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제가 너무 무기력해진 것 같아서 혹시 우울증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게 제일 컸어요. 예전에는 퇴근하고 친구도 만나고 집안일도 미리미리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퇴근하면 씻는 것조차 미루게 되더라고요.
주말에도 마찬가지였어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계속 누워 있고 싶었고 약속이 잡히면 나가기 전부터 피곤하게 느껴졌어요. 좋아했던 드라마나 예능을 봐도 예전처럼 재미가 없었고요.
처음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래서 주말에 푹 자보고 운동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달라지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우울증 자가검진을 보게 됐고 저도 한번 해봤어요.
결과는 우울 안정 상태로 나왔습니다.
조금 의외였어요. 저는 나름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결과를 보고 안심은 됐지만 그렇다고 제가 느끼던 무기력까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자가검진 결과만 가지고 괜찮다고 넘기지는 않았어요. 제가 최근에 왜 이렇게 지쳤는지 생활을 하나씩 돌아봤습니다.
생각해보니까 몇 달 동안 회사 일이 계속 바빴고 잠자는 시간도 들쭉날쭉했어요. 쉬는 날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밀린 집안일이나 회사 생각을 하고 있었고요.
일단 수면부터 바로잡았습니다. 늦게 자는 습관을 줄이고 가능하면 비슷한 시간에 잠들려고 했어요. 퇴근 후에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눕는 대신 저녁을 먹고 15분이라도 걸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하기 싫은 날에는 억지로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설거지만 해도 오늘 할 일 하나는 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몇 주 보내니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처음처럼 하루가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친구를 만나서 웃기도 하고 예전에 좋아했던 취미도 조금씩 다시 하고 있어요. 물론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예전처럼 그런 날을 무조건 나쁜 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게 됐습니다.
이번에 느낀 건 자가검진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 하나만 가지고 내 상태를 단정하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반대로 결과가 안정적이라고 나왔다고 해서 내가 힘들었던 감정까지 무시할 필요도 없고요.
자가검진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과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현재 내 상태를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계속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상태가 이어져 일상생활까지 힘들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전문가에게 상담받아보셨으면 합니다. 꼭 심각해진 다음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