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일찍 결혼생활을 시작했었고,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다 보니 에너지가 넘쳐서 더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었다.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직장인이어야 했고, 집에서는 현모양처같이 예쁘게 살림을 잘 꾸리는 아내여야 했으며, 시댁에서는 서글서글하고 사랑스런 며느리 역할을 다 해내고자 하는 나만의 의지와 욕심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그래도 어리고 젊으니까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세 가지 모두 완벽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찐으로 믿었었다.
신혼 초에는 미라클 모닝으로 살아보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청소기 돌리고 빨래해서 널어놓고 출근하고, 퇴근 하면 반찬이랑 저녁 만들고, 주말이면 시댁과 식사자리나 행사를 챙겼다. 하루 24시간을 타인의 기대에 맞춰 쪼개 쓰다 보니, 내 일상에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흔적도 없이 완벽히 사라졌었다.
진짜 결국에는 내 몸에서의 반응이 번아웃인 것 같다는 느낌을 좀 세게 받았었고,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온몸이 뻣뻣하게 무거웠고, 6시간을 자도 잔것 같지 않은 피곤함에 쩔었고, 먹는거 너무나 사랑하는데 식욕 입맛이 완전히 싹 사라지고, 가슴 중앙이 답답하게 막힌 듯한 흉통이 종종 느껴졌었다.
평소라면 장난으로 웃어넘겼을 남편의 작은 행동에도 짜증과 신경질이 마구마구 솟구쳤고, 친구들이나 지인이 톡을 보내오면 그냥 읽씹을 해버렸었다. 회사 업무도, 가사 노동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지긋지긋했고, 왜 나는 굳이 고생을 사서할까 싶어서 내 자신에게 겁나 답답했었다.
찐으로 힘들었던 순간은 퇴근 후 혼자 집에 왔을 때 신발장 옆에서 가만히 멍때리고 앉아 있었던 날인데 명절이 다가오는 시기였고 그 날 저녁 준비, 집안일, 친정 시댁 선물 챙기기, 주말 시댁 일정까지 할 일들이 산 더미였는데 그 순간 억눌렸던 감정이 확 터져 나왔다. 나 스스로가 세 가지 역할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잘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았고, 너무 버겁고 나 스스로를 방치했다는 극심한 무력감과 서러움에 어두운 신발장 옆에서 한참을 엉엉 울었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 것 같아서 그날 이후 완벽함을 내려놓고 회복을 위한 시도를시작했었다.
먼저 내 상태를 솔직하게 남편에게 털어놨다. 집안일 절반 이상을 확실하게 분담해달라 요청했고, 시댁에도 당분간 주말 방문을 줄이겠다는 양해를 구했다. 회사에서도 내가 꼼꼼히 잘 하니까 그냥 혼자 하려고 했던 업무들을 동료들과 나누었고, 나만을 위한 아주 작은 루틴도 만들었다.
아침 출근 전에는 유튜브에 아침 확언 명상 10분 짜리를 틀어놓고, 들리는 대로 입으로 크게 내 뱉었다. 이게 나한테 자신감을 주면서 자존감도 높여줘서 긍정의 에너지가 확실하게 느껴져서 좋았는데 꼭 추천한다.
퇴근 후에는 저녁을 매일 만드는 대신 일주일에 2-3번 남편과 외식을 했다. 주방에서 탈출한 듯한 해방감이 진짜 말도 안되게 너무너무 찐으로 좋았다. (주부들은 공감할 듯)
또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남편이랑 30분씩 산책을 했다. 시댁과 주말마다 식사자리를 줄이기로 합의를 봐서 주말 하루는 온전히 나의 것으로, 나는 침대와 한몸같이 늘어지게 잠을 자버렸고 남편과 오붓하게 브런치 먹으러 예쁜 카페를 여기저기 다니곤 했다.
이런식으로 삶을 바꾸다 보니 나도 지칠 수 있는 불완전한 사람임을 알게되었고 마음의 숨통이 아주 그냥 확 트였다.
현재도 여전히 여러 역할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더 이상 완벽해야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툴러도 되고, 좀 천천히 가면 뭐 어때? 실수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걸 알게되었다.
내가 아내, 며느리, 직장인이라는 여러 무게에 눌려 스스로를 가장 뒤로 미루고 있다면 한 번쯤은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주어진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줄어드는 건 절대 아니다. 남의 기대를 채우는 것보다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챙기면 좋겠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