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감정조절

팀원들 상태는 살피면서 제 상태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팀을 맡은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팀원들의 업무량을 조정하고, 상부의 요청을 정리해서 전달하고, 문제가 생기면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조금 더 챙기면 팀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결된 일도 많았고, 팀원들이 편하게 질문해 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면 무슨 일이 또 생겼을까부터 생각합니다. 어려운 질문이 아니어도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잠깐 미룬 일이 결국 늦은 시간 제 몫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아서 바로 답합니다.

 

팀원이 지쳤다고 하면 업무를 덜어 줍니다. 연차를 내겠다고 하면 잘 쉬고 오라고 합니다. 그 말을 할 때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담당자를 정해 놓아도 혹시 연락이 올까 봐 휴대전화를 보게 될 것 같고, 다녀온 뒤 밀릴 일을 생각하면 차라리 출근하는 쪽을 고르게 됩니다.

 

최근 아내가 집에서도 제가 회의하는 사람처럼 말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해결할 일과 우선순위부터 정한다고요. 처음에는 직업병이라며 웃었는데, 아이가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도 결론이 뭔지 기다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계속 판단하고 조정하다 보니 집에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느긋하게 들을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성취감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큰 업무를 끝내도 이제 다음 문제가 오겠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팀이 잘 굴러가면 제가 없어도 되나 싶고, 문제가 생기면 역시 제가 더 챙겼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든 편하지 않습니다.

 

상사에게 부담을 이야기할 기회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인력 문제만 말하고 나왔습니다. 제가 힘들다는 말을 하면 관리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들릴까 두려웠습니다. 팀원들에게도 제 피로를 보여 주고 싶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괜찮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도 자동으로 괜찮다고 답하게 됩니다. 요즘은 그 대답을 하고 나서 혼자 있을 때 짜증이 납니다. 아무도 모르게 버티겠다고 정한 건 저인데, 아무도 몰라준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맡은 역할을 내려놓는 문제와 별개로, 지금 제 상태를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부터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댓글7
  • 프로필 이미지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814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이름이 불리면 무슨 일이 또 생겼을까부터 떠오르고,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도 그 미룸이 결국 늦은 밤 내 몫으로 돌아오는 걸 아시니 바로 답하게 되는 삼 년이었군요. 팀원에게는 잘 쉬고 오라고 진심으로 말하면서 정작 내 자리는 한 번도 비우지 못하고, 집에서는 아이의 주말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결론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셨으니 마음이 얼마나 무거우셨을까요. 마지막에 짚으신 대로 지금 필요한 건 역할을 내려놓는 결정보다 내 상태를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이라는 판단이 정확해요. 아무도 모르게 버티겠다고 정한 사람이 나인데 아무도 몰라준다는 서운함이 올라오는 건 이상한 모순이 아니라, 오래 혼자 감당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마음이에요.
    
    먼저 상사에게 말하지 못한 부분을 바꿔 볼 수 있어요. 힘들다는 말이 관리 역량 부족으로 들릴까 두려우셨다고 했는데, 같은 이야기도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말하면 역량에 대한 보고가 돼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건 제가 모든 질문과 조정의 첫 창구이기 때문인데, 이 구조가 저에게 쏠려 있어서 제가 자리를 비우면 팀이 멈추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결정 권한을 일부 나누고 대리 체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 말에는 힘들다는 고백이 들어 있지 않으면서도 지금 상태의 실제 문제가 그대로 담겨 있어요. 팀이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구조는 팀장에게 자랑이 아니라 리스크라서, 상사도 반드시 듣고 싶은 이야기일 거예요. 한 번에 다 털어놓기 부담스럽다면 이렇게 한 문장만 보태 보세요. 요즘 제가 병목이 되는 느낌이라 저도 많이 지쳐 있습니다. 사실과 상태를 함께 말하는 가장 작은 단위예요.
    
    자리를 비우는 일은 연습이 필요해서, 짧은 부재부터 시작하길 권해요. 휴가 전에 팀원 중 한 명에게 이 영역의 판단은 당신이 하세요, 저에게 물을 필요 없어요, 하고 권한을 명시적으로 넘기고, 급한 일의 기준을 세 가지 정도로 정해 두세요. 이 세 가지가 아니면 돌아와서 확인하겠다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반나절이나 하루짜리 부재로 시작해서, 연락이 왔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해 보세요. 걱정했던 일이 일어난 횟수가 생각보다 적다는 기록이 쌓이면 자리를 비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요. 팀원도 판단할 기회를 얻으면서 성장해요. 이름이 불릴 때의 반응도 연습으로 바꿀 수 있어요. 지금 하던 일 끝내고 삼십 분 뒤에 말씀드릴게요, 하고 시간을 말해 주는 방식이면 미루는 것이 아니라 약속이 되고, 어려운 질문이 아닌 경우를 위해 질문 접수 시간대를 정해 두는 것도 방법이에요.
    
    집에서의 변화는 작게 시작하세요.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결론을 기다리지 않기로 정하고, 이 이야기는 해결할 일이 아니라 듣는 일이라고 속으로 한 번 말해 주세요. 그날 있었던 일 중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 하나만 물어보거나, 아내분께는 요즘 내가 회의하는 사람처럼 말한다는 걸 알고 있고 고치고 싶다고 먼저 말해 두세요. 아내분이 알려 주신 것이 이미 변화의 단서이고, 말해 두면 그 순간에 서로 장난처럼 신호를 줄 수도 있어요. 퇴근길에는 오늘 판단은 여기까지라고 닫는 의식을 하나 정해 두면 집에 들어서는 마음이 달라져요.
    
    성취감이 줄고 어느 쪽이든 편하지 않다는 마음은 이름을 붙여 다루세요. 문제가 해결된 순간에도 다음 문제를 찾는 경계 상태가 오래 켜져 있다는 신호예요. 하루 끝에 오늘 팀이 잘 해낸 일 하나와 내가 잘 판단한 일 하나를 적어 두는 습관이 도움이 돼요. 팀이 굴러가면 내가 없어도 되나 싶은 마음은 팀이 잘 굴러가는 것이 내 성과라는 쪽으로 읽어 보세요.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팀은 팀장이 일을 잘했다는 증거예요.
    
    혼자 버티는 시간이 길어졌으니 믿을 만한 사람에게 지금 상태를 말하는 연습도 같이 하세요. 괜찮냐는 질문에 자동으로 괜찮다고 하는 대신 요즘 좀 지쳤어, 한 칸만 낮춰 말해 보는 거예요. 같은 팀장 직책의 동료나 선배, 가까운 친구처럼 평가와 무관한 사람이 연습 상대로 좋아요. 
    
    이번 주에는 상사와의 다음 면담에서 팀이 저에게 쏠려 있는 구조가 걱정이라는 한 문장만 꺼내 보시길 바라요. 그 한 문장이 3년 만에 나를 위해 연 첫 문이 될 수 있어요.
  • 프로필 이미지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3,358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글을 읽으며 그동안 혼자 짊어지셨을 무게가 깊이 전해져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팀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신을 쉼 없이 소진해 오신 모습은 책임감이 빚어낸 안타까운 그늘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리더의 감정적 고립과 번아웃 과정에서 나타나는 탈진 현상으로 봅니다.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태도는 당장의 불안을 줄여주지만, 결국 자신을 갉아먹게 됩니다.
    ​집에서조차 해결사의 역할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완전히 갈증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아무도 모르게 버티면서 몰라준다고 느끼는 마음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며, 지친 마음이 보내는 당연한 신호입니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완벽한 리더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어 보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상태를 전하는 것은 관리 역량의 부족이 아니라, 팀을 건강하게 오래 이끌기 위한 진정한 용기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671채택률 3%
    3년 동안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임을 감당해 오셨을지 느껴집니다. 팀원들이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해결해 주고, 상부의 요구까지 조율하면서 정작 자신의 어려움은 뒤로 미뤄 오셨네요.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팀장이었겠지만, 본인에게는 잠시도 긴장을 풀기 어려운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팀이 잘 돌아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부족함부터 돌아보게 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새 자신을 쉬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서운함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도움을 바라는 마음과 힘든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함께 있는 것이지요.
    이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습니다. 팀장의 역할은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힘들다는 말은 무능함의 증거가 아니라 지속해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솔직한 표현입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만큼 자신의 마음에도 관심을 기울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1
    책임감 때문에 힘든 마음까지 감추고 버텨오셨으니 얼마나 지치셨을까요
    괜찮지 않을 때는 솔직하게 말해도 되니 이제는 자신을 돌보는 일도 잊지 않으셨으면해요~!
  • 프로필 이미지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074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팀원들을 세심하게 살피며 책임을 다해 오셨지만, 정작 자신의 피로와 마음은 돌볼 여유가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책임감이 강할수록 힘들다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보다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은 맡겨 보셨으면 합니다. 상사에게도 업무량뿐 아니라 지속적인 부담과 피로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세요.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보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팀을 잘 이끄는 사람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힘든 상태를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관리 역량의 부족이 아니라, 오래도록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제는 팀원들을 챙기듯 자신의 마음도 살펴 주시길 응원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818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팀을 맡아온 3년의 세월 동안 팀원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상부의 압박을 홀로 견뎌내며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오신 노고에 깊은 위로와 경의를 표합니다.
    
    팀원들의 짐을 덜어주느라 정작 본인의 연차는 계속 미루고, 휴식 순간조차 업무 알림을 살피며, 집에서조차 마음을 편히 놓지 못한 채 '해결사' 모드를 유지하셔야 했을 피로감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무거웠을 것입니다. 내가 선택한 책임감임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문득 밀려오는 짜증과 허탈함은 결코 이상한 감정이 아닙니다. 그만큼 사연자님의 에너지와 마음의 자원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몸과 마음의 솔직한 비명입니다.
    
    관리자로서의 책임감과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솔직하게 내 상태를 표현하고 마음에 여유를 되찾기 위한 현실적인 기준들을 안내해 드립니다.
    
    '팀의 모든 문제 해결사'에서 '시스템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역할 재정의하기
    
    팀원들이 편하게 물어보는 것은 좋은 신호지만, 모든 질문에 사연자님이 즉각 답을 주는 방식은 사연자님을 지치게 만들고 팀원들의 자립성을 낮춥니다.
    
    팀원이 질문을 해올 때 바로 해결책을 주기보다, "OO님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먼저 물어보며 판단의 공을 팀원에게 가볍게 넘겨주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내 연차와 휴식을 위한 '진짜 부재 연습' 하기
    
    내가 자리를 비우면 팀이 안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은, 사연자님이 그동안 그만큼 훌륭하게 자리를 지켜왔다는 방증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잰걸음 치게 만드는 사슬입니다.
    
    백업 담당자를 지정하고, "정말 긴급한 장애/비상 상황이 아니면 슬랙/메신저로 공유해 주시면 출근 후 일렬로 확인하겠습니다"라는 다정한 공지를 남긴 뒤 단 하루라도 완전한 디지털 디톡스 연차를 다녀오셔야 합니다. 팀은 생각보다 사연자님의 부재를 계기로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약함을 보여주는 것은 '관리 역량 부족'이 아닌 '건강한 리더십'입니다
    
    상사나 팀원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리소스 한계를 표현하고 업무 조율을 요청하는 것은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성숙한 관리 역량입니다.
    
    대화 가이드: "팀의 업무 질을 계속 높게 유지하고 싶은데, 현재 저에게 집중된 판단/조정 업무 과중으로 인해 백업 시스템 정비와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처럼 담백하고 구조화된 언어로 리소스 조율을 요청해 보세요.
    
    집에서의 '회의하는 사람' 스위치 끄기
    
    퇴근 후 현관을 들어서기 전, 스스로에게 "오늘의 관리자 역할 종료, 이제 따뜻한 아빠이자 남편으로 전환"이라고 나직하게 선언해 보세요. 아이나 아내의 이야기에는 결론이나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마시고, 오직 "그랬구나", "참 재미있었겠다" 같은 공감 반응만 건네는 '경청 모드'로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놓으셔도 괜찮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 애쓰지 않아도 사연자님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미더운 리더입니다. 이제는 팀원과 회사뿐만 아니라, 가장 먼저 챙겼어야 할 자기 자신에게도 다정한 쉼과 솔직함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021채택률 5%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의 무게를 나누어 들면서 정작 자신의 무게는 누구에게도 내어놓지 못하셨다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팀원들이 힘들다고 하면 업무를 덜어 주고, 쉬어야 할 때는 편히 쉬라고 말해 주는 작성자님. 그 말들이 진심이기에 자신의 피로는 뒤로 미루고, 누군가의 어려움 앞에서는 또다시 먼저 움직이셨겠지요. 그렇게 3년을 팀을 살피며 지내는 동안, 작성자님은 언제부터 자신의 힘듦을 살피는 일에는 익숙하지 못하게 되셨을까요.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반가움보다 또 무슨 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 잠깐 쉬고 싶어도 그 일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까 봐 쉬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마음이 참 안쓰럽습니다. 몸은 잠시 멈출 수 있어도 마음은 늘 업무 현장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퇴근해도, 가족과 함께 있어도,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 다음 문제를 대비하고 계셨던 건 아닐까요.
    
    특히 팀이 잘 돌아가면 내가 없어도 되나 싶고, 문제가 생기면 내가 더 챙겼어야 했다고 자책한다는 대목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도 자신을 탓하게 된다면, 작성자님은 도대체 언제쯤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 줄 수 있을까요.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느새 모든 문제를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잘해 낸 일조차 안도와 기쁨으로 누리지 못하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아내와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해결책과 결론부터 찾게 된 자신을 발견했을 때, 작성자님도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가족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에서 너무 오랫동안 판단하고 조정하며 긴장한 나머지 마음을 내려놓는 방법마저 잊어버린 건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 줄 여유가 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고 해서, 작성자님이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는 자신에게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버티겠다고 해 놓고 아무도 몰라준다는 생각에 짜증이 난다는 고백도 참 이해가 됩니다.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약해서도, 이기적이어서도 아닙니다. 늘 괜찮은 사람으로 남으려 애쓰다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내 마음을 먼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괜찮다고 대답한 뒤 혼자 속상해지는 마음속에는 어쩌면 이제는 나도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작성자님, 팀원들을 잘 돌보는 것과 작성자님 자신을 돌보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책임감 있는 리더라고 해서 늘 여유로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문제에 즉시 답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 역시 관리 역량이 부족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지금의 업무 방식과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꾸려 하지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우선 누군가 작성자님의 상태를 물을 때, 습관처럼 괜찮다고 답하는 대신 “요즘은 조금 지쳐 있습니다. 저도 업무를 조정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한 번만 솔직하게 말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상사에게도 개인적인 감정만이 아니라 현재의 업무 부담과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함께 이야기해 보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작성자님 자신에게도 팀원들에게 건네던 그 말을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애썼으니, 이제는 조금 쉬어도 괜찮습니다.”
    
    팀을 위해 애써 온 3년의 시간이 작성자님 자신을 잃어버리는 시간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작성자님도 누군가의 상태를 살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날에도 충분히 존중받고 돌봄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는 팀이 괜찮은지 확인하는 하루 끝에, 작성자님 자신에게도 조용히 물어봐 주세요.
    
    “오늘 나는 정말 괜찮았을까? 아니었다면, 나에게 무엇이 필요했을까?”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 일부터 시작하셔도 충분합니다. 늘 다른 사람을 살피느라 뒤로 밀려 있던 작성자님의 마음도 이제는 돌봄을 받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 / 번아웃 인기글

직장생활 / 번아웃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