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를 돌려놓고 빨래가 끝나도 널고 싶은 마음이 안들어요.

요즘 집에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세탁기 종료 알림입니다. 세탁이 끝났다는 소리가 나면 빨래를 널어야 하는데,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다섯 분만 쉬자고 누웠다가 두 시간이 지나고, 결국 다시 세탁기를 돌린 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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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냥 게으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일은 어떻게든 하고, 약속도 크게 어기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집에 오면 작은 일을 이어서 하는 게 이상하게 어렵습니다. 설거지를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고, 샤워를 하려다가 욕실 앞에서 한참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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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세탁기 알림이 울렸는데 그 소리가 괜히 싫어서 휴대폰 볼륨을 껐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기계가 계속 알려주는 것 같았거든요. 나중에 빨래를 다시 돌리면서도 아무 감정이 없었습니다. 아깝다거나 귀찮다거나 하는 마음보다 그냥 또 하면 되지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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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제가 원래 깔끔한 사람이라고 압니다. 실제로 예전엔 정리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향이 좋은 세제를 고르고 옷을 반듯하게 개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어요. 지금은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놔도 그냥 소음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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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매일 울거나 특별히 슬픈 건 아닙니다. 회사에서 농담도 합니다. 그래서 더 헷갈립니다. 마음이 힘들다는 건 알겠는데 말로 설명할 사건이 없어요. 언제부터 이런 상태였는지 물으면 특정 날짜를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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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스스로를 자꾸 꾸짖는 일입니다. 남들은 퇴근하고 밥도 해먹고 운동도 하는데 저는 빨래 한 번 널기 어려우니까요. 그런 비교가 더 힘을 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정도의 무기력도 우울 상태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을까요? 진료를 받아본다면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그리고 그전까지는 하루를 어떻게 작게 나눠보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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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익명1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죠. 한꺼번에 다 하려고 부담 갖기보다 일단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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