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에는 밤을 새우는데 왜 필요한 일은 시작도 못 할까요

주말에 취미로 만드는 영상이 있어요. 장면을 고르고 음악을 붙이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배고픈 것도 늦게 알아차려요. 그런데 회사에서 제출해야 하는 간단한 정산서는 일주일째 미루고 있어요. 금액을 확인하고 항목에 맞게 입력하면 되는 일인데 파일을 여는 것부터 이상하게 버거워요.

이 차이 때문에 저도 저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정말 집중을 못 하는 사람이면 영상 작업도 못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고, 결국 하기 싫은 일을 피하는 데 이유를 붙이고 있나 싶어요. ADHD 평가를 권유받았지만 예약을 해 놓고도 제가 괜히 과장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어요.

가장 힘든 시간은 일을 안 하는 동안이에요. 편하게 놀지도 못하거든요. 밥을 먹어도 정산서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씻을 때도 오늘은 해야 한다고 다짐해요. 그러다가 책상에 앉으면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이 떠올라요. 거래 내역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고, 폴더 이름도 통일해야 할 것 같고, 지난달 자료까지 찾아보다 보면 처음 하려던 일에서 멀어져요.

결국 마감 직전에 급하게 해냅니다. 주위에서는 어쨌든 했으니 됐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그걸 끝내기까지 며칠을 불편하게 보냈는지 알고 있어서 마냥 다행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끝나면 기쁘다기보다 겨우 혼날 일을 피했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취미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그럴 에너지로 회사 일을 하라고 해요. 반박할 말이 없어요. 저도 시간을 나눠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실제로는 해야 할 일 앞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지쳐 버리는 날이 많아요. 그 뒤에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면 갑자기 정신이 드는 것 같아서 더 죄책감이 생깁니다.

이번에는 마감 시간을 지키는 요령만 묻기보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저를 한심하게 보는 마음도 함께 상담받고 싶어요. 일을 못 끝낸 날이면 그날 잘한 다른 일까지 전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요즘은 더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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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익명4
    좋아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은 마음가짐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필요한 일을 작은 단계로 나눠서 딱 5분만 시작해보면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되더라고요. 
  • 익명3
    좋아하는 일에는 몰입할 수 있다고 해서 해야 할 일에도 같은 에너지를 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탓하기보다 어떤 부분에서 시작이 어려운지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셨으면 좋겠어요. 
    ADHD 평가를 받는 것도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니 자신을 탓하기보다 평가를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가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2
    해야 할 일을 미루는 행동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까지 살펴보려는 점이 중요하게 느껴져요. 업무의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고, 지금 겪는 어려움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필요한 도움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 익명1
    좋아하는 일에는 깊이 몰입하면서도 꼭 해야 하는 일은 시작조차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런 차이가 단순히 의지나 성실함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어요. ADHD가 있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어려움이지만 다른 원인도 있으니 스스로 과장한다고 단정하지 말고, 이미 예약까지 하셨다면 평가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차근차근 알아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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