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번아웃이 온 계기
저는 정말 어렵게 입사한 직장이 있었는데요.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해서 들어간 곳이었고, 주변에서도 꽤 괜찮은 직장에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저도 거기서 뼈를 묻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큰 포부와 기대를 가지고 있었어요.
맡은 일은 최대한 꼼꼼하게 하려고 했고, 심지어는 자진해서 야근도 하면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렸했어요. 조금 힘들어도 제가 선택한 직장이니 잘 버텨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사람 인생이라는게 내 뜻대로 되는게 별로 없더라구요?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도 않았고, 기대했던 승진에서도 탈락했어요.
정말 될 줄 알았던 심사에서도 탈락하고...
한번 일이 안 풀리기 시작하면 모든 게 다 꼬여버리는 거 아시나요?
그때부터 제 마음이 많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원래 일이든 인간관계든 문제가 생기면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제 탓부터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승진에서 떨어진 것도 단순히 결과 하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제 스스로를 탓하고 곱씹었어요.
2) 번아웃 증상
그렇게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이렇게까지 해서 난 뭘 얻지? 죽을때까지 일만 하며 살아야할까?
아무도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거 같아서 그 절망감이 너무 슬펐어요.
나중에는 그 절망감이 막 화로 바뀌더라고요.
나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나만 안 되는지 억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 자체에 화도 났어요.
회사에 가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런 상황에서 일이 잘될 리가 있나요.
내 정신상태가 이래서 결과가 안좋나 하면서 또 다시 제 자신을 탓하고.
그렇게 자책과 분노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완전 넉다운이 된거죠.
사실 번아웃은 더 일찌감치 왔었는데 저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고갈되었던 것 같아요.
3) 가장 힘들었던 것
집이랑 회사랑 통근거리도 꽤 멀었는데, 회사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어렵게 모은 돈으로 회사 근처 자취까지 시작했었거든요.
저한테는 정말 큰 결정이었고, 그만큼 이 직장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일 때문에 집까지 얻었는데, 정작 야근이 많아져서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도 별로 없었어요.
회사를 위해 생활환경까지 바꾸고 정말 일만을 위해 살아가는 워커홀릭이었는데 내 노력이 나를 배신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집이 싫어졌어요.
어쩌다 일찍 퇴근하는 날에도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집 근처 공원을 한참 걷다가 늦게 들어가는 일도 많았어요.
원래 집이라는 공간은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곳마저 회사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거예요.
회사에서도 편하지 않고, 집에 와도 편하지 않고, 어디를 가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어요.
내가 쉬려고 마련한 공간에서조차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너무 너무 힘들어요.
4) 회복하려 해본 것과 효과
한번은 퇴근하고 또 집에 안들어가고 공원을 걷는데 저도 제가 뭐하는지 모르겠는거예요.
이렇게 해서는 안될 거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내가 오늘 잘했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오늘 하고싶은건 뭐지를 생각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동안 미루던게 너무 많더라구요.
독서, 운동, 아무것도 안하기 등.
꼭 긍정적인것 하는게 아니라 제가 하고싶은 걸 하고 살기로 마음 먹었어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원래 책 읽는걸 좋아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젤 먼저 내려둔게 독서였더라구요.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고 아침에 15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재밌는 책은 퇴근하고 와서 자기 전까지 읽고..
여기서 가지쳐진 또 다른 행복은 도서관에 가는 거예요.
가는 길 중에 매우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진 곳이 있는데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저녁 9시쯤 도서관에 가면
사람이 많지 않고 특유의 그 문닫기 전 소란한 분위기가 있는데 조용한 소음이 너무 힐링돼요.
추천책들도 고르고 요새는 그냥 한 섹션씩 정해서 거기서 끌리는 책을 골라봐요.
그렇게 읽고 재밌으면 너무 뿌듯하더라구요.
운동도 등록했습니다..
전 원래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운동도 배우는게 그게 병목이었어요.
뭔가 운동을 제대로 해서 체력을 길러보자 그럼 마음에도 좀 더 여유가 생기겠지 싶은 마음에 헬스를 등록했습니다.
피티도 등록했었어요ㅎ
저한테는 이 행위만으로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전시회랑 공연도 다시 보러 가려고 합니다.
지난 주말엔 공연을 보고 왔고 현장에서 주는 몰입감이 넘 황홀했어요..
그래서 두달에 한번은 꼭 가야지 싶었고 격달로 전시회도 가야지 싶어서 얼마전 9월 전시도 미리 예매 했어요.
그리고 연주곡, 클래식 알못인데 경음악이 주는 안정감이 좋아서 집에선 그냥 클래식 틀어놔요.
자기 전엔 일기도 쓰구요.
목욕도 더 열심히 해요. 매일 샤워하고 있지만 피곤하니까 후딱후딱 하고 머리말리고 자기 바빴는데 향 좋은 바디워시, 바디스크럽으로 이따금씩 좀 길게 씻고요.
취침전 스트레칭 이런것도 2~3일에 한번씩 유튜브 보고 하고 자요..
10분 남짓인데 하고나면 뿌듯할 수가 없어요...
5) 같은 상태인 분께
전 회사와 일에 너무 많은 책임감과 체력을 갈아넣었었어요.
거기다 그만큼 보상이 따라와준 것도 아니어서 그게 현타와 번아웃 포인트였고 체력까지 고갈 되니 여기저기서 허기가 지더라구요.
처음에 느꼈던 절망감이나 억울함, 화가 나는 제 모습이 저도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감정들이 오히려 이제는 너 스스로 좀 챙기라는 마음의 소리였던 것 같아요.
또 이게 권태로워지는 순간도 오겠지만 .. 일단 이렇게 또 한고비 견뎌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너무 일에 매몰되지 않고 승진이나 성과에서 벗어나 그냥 일상을 사는 것 자체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느끼기엔.. 워커홀릭은 실이 더 많지 득이 더 많진 않은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워커홀릭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좀 더 빠져보는게 어떨까요.
일에만 모든 걸 쏟아붓지 않고, 내 체력과 내 마음을 먼저 챙기는 거예요.
우리 모두 파이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