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일이 없어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 저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는 것 같으면 괜히 미안한 마음부터 듭니다. 제가 특별히 잘못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상대방의 표정이 좋지 않거나 말수가 줄어들면 혹시 제 행동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에게도 그날의 기분이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보다 제가 뭔가 실수한 것은 아닌지 먼저 돌아보게 됩니다.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마음 한쪽이 불편해지는 겁니다.

 

가령 누군가 부탁한 일을 바로 들어주지 못했을 때가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사정이 있고 무리해서까지 해줄 필요는 없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거절하고 나면 상대방이 서운해하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그러다 보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사과를 먼저 꺼낼 때도 있습니다.

 

잘못한 일이 있어서 미안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 답답한 건 이런 마음을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누가 저를 탓한 것도 아니고 사과를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는데 저 혼자 그 상황을 오래 생각합니다.

 

어떤 날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낮에 나눴던 대화가 다시 떠오릅니다. 그때 말을 조금 다르게 했어야 했나, 괜히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생각하다 보면 이미 지나간 대화인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직접 물어보기도 애매합니다. 상대방은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제가 먼저 꺼내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혼자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대화할 때마다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혹시 실수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려다 보니 편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남에게는 별일 아닐 수 있는 상황을 저 혼자 잘못한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제가 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을 텐데, 정작 제 일이 되면 쉽게 넘어가지 못합니다.

 

우울한 기분이 이어질 때는 이런 생각이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제 책임부터 찾게 됩니다. 다만 이런 모습이 우울감과 관련이 있는지, 원래 제 성격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마음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계속 미안해하고 눈치를 보는 건 저 자신에게도 부담이 됩니다.

 

다른 분들도 특별히 잘못한 일이 없는데 괜히 사과하고 싶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자신의 책임처럼 느낄 때가 있으신가요?

 

이런 생각이 들 때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 혼자 걱정하는 부분을 어떻게 구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자꾸 미안한 마음이 생길 때 조금이라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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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익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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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는 내내 제 얘기 같아서 가슴이 찌릿했어요. 상대방의 작은 표정 변화나 침묵에도 '나 때문에 불편한가?', '내가 아까 말을 잘못했나?' 소설을 쓰며 혼자 밤새 자책하곤 하거든요. 글쓴이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그 고운 마음은 잘못이 없어요. 다만 우울감이 깊어지면 그 화살이 자꾸 나를 향해서 모든 상황을 내 탓으로 돌리게 되더라고요. 
    
    상대방의 기분은 온전히 그 사람의 몫일 때가 훨씬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글쓴이님이 책임지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동안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가장 많이 다쳤을 글쓴이님의 마음을 먼저 다정하게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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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글쓴이님과 똑같은 고민을 오래 하다가 요즘은 사실과 걱정을 구분하는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불안한 생각이 꼬리를 물 때 스스로에게 딱 두 가지만 물어봐요. '그 사람이 나한테 기분 나쁘다고 직접 말했나?', '내가 명백하게 매너 없는 행동을 했나?' 둘 다 아니라면 그건 제 실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 사정이나 기분'이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거죠.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왜 나 자신에게만 이렇게 혹독한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었는지 미안해지더라고요. 
    
    굳이 사과하지 않아도 흘러갈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이해해 줘서 고마워"라는 말로 조금씩 바꿔보며, 나를 지키는 대화를 시작해 보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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