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있습니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길다 보니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고, 굳이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통하는 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별생각 없이 연락하고 가끔 만나면서 지냈는데 요즘 들어서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싫어진 건 아닙니다. 크게 다툰 적도 없고 저한테 특별히 잘못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예전에는 만나고 돌아오면 잘 만나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괜히 피곤했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거의 비슷합니다. 누구는 요즘 어떻게 산다더라, 누구네는 형편이 어떻다더라 하는 이야기부터 이것저것 비교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냥 듣고 맞장구치면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화가 반복되니까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제 상황을 비교하게 되더군요.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내던 일도 그런 이야기를 한참 듣고 집에 돌아오면 괜히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너무 뒤처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굳이 알 필요 없는 다른 사람 사정까지 머릿속에 남습니다.
제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도 어느 순간 다시 비슷한 쪽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 좀 그만하자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오래된 사이인데 갑자기 제가 사람을 가르치려고 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사람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나고 난 뒤의 제 기분이 싫다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연락이 오면 반가운 마음보다 이번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 때가 있습니다. 약속을 잡아놓고도 나가기 전부터 조금 귀찮다는 생각이 들고요. 막상 만나면 또 평소처럼 이야기하고 웃기도 합니다. 그런데 돌아오면 역시 좀 피곤합니다.
차라리 크게 한번 다퉜다면 관계를 정리하든 풀든 할 텐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예전과 똑같이 만나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요.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왜 굳이 오래된 사람과 멀어지나 싶었는데 요즘은 조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구에게 큰 잘못이 없어도 서로 편한 대화가 달라지고 관심사가 달라지면 만남 자체가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제가 먼저 연락을 줄이고 만나는 횟수를 줄이면 상대방이 섭섭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일수록 갑자기 거리를 두는 게 더 어렵네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면 딱히 설명할 말도 없습니다. 당신을 만나면 피곤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오래된 관계라고 해서 반드시 예전과 같은 거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건지 요즘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조금 덜 만나면 오히려 서로 편하게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만나는 게 어느 순간 부담스러워졌을 때 어떻게 하셨나요?
특별한 계기 없이도 조금씩 거리를 두는 게 괜찮은 건지, 오래된 사이인 만큼 불편한 부분을 솔직하게 한번 이야기해 보는 게 나은지 다른 분들 생각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