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가라앉는 날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무슨 나쁜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전날 특별히 속상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눈을 뜨는 순간부터 괜히 기운이 없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그런 날에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잠이 부족해서 더 자고 싶은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는데도 일어나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누워 있는 게 편안한 것도 아니고요.

 

가만히 누워 있다 보면 오늘 해야 할 일들이 하나둘 생각납니다. 평소 같으면 별생각 없이 했을 일들인데 이상하게 그런 날에는 하나같이 귀찮고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일단 일어나서 움직이면 괜찮아질 것 같다가도 막상 몸을 일으키려면 한참을 망설이게 되네요.

 

아침에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면 그날 하루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어렵고 복잡한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평소처럼 씻고, 식사를 챙기고, 주변을 조금 정리하는 정도인데도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가 있어요. 해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하면서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특히 오전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나면 오후에는 더 의욕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고, 아침부터 제대로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자신에게 실망하게 돼요.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계속 신경을 쓰는 거죠. 조금 늦게 시작했다고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날은 모든 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일어나서 움직이기도 하고, 평소처럼 생활하는 시간도 있어요. 그런데 그럴 때도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움직인다기보다는 해야 하니까 겨우 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어떤 날에는 간단한 일을 하나 끝내고도 금방 지쳐버립니다. 몸을 많이 움직인 것도 아닌데 다시 앉아서 쉬고 싶어지고, 다음 일을 시작하려면 또 한참이 걸려요.

 

이런 모습을 보면 제가 게을러진 건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하던 일들이었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하나하나 시작하기가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한편으로는 단순히 게으르다고 생각하기에는 저 자신도 이런 상태가 싫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게 즐거운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불편하거든요.

 

쉬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움직이려고 해도 의욕이 나지 않는 시간이 반복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날에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평소보다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누군가 말을 걸면 대답은 하지만 길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잘 생기지 않아요. 상대방에게 무슨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조용히 있고 싶어집니다.

 

그렇다고 혼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주변이 조용해지면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이 더 신경 쓰여요. 뭘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더 이상한 건 다음 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질 때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평소처럼 움직이고, 해야 할 일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끝내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에는 전날 왜 그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지 저도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 오면 더 혼란스럽습니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왜 이러는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봐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요.

 

요즘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 기분이 어떤지부터 살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괜찮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조금이라도 가라앉아 있으면 오늘도 하루가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앞섭니다.

 

아직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답답하네요.

 

가끔은 일부러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일을 생각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것 하나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움직여 보기도 해요. 그런데 어떤 날에는 그렇게 시작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일을 하나 끝내고 나서도 뿌듯하기보다는 이제 또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예전에는 기분이 조금 좋지 않아도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침부터 가라앉은 기분이 저녁까지 이어지는 날이 있어서 신경이 쓰입니다.

 

물론 이런 모습만으로 제가 우울증이라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별한 이유 없이 의욕이 떨어지고 평소 하던 일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 반복되니 단순히 컨디션 문제로만 생각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다시 기분이 나빠지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그런 날이 지나고 나면 별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보다 제대로 하지 못한 일들만 떠올리게 됩니다. 꼭 매일 부지런하게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건가 싶기도 하네요.

hub-link

지금 우울증을 주제로 4.8만명이 이야기 중

댓글10
  • 익명2
    BEST
    어떤 느낌인지 너무 잘 알아서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왜 이럴까 비교하기 시작하면 답답함만 더 커지더라고요. 저는 이런 날엔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지'라는 거창한 생각을 아예 접어버려요. 대신 눈앞에 있는 딱 한 가지, 예를 들면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나 '이불 한 번 들추기' 같은 아주 사소한 일 하나만 성공해도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할 일을 못 했다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 때, "괜찮아, 오늘 기분은 좀 쉬어가는 날인가 보지" 하고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하루 이틀 좀 가라앉는다고 작성자님의 삶이 무너지지 않아요. 오늘 오후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흘려보내시길 바랄게요.
  • 익명1
    BEST
    글을 읽는데 제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아침에 눈떴을 때 밀려오는 그 이유 없는 무거움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쉬면서도 쉬는 게 아니고, 뭔가를 하려고 해도 몸이 안 움직일 때의 그 답답함은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모르죠. 작성자님, 이건 절대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에요. 마음의 에너지가 잠시 바닥을 보인 것뿐입니다. 오늘 아무것도 안 하셔도 괜찮아요. 그냥 숨 쉬고 살아낸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정말 큰일을 하신 겁니다.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마시고, 오늘은 그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두셨으면 좋겠어요. 힘내라는 말 대신, 오늘은 그냥 같이 버텨보자는 응원을 보냅니다.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BEST
    작성자님, 아침부터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면 몸만 무거운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해내던 일들까지 하나하나 큰 숙제처럼 느껴지셨을 것 같아요. 쉬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그렇다고 움직일 힘이 나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에게 실망하고, 그런 마음이 다시 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순환도 반복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작성자님,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아무것도 하기 싫은 자신을 탓하는 마음은 서로 다른 문제예요. 이미 마음이 가라앉아 힘든데, 그 위에 오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얹으면 하루가 더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날이 있다고 해서 작성자님이 게을러졌거나 예전보다 부족해진 것은 아니에요.
    
    기분에는 늘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제 괜찮았다고 해서 오늘도 반드시 괜찮아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때로는 이유를 찾기보다 지금 내 마음과 몸이 평소보다 조금 더 지쳐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해요.
    
    오늘 해야 할 일을 모두 해내는 대신, 씻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요.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고 해서 실패한 하루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무언가를 해낸 뒤에야 쉴 자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이런 상태가 반복되거나 오래 이어져 일상생활이 점점 버거워진다면, 혼자서 컨디션 문제인지 고민하며 견디기보다 전문가와 마음 상태를 함께 살펴보셨으면 해요.
    
    작성자님, 매일 같은 기운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어떤 날은 힘차게 하루를 열고, 어떤 날은 겨우 하루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어요. 오늘의 자신을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며 나무라기보다, 오늘은 조금 힘든 날이구나 하고 다정하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하루를 잘 살아낸다는 건 언제나 많은 일을 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때로는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고 하루를 건너는 것, 그것도 분명히 잘 살아내는 일이랍니다.
  • 익명5
    아침부터 마음이 가라앉으면 하루를 시작하는 것조차 버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날에는 평소처럼 모든 일을 해내려 하기보다 꼭 필요한 일만 하고 자신에게 조금 여유를 가지세요. 하루를 온전히 잘 보내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날은 아니니까요. 이런 날이 자주 반복된다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고요. 
    익명3
    작성자
    힘내라는 말 대신 '같이 버텨보자'는 그 약속이 그 어떤 말보다 든든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익명4
    이런 날이 반복되면 스스로도 많이 답답하실 것 같아요. 
    저도 특별한 이유없이 아침부터 기운이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의지를 탓하기보다는 마음이나 몸이 잠시 쉬어가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려고 해요. 
    의욕이 없다고 해서 게으른 건 아니에요 
    하루를 꼭 알차게 보내지 않아도 괜찮으니 스스로에게 조금 여유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익명3
    작성자
    이미 힘든 제 마음 위에 오늘도 무언가를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의 짐까지 얹어 스스로를 더 무겁게 만들고 있었네요.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나무라지 않고, 오늘은 조금 힘든 날이구나 하고 제 상태를 인정해 주겠습니다. 정성 어린 긴 글로 제 마음의 악순환을 끊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울증 인기글

우울증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