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증상이 많이 좋아졌는데 가족들한테는 계속 아픈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장 보러 가는 것도 어려웠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회사도 잘 다니고 있고 주말에는 가족들하고 외출도 합니다.

가끔 불안한 날이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일상생활이 무너질 정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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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조금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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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상태가 나아지는 속도와 가족들이 저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속도가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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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팠을 때는 남편이 정말 많이 도와줬습니다.

병원에도 같이 가주고 제가 불안해할 때는 하던 일도 멈추고 옆에 있어 줬어요.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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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이야기해도 남편은 여전히 저를 걱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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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혼자 대형마트에 가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굳이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혼자 다녀올 수 있다고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같이 가자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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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같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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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이 장을 보고 나왔는데 남편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오늘은 괜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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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트에 다녀온 건데 무슨 어려운 일을 무사히 끝내고 온 사람처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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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저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니까 별생각 없이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조금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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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입장에서는 당연히 걱정되겠죠.

한동안 제가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다 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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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이제 좀 평범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마트에 갔다 오면 뭘 샀는지 물어보고, 음식이 비쌌는지 싸게 샀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괜찮았는지,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심장이 뛰지는 않았는지 매번 확인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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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모임이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참석하지 못했겠지만 이번에는 저도 한번 가보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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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편이 그 이야기를 듣더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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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기분이 좀 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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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무작정 괜찮다고 우기는 건 아닙니다.

제 몸 상태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해보려고 하는 건데 남편은 제가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할 때마다 걱정부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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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기 전에 남편이 뭐라고 할지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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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남편한테 그만 걱정하라고 화를 낼 수도 없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 옆에서 제일 고생한 사람이 남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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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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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남편이 그러더군요.

"당신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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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합니다.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겪은 일인데 어떻게 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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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힘들었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그때의 저처럼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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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무슨 뜻으로 이야기했는지는 압니다.

다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겠죠.

그래서 그날도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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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가끔 불안한 날이 있습니다.

괜찮아졌다고 해도 완전히 증상이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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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에는 남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가도 망설여집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불안하다고 하면 앞으로 더 걱정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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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반대로 힘든 걸 숨기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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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잠깐 불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오래가지 않았고 조금 쉬니까 괜찮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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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그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그냥 안 했습니다.

남편이 들으면 다음 날부터 출근할 때마다 괜찮으냐고 물어볼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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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숨기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가족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와서 제 상태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서로 더 불안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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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남편이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다녀오라고 했는데 남편이 몇 번이나 괜찮겠냐고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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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괜찮다고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가 집에 혼자 있는 게 그렇게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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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별말 없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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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혼자 저녁을 먹으면서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서운한 건 걱정해 주는 행동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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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믿어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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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직도 제가 언제든 다시 크게 아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저 역시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고 치료도 계속 받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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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런 가능성 때문에 일상적인 일을 할 때마다 가족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건 조금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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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남편도 그때 많이 놀랐을 텐데 제가 너무 제 입장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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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몸이 좋아졌다는 걸 직접 느끼지만 남편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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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상담받을 때 한번 꺼내볼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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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 증상이 심했을 때 가족들에게 도움받았던 분들은 좋아진 뒤에 관계를 어떻게 조절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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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이제 괜찮으니까 믿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아니면 가족도 다시 안심할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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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맙습니다.

그 마음이 없어졌으면 하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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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가 혼자 마트에 갔다 와도, 약속을 잡아도, 가끔 피곤하다고 말해도 그걸 전부 공황장애와 연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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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시작한 뒤로 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 앞에서는 아직도 작년에 가장 힘들었던 그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 가끔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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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동안 저 때문에 남편도 얼마나 불안했을지 생각하면 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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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남편이 서운해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댓글2
  • 익명2
    회복 중인데 걱정 어린 시선이 부담스러우시군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전해보세요. 
  • 익명1
    공황 증상이 많이 좋아지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가족들은 여전히 예전의 모습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 서운하고 답답하겠죠. 회복은 증상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인식도 천천히 바뀌어야 하는 과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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