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결정을 내리는 것도 요즘은 유난히 어렵습니다

뭘 하나 결정하려고 하면 괜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나 중요한 문제라면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요즘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별생각 없이 선택했을 일인데도 이것저것 따지다가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가장 답답한 건 제가 뭘 원하는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무엇을 먹을지 정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배가 고프기는 한데 딱히 먹고 싶은 건 없고, 이것저것 생각해봐도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결국 아무거나 먹자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하나를 고르려고 하면 또 망설이게 되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지는 느낌은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어느 날은 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어서 무엇부터 할지 생각하다가 시간을 꽤 보낸 적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먼저 해도 큰 차이가 없는데 괜히 순서를 따지고 있더군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이제 시작하기도 싫어집니다. 정작 일을 하는 것보다 시작하기 전에 고민하는 데 기운을 더 쓰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있어도 성격이 조금 신중해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신중하다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충분히 생각해서 좋은 선택을 하려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스럽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별로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걸 고르면 저게 나았을 것 같고, 저걸 고르면 괜히 다른 걸 선택할 걸 그랬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큰 후회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막상 지나고 나면 별일도 아닌데 결정하기 전에는 왜 그렇게 망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누가 제 의견을 물어볼 때도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확실하게 원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정해달라고 하면 그것도 부담스럽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단순히 선택을 못 하는 것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무언가에 관심을 갖는 일이 줄어든 것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거든요.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면 결정하기도 쉬울 텐데 요즘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선택할 기준도 애매해집니다. 좋고 싫은 게 확실하지 않으니 이것저것 비교만 하다가 지쳐버리는 겁니다. 결국 나중에 생각하자고 미뤄두는 일이 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 게 조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사소한 결정이야 늦게 해도 별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도 이렇게 망설이게 되면 어쩌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모든 일을 빨리 결정하려고 하니 그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네요.

 

우울증과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보면 의욕이 줄어들거나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내용도 있더군요. 물론 제 경우가 꼭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하던 선택들이 이제는 하나의 부담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자꾸 신경 쓰입니다. 결정을 잘못할까 봐 두려운 건지, 선택할 만큼 관심이나 의욕이 없는 건지 저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때는 그냥 다른 사람이 정해줬으면 편하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남에게 맡기고 싶은 것도 아닌데,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 생기면 괜히 피곤해지는 겁니다. 이런 제 모습이 답답해서 일부러 빨리 결정해보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망설이게 됩니다.

 

요즘 들어 제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큰 고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작은 선택 하나에 시간을 쓰고 나면 정작 다른 일을 할 의욕까지 줄어듭니다. 생각을 많이 해서 지치는 건지, 이미 지쳐 있어서 생각하는 것조차 어려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우울감이 심해지면서 예전보다 사소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던 분들도 계신가요?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고, 어느 쪽을 선택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계속 망설이게 되는 경우 말입니다.

 

이런 때는 선택지를 줄이는 게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결정하는 연습을 하는 게 나은지 궁금합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보신 분들은 일상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계시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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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익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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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님, 제 이야기인 줄 알고 한참을 정독했습니다. 저도 심한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왔을 때 딱 그랬거든요. 밥 먹는 메뉴 고르는 것부터 양말 색깔 고르는 것까지 머리가 지끈거렸어요. 지나고 보니 그건 신중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뇌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서 뇌가 파업을 선언한 상태였더라고요. 좋고 싫은 감정 자체가 흐려지니 기준이 없어 비교만 하다가 지치는 거죠.
    
    저는 그때 '일상의 자동화'로 효과를 많이 봤어요. 선택지를 줄이는 것보다 더 나아가 아예 선택할 일 자체를 없애버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점심은 요일별로 메뉴를 미리 정해두거나, 백반집처럼 알아서 나오는 곳만 갔어요. 옷도 가장 무난한 조합 3가지만 돌려 입었고요. '내가 뭘 원하지?'를 찾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지금은 원하는 걸 찾아낼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니, 최대한 규칙을 만들어 판단력을 아끼시는 걸 추천합니다. 힘내세요, 잠시 지쳐서 그런 것뿐입니다.
    
  • 익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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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답답하고 피곤하시겠어요. 결정을 내린 후에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먼저 든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이 갑니다.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상태일 때 '실패해도 아무 상관 없는 아주 작은 일'부터 타이머를 맞추고 직관으로 고르는 연습을 했습니다. 해야 할 일 두 가지가 있을 때 순서를 고민하기보다 동전을 던져서 정하거나, 그냥 눈앞에 먼저 보이는 걸 3초 안에 집어 들었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어차피 어느 쪽을 골라도 결과는 비슷해, 틀려도 괜찮아'라고 계속 말해줬습니다. 지금은 내 의지로 뭔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큰 짐처럼 느껴지시는 상태이니, 남에게 메뉴를 정해달라고 하거나 대세를 따르는 것도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당분간은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마시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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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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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님,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하던 선택들이 어느 순간부터 하나하나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스스로도 많이 낯설고 답답하실 것 같아요. 무엇을 먹을지, 어떤 일을 먼저 할지처럼 작은 일에도 생각이 길어지고, 정작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기운이 빠져버리는 일상이 반복되면 사소한 선택조차 큰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지요.
    
    특히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단순히 결정을 잘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예전에는 분명히 있었던 좋고 싫음이나 하고 싶은 마음이 희미해진 듯한 느낌일 수도 있겠어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별로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고 싶지도 않으니 그 사이에서 얼마나 지치실까요.
    
    이럴 때는 스스로를 우유부단하다고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거나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면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에도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어요. 우울감이 있을 때도 이런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요. 어쩌면 작성자님은 더 신중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생각하고 버텨오느라 잠시 쉬어갈 힘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모든 선택을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사소한 일만큼은 조금 쉽게 결정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메뉴 두 가지 중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을 고르거나, 해야 할 일 중 5분 안에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식으로요. 선택한 뒤에는 다른 쪽이 더 나았을지 다시 따져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작은 선택에서조차 최선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내려놓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변화가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잠이나 식사, 평소 즐기던 일에 대한 관심과 의욕도 함께 달라졌는지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일상에 불편이 계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꼭 우울증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달라진 자신의 상태를 혼자서만 해석하며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작성자님, 지금은 무엇을 원하는지 선명하게 알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예전의 자신과 달라진 모습을 발견했다고 해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당장 모든 것을 분명하게 결정하려 애쓰기보다,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에게 조금 덜 까다로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돌아오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요. 
  • 익명4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사소한 선택조차 유난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택지를 두세 개로 줄이고 작은 것부터 부담 없이 결정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사소한 일은 결과가 어떻든 괜찮다는 마음으로 정해보세요.
    의욕이 줄어든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면 단순히 성격 탓으로만 여기지 말고 자신의 마음과 컨디션도 살펴보셨으면 좋겠어요.
    익명3
    작성자
    무언가를 원하려 애쓰기보다, 당분간은 점심 메뉴나 옷차림 등을 단순하게 규칙화해서 제 판단력과 에너지를 아껴봐야겠습니다. 잠시 지친 것뿐이라는 따뜻한 위로에 큰 힘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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