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퇴근해서 집에 와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겠어요. 몸은 분명 회사에서 나왔는데 머릿속에서는 계속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돌려보게 됩니다. 특히 제가 동료들에게 했던 말이나 여러 사람이 같이 이야기할 때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나요.
그 자리에서는 별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한 말이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한 말을 했나 싶어집니다. 상대방 표정이 평소와 조금 달랐던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말을 너무 단정적으로 한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한번 그런 생각이 시작되면 별것 아닌 말까지 하나하나 다시 떠올리게 되네요.
회의 같은 걸 하고 온 날은 더 심해요. 제 의견을 이야기했을 때는 나름대로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퇴근하고 나면 굳이 내가 그 이야기를 해야 했을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제가 중간에 말을 너무 빨리 보탠 것은 아닌지, 제 말투가 기분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을지 신경 쓰이고요.
그렇다고 다음 날 출근해서 물어볼 정도로 큰일은 아니에요. 실제로 누군가 저에게 기분이 나빴다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요. 대부분 다음 날 출근하면 다들 평소처럼 대합니다. 그러면 별일 아니었나 보다 싶은데 퇴근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또 비슷한 생각을 반복해요.
다른 사람은 이미 잊었을 일을 저 혼자 붙잡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직장에서 있었던 일은 퇴근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그런지 말 한마디도 더 조심하게 됩니다. 괜히 한마디 잘못했다가 서로 불편해지는 것도 싫고, 나중에 제가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싫거든요.
그래서 회사에서도 말을 하기 전에 한번 생각하게 돼요. 문제는 그렇게 조심해도 집에 오면 또 걱정한다는 겁니다. 차라리 말을 아예 줄여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직장이라는 곳이 필요한 말까지 안 하고 지낼 수 있는 곳은 아니잖아요. 의견을 말해야 할 때도 있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가끔은 동료가 평소보다 말수가 적으면 혹시 저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머리로는 그 사람도 개인적으로 피곤할 수 있고 다른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마음에서는 제가 전에 했던 말부터 떠올립니다.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제가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직장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제 눈치를 더 보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고 이제부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신경 쓰지 말자고 마음먹는 것도 쉽지는 않네요.
퇴근하면 회사 일은 회사에 두고 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습니다. 별일 아니었다고 넘겼다가도 잠깐 조용해지면 낮에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르고, 내일 출근하면 상대방 반응을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돼요.
직장생활 오래 하신 분들도 퇴근하고 나서 자신이 했던 말을 이렇게 다시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