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면 어릴 때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나이가 이렇게 들었는데도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이 아직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일인데 누군가 갑자기 큰소리로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면 이상하게 어린 시절 학교에서 혼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학교 선생님들이 지금보다 훨씬 엄격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이 잘못하면 여러 사람 앞에서 큰소리로 꾸짖는 일도 있었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선생님이 무서워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저도 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께 크게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혼날 일이었나 싶은데 당시에는 선생님 목소리가 커지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웠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도 창피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만 숙이고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어른이 화를 내면 무조건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괜히 말을 잘못했다가 더 혼날까 봐 입을 다물게 됐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그런 기억도 자연스럽게 잊혔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평소에는 그 시절 일을 떠올릴 이유도 별로 없고요.

 

그런데 지금도 누군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면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듭니다. 꼭 저한테 화를 내는 상황이 아니어도 그래요. 다른 사람들끼리 목소리를 높이며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긴장하게 되고,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해집니다.

 

머리로는 지금 상황과 어린 시절 일이 전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위축되는 반응은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특히 평소 조용하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면 더 놀랍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긴장하게 되고, 상대방 표정이나 말투를 살피게 돼요.

 

가끔은 누군가 조금 강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것뿐인데도 저 혼자 혼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은 그냥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저는 혹시 화가 난 건 아닌지부터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제 의견을 이야기하려다가도 괜히 말을 줄이게 됩니다. 상대방이 더 언성을 높이면 어쩌나 싶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나중에 혼자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까지 위축될 필요가 없었는데 싶어서 답답합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께 혼났던 일이 지금까지 그렇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목소리나 분위기를 접할 때마다 당시의 긴장감이 떠오르는 걸 보면 완전히 잊힌 기억은 아닌가 봅니다.

 

더 이상한 건 평소에는 그 선생님의 얼굴이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떠올리지 않는데도 누군가 큰소리로 화를 내는 순간에는 그때 느꼈던 무서움이 먼저 생각난다는 점입니다. 기억보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제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해서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래전에 지나간 일인데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그때처럼 움츠러드는 제 모습이 계속 신경 쓰입니다.

 

이제는 누군가 언성을 높이더라도 필요하면 제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여전히 말문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그냥 빨리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혼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어린 마음에 상당히 무섭고 창피했던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누구에게 그런 감정을 자세히 이야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요.

 

요즘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제가 원래 큰소리를 무서워하는 성격인 건지, 아니면 어린 시절의 경험이 아직 남아 있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댓글8
  • 익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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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의 반응을 원인부터 결과까지 아주 객관적으로 잘 분석하셨습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조건화 반응'입니다. 과거의 특정 자극이 뇌에 강하게 각인되어, 현재 유사한 자극을 만났을 때 자동 반사적으로 방어 기제가 켜지는 것이죠. 
    
    지금처럼 머리로 상황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첫 단추는 끼워진 셈입니다. 다음번에 누군가 언성을 높여 몸이 굳어질 때는, 즉각 대답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속으로 '이 사람은 화가 난 게 아니라 목소리가 큰 뿐이다', '나는 지금 안전하다'라고 의식적인 혼잣말(자가 암시)을 해보세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아주 짧은 '생각의 틈'을 만드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뇌의 오작동도 조금씩 줄어들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응원합니다!
  • 익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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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으며 제 마음도 같이 먹먹해졌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어릴 때 상처는 몸이 먼저 기억한다는 말이 정말 맞나 봐요. 저 역시 어릴 때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그런지, 직장에서 상사들이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게 되거든요. "기억보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것 같다"는 말씀에 가슴이 찌릿했습니다. 원래 소심한 성격이 아니라, 그때 그 어린 마음에 감당하기 힘들었던 두려움이 마음 한구석에 그대로 묶여 있어서 그런 거예요. 
    
    그동안 그 불편한 긴장감을 혼자 견뎌내시느라 얼마나 고단하셨을까요. 이제는 그 소리 지르던 어른들로부터 자유로워지시기를, 그리고 지금의 당당한 어른인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오늘 밤은 마음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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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어린 시절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이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때 얼마나 무섭고 막막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어른에게는 잠깐의 꾸중이었을지 몰라도, 어린 학생에게는 교실 전체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순간이었을 테니까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지고,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혹시라도 변명한다고 생각하셔서 더 혼내실까 봐,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무서운 마음과 창피한 마음이 뒤섞여 어디에도 숨고 싶었을 것 같고요.
    
    더 마음 아픈 건 그 순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억울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도 있었을 텐데, 상대는 선생님이고 자신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겠지요. 무슨 말을 해도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니 억울한 마음은 그대로 남았을 테니까요. 그렇게 두려움 속에서 꾹 눌러 두었던 감정은 누구에게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 채 마음속에 남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그때 가장 무서웠던 건 큰소리 자체만이 아니라, 언제 목소리가 더 커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그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느꼈던 막막함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표정을 살피고, 말투를 살피고, 어떻게 해야 더 혼나지 않을지 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눈치를 보셨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 화를 내는 상황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판단하기도 전에 먼저 상대방의 기분부터 살피게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세월이 흐른 지금도 누군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면 몸이 움츠러들고 말문이 막힌다는 말씀에서, 그때 배운 두려움이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는지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들끼리 다투는 상황인데도 괜히 긴장하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데도 혹시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마음이 바빠지는 것이겠지요. 상대방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말하고 있을 뿐인데, 작성자님은 혹시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는지부터 돌아보게 되고요.
    
    그렇게 순간적으로 위축되고 난 뒤에는 또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른인데 왜 이 정도에도 긴장하는지, 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는지, 지나고 나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 순간에는 그러지 못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반응을 지금의 자신이 부족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어린 시절 큰소리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긴장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마음에 남는 것은, 작성자님이 그 시절의 일을 떠올리면서도 '그렇게까지 혼날 일이었나'라고 생각하신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눈으로 돌아보니 당시의 자신이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고, 어린 자신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실 것 같아요. 그때는 선생님의 꾸중이 세상의 전부처럼 크게 느껴졌겠지만, 사실 어린 학생이 실수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렇게 두려워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그때의 작성자님에게도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필요했고, 잘못이 있더라도 차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왜 대답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기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은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지금도 큰소리 앞에서 움츠러드는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때의 어린 자신은 무서운 상황을 견디느라 애썼고, 지금의 자신은 그때와 다른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긴장을 이해해 보려 애쓰고 있는 것이니까요. 오래된 기억이라고 해서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작았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두려움과 억울함을 이제라도 자신의 마음으로 인정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커진다고 해서 무조건 고개를 숙이거나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더라도 괜찮고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도 되고, 상대방이 진정된 뒤에 이야기해도 됩니다.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 경험이 앞으로의 모든 관계에서 작성자님의 목소리를 대신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이 지금도 불쑥 마음을 흔든다는 사실이 속상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떠올리는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기보다는, 그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을 삼켰는지 먼저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어린 시절의 작성자님에게 필요했던 이해와 다정함을 이제는 스스로에게도 조금씩 건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익명3
    작성자
    알려주신 대로 다음번에 누군가 언성을 높여 몸이 굳어질 때는, 즉각 대답하려고 애쓰기보다 숨을 깊이 들이쉬며 '이 사람은 목소리가 큰 뿐이다', '나는 지금 안전하다'라고 의식적인 자가 암시를 해보겠습니다. 
  • 익명4
    어릴 때 겪었던 무섭고 창피한 경험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작은 상황부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시면서 마음도 천천히 돌봐주세요 ㅠㅠ
    익명3
    작성자
    알려주신 대로 다음번에 누군가 언성을 높여 몸이 굳어질 때는, 즉각 대답하려고 애쓰기보다 숨을 깊이 들이쉬며 '이 사람은 목소리가 큰 뿐이다', '나는 지금 안전하다'라고 의식적인 자가 암시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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