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검사를 할 때 정말 솔직하게 답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해보니 아니었더라고요.

전에도 몇 번 검사를 해봤지만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와서, 이번에는 질문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으며 최대한 솔직하게 답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검사를 하던 중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어요. 제가 실제로 하는 행동보다는 '평소에 이렇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자꾸 손이 가고 있었던 거죠.

 

예를 들어,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일을 처리하느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려다 문득 멈칫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일을 시작하기 전 순서를 정하고 최대한 계획대로 움직이려 노력하지만, 쉬는 날의 저는 정반대거든요. 아침에 계획을 세워놓고도 휴대폰을 보다 오전 시간을 다 보내버리거나, 마트에 가려다 귀찮아서 그냥 돌아온 적도 많으니까요. 회사 동료가 보면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가족들이 보면 아마 전혀 다른 대답을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느냐는 질문도 비슷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먼저 말을 잘 거는 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모임에서는 굳이 나서지 않죠. 사람이 많은 곳에 다녀오면 즐거웠더라도, 집에 돌아와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요. 이런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도대체 어떤 모습의 나를 기준으로 답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감정과 관련된 질문이었습니다.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저는 주로 해결 방법부터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힘들 때는 해결책보다는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더라고요. 남에게 하는 행동과 내가 바라는 행동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생각해보니, 그동안 저는 실제 제 모습이 아니라 제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을 선택해왔던 것 같습니다. 계획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J에 가까운 답을, 배려심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 F에 가까운 답을 골랐던 것이죠.

 

물론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 있고, MBTI 네 글자가 한 사람의 모든 면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제 성격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는데, 막상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특히 타인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꽤 다르다는 점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결과가 무엇으로 나오느냐보다, 질문에 답하며 '내가 왜 이렇게 선택했을까'를 고민해 보는 과정이 더 즐거웠습니다.

 

여러분은 MBTI 검사를 할 때 어떤 모습을 기준으로 답하시나요? 직장에서의 나, 가족과 있을 때의 나, 그리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 속의 나. 이 세 가지 모습이 서로 다르다면, 과연 어느 쪽이 진짜 내 성격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hub-link

지금 MBTI를 주제로 9.9만명이 이야기 중

댓글2
  • 프로필 이미지
    정정숙
    실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을 선택했다는 부분에 저도 그런부분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MBTI 검사를 할 때도, 자신을 이해할 때도 꽤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저도 어쩌면 현재의 성격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바라는 변화가 검사 결과에 더 많이 반영되어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 프로필 이미지
    덜무룩
    타인 앞에서의 나와 혼자만의 나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깊이 탐색해 보는 모습이 좋네요~~!ㅎㅎ
    어느 한쪽만이 정답이라기보다는 그 모든 모습들이 상황과 역할에 맞춰 
    피어난 '진짜 나의 다채로운 조각들'일 것입니다
    결과 자체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찾으신만큼
    상황마다 다른 스스로의 매력을 그 자체로 긍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MBTI 인기글

MBTI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