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끝났는데 저는 아직 조수석에 있는 기분입니다

몇 달 전에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큰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었고, 다친 곳들도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예요. 주변에서도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하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제는 차를 탈 때예요.
아직 운전석에 앉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데, 앞차와 간격이 조금만 좁아져도 저도 모르게 발에 힘이 꽉 들어갑니다. 그냥 신호에 맞춰 정상적으로 멈추는 상황인데도 손잡이를 꽉 잡게 되더라고요. 남편이 천천히 가고 있다고 계속 말해줘도 몸이 마음처럼 진정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뒤에서 경적 소리가 들렸는데, 순간적으로 사고 당시 장면이 확 떠올라서 눈물이 났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멍하게 있었어요.

이런 반응들 때문에 요즘은 약속을 많이 줄이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는 곳이면 아예 약속을 잡지 않게 되고, 여행 이야기가 나와도 즐거움보다는 이동 시간부터 계산하게 됩니다.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건 알지만, "이제 그만 잊어버려라"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도 일부러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몸은 다 나았는데 왜 아직도 그러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꾸 위축됩니다. 상담을 받으러 가자니 사고 당시 이야기를 자세히 해야 할 것 같아 겁이 나고, 그래서 예약 화면만 몇 번이나 켰다 껐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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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교통사고 이후 겪고 계신 불안과 긴장은 몸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보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보호 반응입니다.
    ​신체적 부상이 회복되었더라도 감정과 신경계가 입은 충격은 완치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잊어라"라는 주변의 말에 마음이 더 무거우셨겠지만, 의지로 조절되지 않는 심리적 여파는 결코 작성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처음부터 사고 순간을 억지로 꺼내어 재현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현재 겪고 계신 불안감을 다루고, 일상에서의 신체적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독촉하지 마시고 마음의 페이스에 맞추어 천천히 적응해 나가시길 바라며, 망설이던 마음을 다잡고 상담 전문가의 따뜻한 조력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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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작성자님, 사고는 끝났고 몸도 많이 회복되었지만 마음과 몸은 아직 그날의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남편이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앞차와의 간격이나 갑작스러운 경적 소리에 몸이 먼저 긴장하고 사고 장면이 떠오르는 건 작성자님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니겠지요.
    
    주변에서는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다행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두려움이 남아 있을 수 있어요. 몸의 상처가 아물었다고 마음까지 같은 속도로 회복되는 건 아니니까요. 
    
    아무렇지 않은 척 목적지에 도착하고, 집에 돌아와서야 멍하니 시간을 보내셨다는 부분에서 그동안 혼자 감당해 온 긴장과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쓰입니다.
    
    사고를 잊으라는 말도 참 막막하셨을 것 같아요. 잊고 싶지 않아서 기억하는 게 아닌데, 잊으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힘든 자신이 잘못된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약속을 줄이고 여행을 망설이는 것도 단순히 예민해서가 아니라, 다시 그 두려움을 마주할까 봐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음일 수 있겠지요. 다만 그 두려움 때문에 일상의 즐거움까지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 이제는 작성자님 혼자 견디기보다 도움을 받아도 좋겠습니다.
    
    상담을 받으려 해도 사고 당시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야 할까 봐 겁이 나신다는 마음도 이해돼요.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이야기를 꺼내놓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예약할 때도 사고 이후 차를 탈 때 불안과 긴장이 심해졌다고만 전하셔도 충분해요.
    
    작성자님, 사고 이후의 회복은 사고가 나기 전의 자신으로 단번에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다시 조금씩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쌓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당장 운전대를 잡거나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작성자님에게 맞는 속도로 회복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사고는 몇 달 전에 끝났지만, 그날의 두려움은 아직 현재에 남아 있는 거겠지요. 그러니 이제 그만 잊으라는 말 대신, 아직 무섭구나, 그동안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위로를 먼저 받으셨으면 합니다. 작성자님은 충분히 애쓰고 계시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익명1
    상담이 아직 부담스러우시면 굳이 무리해서 예약 버튼 안 누르셔도 괜찮으니까, 오늘은 일단 놀란 마음부터 따뜻한 물 마시면서 토닥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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