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제가 체력이 떨어진 줄만 알았어요.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서 움직이지 않는 날이 많아졌거든요.
예전에는 퇴근하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집안일도 어느 정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퇴근 후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그렇다고 회사가 갑자기 너무 힘들어진 것도 아니었어요.
업무량이 조금 많은 시기가 계속되기는 했지만 원래도 바쁜 회사였기 때문에 그냥 제가 적응을 못하는 건가 싶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신발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어요.
배가 고픈데 밥을 차리는 것도 귀찮고 씻는 것도 귀찮고 누가 연락하는 것조차 싫더라고요.
그때 문득 예전의 저와 너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말에도 비슷했어요.
평일에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늦게까지 자도 개운하지 않았고 친구가 만나자고 해도 다음에 보자고 미루기 바빴어요.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것도 아닌데 대화하는 것조차 에너지가 필요한 느낌이었어요.
가장 이상했던 건 좋아하던 것도 재미가 없어졌다는 거였어요.
평소에 기다리던 주말인데 막상 주말이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제야 제가 단순히 피곤한 게 아니라 꽤 오래 지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니 퇴근하고도 업무 메신저를 확인했고 주말에도 회사 생각을 자주 했어요.
쉬는 날에도 밀린 일을 걱정하면서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은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퇴근 후에는 회사 연락을 확인하지 않고 주말에는 업무와 관련된 일도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쉬어도 되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다시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미뤄두었던 일들도 하나씩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때 알았어요.
번아웃은 꼭 완전히 무너져야 알아차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평소와 달리 아무것도 하기 싫고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미 너무 많이 지쳐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었어요.
저처럼 계속 참고 버티다가 뒤늦게 알아차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쉬어주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