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 와도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주중에는 주말만 기다립니다.
그런데 막상 토요일 아침이 되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고 싶다고 저장해 둔 영화는 시작한 지 십 분 만에 끄고, 좋아하던 게임도 접속만 했다가 나옵니다. 배달 앱을 한참 보다가 아무거나 시킵니다. 먹고 나면 무슨 맛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산책도 하고 새로 생긴 빵집에도 가고, 별일 없어도 주말이 짧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너무 길고 동시에 너무 빨리 사라집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저녁이 됩니다.

회사에는 나가고 있습니다.
할 일도 크게 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몇 주째 비슷한 상태라 마음에 걸립니다.

친구가 요즘 무슨 일 있냐고 물었을 때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특별한 사건은 없습니다. 설명할 이유가 없으니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어색합니다.

어제는 산책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런데 현관 앞에서 다시 돌아와 누웠습니다. 나가 봐야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 상태를 게으름이라고 부르면 더 움직이기 싫어지고, 우울한 건가 생각하면 제가 너무 쉽게 이름을 붙이는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일단 요즘의 하루를 있는 그대로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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