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복귀는 했는데 쉬는 날에도 대기 중인 느낌입니다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함께 일하던 사람이 다쳤습니다.
사고 이후 필요한 조사와 회사 면담은 받았습니다. 한동안 쉬었고 지금은 다른 현장에서 일합니다.

일은 합니다.
밥도 먹고 잠도 아예 못 자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저도 큰 문제는 없는 줄 알았습니다.

다만 소리가 납니다.
실제로 나는 소리인지, 기억이 떠오르는 건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자재가 바닥에 떨어지면 온몸이 굳습니다. 누가 뒤에서 급하게 부르면 돌아보기 전에 심장이 먼저 뜁니다.

쉬는 날에도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못 둡니다.
연락을 놓치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집에 있어도 현장 연락방을 계속 확인합니다.

가족에게는 일 때문에 피곤하다고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잠깐 산책하러 나갔다가 작업 차량을 보고 다른 길로 돌아온 일까지 피곤해서라고 설명할 수는 없겠습니다.

사고 당시 제가 뭘 더 할 수 있었는지도 자꾸 생각합니다.
주변에서는 제 책임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도 같은 장면을 다시 따져 봅니다.

상담을 받아 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막상 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고 경위는 여러 번 설명했습니다. 제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말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댓글2
  • 익명2
    사고 이후에도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음은 아직 그때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상담에서는 사고 경위를 다시 설명하는 것보다 그 일이 지금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부터 이야기해도 괜찮아요. 
    소리에 놀라거나 연락을 계속 확인하게 되는 모습도 숨기지 않고 말씀해 보세요. 
    혼자 감당하려 애쓰기보다 이제는 자신의 마음도 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1
    함께 일하던 사람이 현장에서 다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면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와 무척 힘드셨겠네요.
    
    몸은 쉬고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는 것 같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긴장을 놓지 못하시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잠깐 산책하러 나갔다가도  작업 차량을 보고 다른 길로 돌아온 일이 있다는 것은 면담을 받으셨어도 사고의 충격이 뇌리에 아직까지도 남아있다는 흔적이라도 생각되네요.
    
    이러한 반응은 외상 이후 신체의 경계 체계가 계속 활성화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연자님의 의지가 약하거나 마음을 편하게 먹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긴장을 조금씩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실제로 호출에 대비해야 하는 당직이나 대기 시간이 아니라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활동에 집중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업무상 실제로 대기 의무가 있다면 이를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업무상 필요한 대비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경계하는 상태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긴장이 심해질 때는 주변에서 눈에 보이는 물건 세 가지를 천천히 살펴보고,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감각에 집중해 보는  방법은 주의를 현재의 환경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과 몸의 증상을 줄이고 일상에서 안정감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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