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제가 게을러진 줄 알았어요.
퇴근하면 씻는 것도 미루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거든요. 주말에도 약속이 없으면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요.
예전에는 쉬는 날이면 밀린 집안일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밥 차려 먹는 것조차 귀찮았어요.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딱히 슬픈 일이 없는데도 계속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는 거예요.
"내가 혹시 우울증인가?"
이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괜히 겁도 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우울증 자가검진부터 해봤어요.
결과는 우울 안정 상태였어요.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가 나와서 안심은 됐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았어요.
분명 제 생활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결과만 보고 넘기지 않고 최근 몇 달을 한번 되짚어봤어요.
그랬더니 이유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더라고요.
회사에서 계속 야근을 했고 잠자는 시간도 들쭉날쭉했어요. 쉬는 날에도 업무 연락을 확인하고 있었고, 제대로 쉬면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걸 깨닫고 나서는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보다 "지금 너무 지쳐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때부터 욕심을 조금 내려놨어요.
퇴근하고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놓으려고 하지 않았고 하루에 한 가지만 해도 괜찮다고 정했습니다.
저녁에는 동네를 천천히 걷고
잠들기 한 시간 전에는 업무 연락이나 SNS를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별것도 아닌 걸 한다 싶었는데 이런 생활을 몇 주 이어가니까 확실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조금 편해졌고 예전에는 귀찮아서 미뤘던 일들도 하나씩 다시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붙잡혀 있던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기분이 축 처지는 날은 있어요.
그럴 때는 또 예전처럼 저를 몰아붙이지 않으려고 해요.
잠이 부족했는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아닌지 먼저 살펴보고 하루 정도는 쉬어가기도 합니다.
이번 자가검진을 하면서 저는 오히려 제 생활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어요.
결과가 안정 상태라고 나왔다고 해서 힘들었던 감정이 가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혼자 진단을 내릴 수도 없는 거잖아요.
자가검진을 해볼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너무 겁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과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내 생활이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울한 기분이나 무기력이 계속되거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면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예전에는 정말 힘들어져야 상담을 받아도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도 나를 돌보는 방법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