고 하면 반갑기보다 취소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것들이 하나씩 귀찮아지는 걸 보면서 그때부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제가 너무 오래 쉬지 않고 달려왔다는 걸 돌아보게 됐습니다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도 업무 생각을 했고 주말에는 월요일이 걱정돼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쉬고 있으면서도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병원과 상담기관을 찾아 제 상태를 점검했고 번아웃에 가까운 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습니다
제가 약해진 것도 아니고 게을러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무조건 버티는 방식부터 바꿨습니다
퇴근 후에는 업무 연락을 확인하지 않았고 주말에는 일부러 아무 계획도 잡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쉬는 것조차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예전보다 덜 피곤했고 퇴근 후에도 아주 조금씩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는 일이 줄었습니다
지금도 바쁜 시기가 오면 다시 지칠 때가 있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참고 넘기지는 않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결국 더 크게 돌아온다는 걸 직접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요즘 계속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도 자신을 게으르다고만 생각하고 있다면 한 번쯤 멈춰서 현재 상태를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번아웃을 겪고 나서야 쉬는 것도 미리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미 완전히 지친 뒤에 회복하려고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 나를 돌보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