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감정조절

퇴근하고 집에 바로 못 들어가서 요즘 이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 가서 하기도 좀 창피한데 요즘 제가 하는 행동이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해서 한번 적어봅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12년 정도 했습니다.

 

한 회사에서 오래 일했고 지금은 후배들도 몇 명 있습니다. 특별히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한 6개월 전부터 퇴근하고 집에 바로 들어가기가 싫어졌습니다.

 

가족들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아내하고 사이도 나쁘지 않고 아이하고도 잘 지냅니다. 집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회사에서 퇴근해서 아파트 주차장까지 오면 이상하게 차에서 내리기가 싫습니다.

 

처음에는 차 안에서 휴대폰이나 보면서 10분 정도 쉬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집 근처에 있는 24시간 셀프빨래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날은 운동복을 빨 일이 있어서 갔는데 세탁기가 돌아가는 걸 멍하니 보고 있으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아무도 저한테 말을 걸지 않고, 뭘 물어보지도 않고, 제가 무슨 판단을 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 뒤로 가끔 그 빨래방에 들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요즘에는 빨래할 것도 없는데 거길 간다는 겁니다.

 

그냥 빈손으로 들어가서 구석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누가 들어오면 휴대폰을 보는 척하다가 15분쯤 지나서 나옵니다.

 

한번은 다른 손님이 세탁기 사용법을 물어봤는데 저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왔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제가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봤어요.

 

모르는 사람이 뭘 하나 물어봤을 뿐인데 그 순간조차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누가 저를 찾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일도 있지만 다른 사람 일까지 확인해 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후배가 뭘 물어보면 알려줘야 하고, 일이 잘못되면 중간에서 해결해야 하고, 윗사람이 찾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역할이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저를 믿고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해서 나름 뿌듯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누가 제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속으로 짜증부터 납니다.

 

특히 "잠깐만요"라는 말이 정말 듣기 싫습니다.

 

그 말 뒤에는 거의 항상 제가 뭔가를 해줘야 하는 일이 따라오거든요.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동료가 제 이름을 부르길래 대답도 안 하고 못 들은 척했습니다.

 

분명히 들었는데 그냥 못 들은 척했어요.

 

그 사람이 다시 부르니까 그제야 돌아봤습니다.

 

별것 아닌 행동이지만 그날은 제가 좀 이상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걱정되는 건 집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며칠 전 아내가 저녁을 먹다가 주말에 어디 갈지 물어봤습니다.

 

평범한 질문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또 뭘 정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아무 데나 가자고 대답했는데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당신은 요즘 집에 와서도 아무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조금 뜨끔했습니다.

 

사실 맞는 말이거든요.

 

요즘은 누가 뭘 물어보면 생각해서 대답하는 것 자체가 피곤합니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도 싫고, 주말 약속을 잡는 것도 싫고,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할 때도 누가 대신 골라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회사에서는 여전히 멀쩡하다는 겁니다.

 

농담도 하고, 업무도 처리하고, 사람들과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가 이렇게 지쳐 있다는 걸 아마 모를 겁니다.

 

얼마 전에는 더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빨래방에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가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눈물이 조금 났습니다.

 

슬픈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던 날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이제 집에 가서 다시 아빠 역할도 하고 남편 역할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싫다는 게 아닙니다.

 

저도 가족이 소중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하루 종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있다가 집에 와서도 계속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날은 유난히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더 괴로웠고요.

 

사실 저는 혼자 있는 걸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예전에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했고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먼저 나가자고 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무도 저를 찾지 않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그렇게 좋습니다.

 

가끔은 하루 정도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최근에는 아내가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냐고 물었습니다.

 

차에서 좀 쉬다가 왔다고 했습니다.

 

빨래할 것도 없는데 빨래방에 가서 혼자 앉아 있다 온다는 말은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아내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걱정되고요.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제가 하는 행동이 더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퇴사를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막상 그만두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직장이 특별히 나쁜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문제도 있으니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휴가를 내면 좀 나아질까 싶다가도 며칠 쉬고 다시 돌아오면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궁금한 건 이런 상태도 직장생활에서 오는 번아웃인지입니다.

 

일 자체가 싫어진 건 아닌데 누군가가 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점점 견디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어떻게든 버티면서 정작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에게 줄 여유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가끔은 하루 중 가장 마음이 편한 곳이 집도 회사도 아닌 동네 빨래방이라는 사실이 좀 서글픕니다.

 

혹시 번아웃을 겪어보신 분들도 이런 식으로 행동이 달라지셨나요?

 

그리고 이런 상태를 가족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쉬고 싶다는 말이 가족들과 있기 싫다는 뜻으로 들릴까 봐 그것도 걱정입니다.

 

이제는 빨래방에 가지 않고 평범하게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가던 예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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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익명1
    마음에 휴식이 필요한데 그걸 빨래방에 회전해서 찾으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복적인 움직임이 때론 멍하게 만들어 마음을 평화를 가져다 주곤 하는 거 같습니다 비슷한 걸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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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데이지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249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하루 종일 누군가의 요구에 응답하고 책임을 감당하다 보면,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결정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간절해질 수 있어요. 빨래방에서 느끼는 편안함도 이상한 행동이라기보다 그만큼 심리적 여유와 회복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특히 사소한 질문에도 짜증이 나고, 결정을 내리는 것조차 버거우며, 혼자 눈물이 나는 모습은 정서적 소진이나 번아웃과 관련될 수 있어요. 아내분께는 “가족이 싫어서가 아니라 회사에서 계속 긴장하고 책임지다 보니 집에 오기 전 혼자 쉬는 시간이 필요해”라고 솔직하게 설명하고, 퇴근 후 20~30분 정도 자신만의 회복 시간을 정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 예전처럼 버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부담을 조절하고 회복할 여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혼자 감당하는 역할을 조금씩 나누어보세요. 이미 6개월 동안 일상과 감정에 변화가 이어진 만큼,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소진과 우울 증상을 함께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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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3,358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께서 겪고 계신 마음의 고통은 결코 이상하거나 창피한 행동이 아니랍니다.
    심리사회학적으로 이는 정서적 고갈과 결정 피로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번아웃 증상이에요.
    직장과 가정에서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역할을 계속 수행하느라 자아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입니다.
    누군가의 요구가 없는 셀프빨래방은 작성자님에게 유일하게 자극이 차단된 안전지대였던 셈이지요.
    사회적 역할을 다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심해지면 정작 소중한 관계에 쓸 여유가 사라져 괴로움이 커지게 됩니다.
    아내분께는 가족이 싫은 게 아니라 타인의 기대에 답하느라 잠시 마음의 충전 시간이 필요함을 부드럽게 고백해 보세요.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시고 매일 단 20분이라도 온전히 혼자만의 정적을 누리는 시간을 공식적으로 가져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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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814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빈손으로 빨래방 구석 의자에 앉아 있다가 눈물이 났다는 대목에서 그동안 얼마나 지쳐 계셨는지가 느껴졌어요. 회사에서는 멀쩡하게 웃고 집에서는 가족을 아끼는데도 마음이 가장 편한 곳이 빨래방이라는 사실이 서글프셨을 거예요. 그리고 이런 행동을 이상하다고 창피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하루 종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있다 보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이 가장 절실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말씀하신 상태는 번아웃과 아주 닮아 있어요. 번아웃은 일이 싫어져서만 오는 게 아니라, 오래 책임지고 응대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해온 사람에게 에너지가 바닥나면서 찾아와요. 이름을 부르면 짜증이 먼저 오르는 것, 점심 메뉴 하나 정하기도 싫은 것, 좋아하는 음식조차 누가 골라줬으면 하는 것은 결정과 응대에 쓰는 힘이 고갈됐다는 전형적인 신호예요. 사람을 좋아하던 분이 혼자 있는 시간에 끌리는 것도 성격이 변해서가 아니라 회복이 필요하다는 몸의 요청이에요. 다만 여섯 달 가까이 이어지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으니, 번아웃인지 우울이 겹쳤는지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직장인 마음 상담에서 한 번 점검받아보시길 권해요. 휴가를 내도 돌아오면 똑같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점검해볼 만한 신호예요. 
    
    가족에게는 쉬고 싶다는 말보다 구체적으로 풀어서 전하시는 게 오해가 적어요. 이렇게 말해볼 수 있어요. 요즘 회사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한테 응대하고 결정하느라 기운이 바닥나서, 집에 와서도 바로 대답하고 정하는 게 버거워. 당신이나 아이가 싫은 게 아니라 내 배터리가 방전된 거야. 이 말에는 가족이 싫다는 뜻이 없고 상태와 이유만 담겨 있어요. 빨래방 이야기도 숨기기보다 퇴근하고 삼십 분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랬다고 말씀하시면 오히려 안심하실 거예요. 아내분이 이미 아무 생각을 안 하려는 것 같다고 알아차리신 걸 보면 이미 걱정하고 계실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빨래방에 가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 그 시간을 공식적으로 만드는 쪽이 더 현실적이에요. 퇴근 후 이십 분은 혼자 쉬는 시간으로 가족과 미리 합의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집에 들어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식이에요. 주말 계획이나 메뉴처럼 가벼운 결정은 아내분과 번갈아 정하거나, 후보 두세 개를 미리 받아서 고르기만 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여보세요. 회사에서는 확인과 질문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게 시간을 정해 묻는 방법이나, 급하지 않은 요청은 메신저로 받고 오후 한 번 몰아서 답하는 규칙을 후배들과 정해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윗사람과도 지금 업무 범위가 넓어져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볼 만해요. 중간에서 다 해결해주던 습관을 조금씩 나눠 맡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요.
    
    십이 년 동안 믿고 찾는 사람이었다는 건 그만큼 성실하게 책임을 다해왔다는 증거예요. 지금은 그 책임을 조금 나눌 때이고, 쉬는 것은 가족에게 미안한 일이 아니라 오래 곁에 있기 위한 준비예요. 이번 주에는 아내분께 배터리가 방전됐다는 한 문장만 먼저 전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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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822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12년 동안 한 직장에서 책임감을 다하고 집에서는 든든한 가장으로 살아오며, 온 마음과 에너지를 타인과 일에 모두 쏟아부으신 사연자님의 깊은 고단함이 마음 가득 전해져옵니다. 슬픈 일도 없는데 빨래방 구서 의자에서 울컥 눈물이 나셨다는 대목을 읽으며 가슴 한구석이 깊게 아려왔습니다.
    
    결코 사연자님이 이상해졌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시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일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타인의 요구와 책임감에 끊임없이 응답하느라 뇌와 마음의 회로가 완전히 소진되어 나타나는 아주 대표적인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이자 '감정적 번아웃(Burnout)'의 진실한 신호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사라진 채 직장에서는 '팀장·선배', 집에서는 '아빠·남편'이라는 역할에만 온전히 소모되셨기에, 아무런 역할도 요구받지 않고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아도 되는 셀프 빨래방의 그 소음과 정적이 사연자님에게 유일한 '숨 구멍(안식처)'이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지친 내 마음을 정갈하게 어루만지며, 다시 가족과 일상으로 편안하게 돌아갈 수 있는 실전 가이드를 정리해 드립니다.
    
    '결정 피로'와 '역할 과부하' 상태임을 정갈하게 인정해 주기
    
    내가 가족을 사랑하지 않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하루 동안 수십 번씩 무언가를 판단하고 타인을 배려하느라 내 마음의 에너지 통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일 뿐입니다.
    
    빨래방에 가셨던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한 지극히 본능적이고 건강한 방어 작용이었으니, 가족들에게 미안해하거나 스스로를 죄책감으로 몰아세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20분, 아무 역할도 없는 시간'을 공식화하기
    
    퇴근 후 집으로 들어가기 전, 15분~20분 동안은 차 안이나 벤치 등에서 "지금 나는 아무의 아빠도, 남편도, 선배도 아니다" 하고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전환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용해 주세요.
    
    이 정갈한 쿠션 시간이 있어야 회사에서의 피로를 털어내고 집에 들어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가족에게 내 상태를 지혜롭게 설명하고 양해 구하기
    
    아내에게 "가족이 싫어서가 아니라, 요즘 회사에서 판단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뇌가 너무 지쳤다"고 솔직하게 정갈한 언어로 마음을 전해 보세요.
    
    *"요즘 회사 업무 때문에 결정 피로가 너무 심해서 집에 오면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게 너무 힘들어. 주말 계획이나 메뉴 고르는 건 당분간 당신이 정해주면 고맙겠어,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결코 무책임한 게 아닌 성숙한 소통입니다.
    
    회사에서 '생각의 시차' 두고 거절/유예하는 연습하기
    
    후배나 동료가 "잠깐만요", "이것 좀 정해주세요" 하고 찾아올 때 즉각 대답하려 애쓰지 마세요.
    
    "지금 하던 일이 있으니 30분 뒤에 같이 보자", "메일로 정리해서 남겨주면 확인 후 알려줄게" 하고 정갈하게 시차를 두는 것만으로도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감정 과부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완벽하게 다 해내려고 애쓰기보다, 잠시 내 에너지가 채워질 때까지 스스로에게 "아무것도 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너그러움을 선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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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671채택률 3%
    읽으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버텨오셨을지 마음이 쓰이네요. 빨래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시간이 가장 편하다는 건, 그만큼 하루 동안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는 믿음직한 선배로, 집에서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오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건 아닐까요. 말씀하신 모습은 번아웃이나 정서적 소진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으니 가볍게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혼자 쉬고 싶은 마음은 절대 모순이 아닙니다. 아내에게도 가족이 싫은 게 아니라 요즘 마음의 여유가 많이 줄어들어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세요. 6개월이나 이어진 변화라면 혼자 견디기보다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늘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제는 자신에게도 조금 너그러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025채택률 5%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오래 혼자 애써오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이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늘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하니 정작 자신을 돌볼 여유가 사라진 건 아닐까요.
    
    빨래방에 앉아 있다가 눈물이 났다는 대목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고, 아무것도 해내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싶습니다. 쉬고 싶다는 마음은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동안 맡은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자신의 피로와 감정을 너무 오래 뒤로 미뤄온 건 아닌지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번아웃일 가능성도 있지만, 글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버겁고, 혼자 있는 시간에만 마음이 놓이며, 일상에서 눈물이 날 정도라면 그냥 참고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족에게도 처음부터 모든 마음을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이렇게 말씀해 보시면 어떨까요.
    
    “가족과 함께 있는 게 싫은 건 아니야. 다만 요즘은 회사에서도 계속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집에 와서도 내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지쳐 있어. 당신이나 가족이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돌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그리고 지금 당장 퇴사를 결정하거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선은 퇴근 후 잠시 혼자 쉬는 시간을 확보하고, 휴식이나 업무 조정이 가능한지 살펴보세요. 이런 상태가 계속되거나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상담이나 진료를 통해 마음의 소진 정도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빨래방이 서글픈 장소인 건 그곳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야 비로소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기 전에, 자신에게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늘 가족을 위해 애쓰는 사람도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쉬어도 괜찮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은 얼마든지 함께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 프로필 이미지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077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글을 읽으면서 하루 종일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책임을 감당하고, 퇴근 후에야 비로소 아무에게도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찾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래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많이 소진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겠습니다.
    
    말씀하신 모습은 직장생활에서의 번아웃이나 정서적 소진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 자체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조차 버거워졌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다만 6개월 동안 이런 변화가 이어지고 눈물까지 났다면 단순히 피곤해서 그렇다고 넘기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우선 자신을 예전처럼 빨리 회복시키려고 애쓰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해 보세요. 빨래방에서 쉬는 행동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곳에서만큼은 책임과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다만 그 공간에서 잠시 버티는 것만으로 일상의 소진이 해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업무를 나누거나 후배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정하는 등 책임의 범위를 조정할 방법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가족에게는 미안해하며 혼자 감추기보다 현재의 상태를 솔직하게 나누어 보세요. “가족과 함께 있는 게 싫은 건 아니야. 요즘 회사에서 사람들의 요청에 계속 대응하다 보니 집에 와서도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잠깐 쉬고 싶을 만큼 지쳐 있어. 나를 위한 회복 시간이 조금 필요해”라고 말씀하셔도 좋겠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혼자 쉬고 싶은 마음은 얼마든지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나 이어진 변화라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의 소진 정도와 수면, 기분 상태를 살펴보시기를 권합니다. 꼭 퇴사를 결정한 뒤에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중 잠시라도 아무에게도 필요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를 돌보고 책임지는 역할을 잘해 내기 위해서라도 먼저 자신의 마음을 돌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전처럼 무조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지치게 되었는지 살피고 다시 숨을 돌릴 방법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자님이 자신을 조금 더 편안하게 돌보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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