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아직도 사과부터 준비해요

예전에 일을 하다가 고객에게 심한 폭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라 며칠 동안 전화가 이어졌고, 개인 휴대폰으로도 연락이 왔습니다. 회사에 보고해 대응했고 상황은 마무리됐습니다. 그 뒤 번호도 차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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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아직도 몸이 먼저 긴장합니다. 벨이 울리는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끊길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많습니다. 택배 기사님 전화도 놓쳤고, 병원 예약 확인 전화도 못 받은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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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건 전화를 받기 전에 할 말을 미리 생각한다는 겁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런 문장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아직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요. 모르는 번호를 보면 누군가 저를 나무랄 거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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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배달 기사님이 문 앞에 도착했다고 전화하셨습니다. 평범한 통화였습니다. 그런데 끊고 나서도 한동안 손이 떨려서 휴대폰을 내려놨어요. 그분이 불친절했던 것도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겪었던 상황을 그대로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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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는 대체로 잘 지냅니다. 직장에서도 통화를 해야 할 때는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반응을 남들에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개인 전화가 무섭다고 하면 왜 그러냐고 묻겠죠. 그 이유를 매번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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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연락처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전부 자동으로 무음 처리해뒀습니다. 편해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꼭 필요한 연락을 놓칠까 봐 걱정입니다. 피하면 당장은 괜찮지만 생활이 좁아지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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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경험을 '이제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신체 반응은 남을 수 있는 걸까요? 이런 반응이 PTSD와 관련되는지 평가받아보고 싶습니다. 상담에서 사건을 자세히 다시 설명해야 할까 봐 망설여지기도 해요. 제 속도를 지키면서 도움받는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댓글1
  • 익명1
    낯선 전화가 온다고 해서 반드시 사과할 일이 있는 건 아니니, 누구인지 확인한 뒤 차분히 대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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