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있고, 주말이면 같이 돌아다닐 사람이 있고, 잠들기 전에는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오래 살아보니 조금 다르더군요.
같이 있는 게 싫은 건 아닌데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누구와 싸운 것도 아니고 기분 나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뭘 먹을지 정하지 않아도 되고, 누가 나를 찾지도 않는 시간이 가끔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이 들면 조금 미안했습니다.
가족이 있는데 혼자 있고 싶다는 게 이상한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도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오늘은 그냥 혼자 좀 있고 싶다."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섭섭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이유를 물었는데 별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저도 똑같았습니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상대방이 싫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회사 사람들과 부딪히고 집에서는 부모나 배우자 역할을 하고, 아이가 있으면 또 아빠나 엄마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다 보면 잠깐이라도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가 혼자 방에 들어가 있거나 카페에 다녀오겠다고 하면 웬만하면 그냥 둡니다.
저도 가끔 혼자 산책을 하거나 차 안에서 음악을 듣다가 들어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조금 보내고 나면 오히려 서로에게 말도 더 부드럽게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좋은 부부라면 무엇이든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취미도 같이 하고 주말도 같이 보내고 이야기도 많이 해야 사이가 좋은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계속 붙어 있는 것보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관계가 더 편안한 관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혼자 있을 시간을 인정해주는 것도 어쩌면 배려일 테니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결혼하고도 가끔 아무 이유 없이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으신가요?
그럴 때 배우자가 서운해하지 않고 이해해주는 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