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큰일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은 하고 있고, 겉으로 보면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매일 신나는 일이 있을 수도 없는 거고, 살다 보면 재미없는 시기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까 저도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예전에는 크든 작든 기다려지는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며칠 뒤에 뭘 해야겠다거나, 날씨가 좋아지면 어디라도 한번 가봐야겠다거나, 사고 싶었던 물건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며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꼭 대단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다음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게 별로 없습니다.
뭔가 해볼까 생각했다가도 금방 시들해집니다. 막상 해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고, 굳이 해야 하나 싶어서 그만두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또 평소와 똑같이 하루를 보내게 되네요.
가끔은 제가 너무 생각이 많아진 건가 싶기도 합니다. 당장 힘든 일보다 앞으로 기다려지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더 신경 쓰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고, 이번 주가 지나면 다음 주가 오는데 그게 별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날짜만 바뀌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하루 종일 우울한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웃을 일이 있으면 웃기도 하고 할 일이 있으면 합니다. 그래서 더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마음이 많이 지친 건지, 그냥 요즘 생활이 단조로워서 이런 건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항상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괜히 걱정이 됩니다.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으면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것저것 생각이라도 해봤을 텐데 이제는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네요.
특히 하루를 다 보내고 조용히 있을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지나갔구나 싶고, 내일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 싶습니다. 그러다가 앞으로 몇 달, 몇 년도 계속 비슷하게 흘러가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집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괜히 허탈해집니다.
제가 너무 거창한 걸 기대하고 있어서 그런가 싶어 작은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억지로 즐거운 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재미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재미를 느껴야 하니까 뭔가 해야 하는 것 같아서 선뜻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하던 일에도 지금은 왜 해야 하나부터 생각하게 되는 게 제일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대가 없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이곳에는 저처럼 특별한 이유를 하나 꼽기는 어려운데 어느 순간부터 앞날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를 겪어보신 분들은 어떠셨나요? 그냥 지나가는 시기라고 두셨는지, 아니면 일부러라도 생활에 변화를 만들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다시 뭔가 기다려지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이 있다면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