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래 남이랑 비교를 많이 하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주변에서 누가 잘되면 진심으로 축하해 줬고, 나보다 형편 좋은 사람이 있어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기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생각보다 속 좁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지금도 두세 달에 한 번은 꼭 만나는 친한 친구가 있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거예요.
처음엔 정말 축하해 줬습니다. 어디인지, 몇 평인지 물어보면서 운이 정말 좋았다고 같이 기뻐해 줬죠. 친구도 신이 나서 한참 설명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통화를 하다 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조금씩 가라앉는 게 느껴졌습니다.
친구는 이제 새 아파트 들어갈 생각에 들떠 있는데, 저는 여전히 전세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당장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은 아니에요. 나름대로 저축도 하고 먹고사는 데 지장 없지만, 몇 년째 집값만 알아보다가 계약까지는 못 가고 있는 상태였거든요.
통화를 끝내고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친구가 당첨됐다는 그 아파트를 검색해 본 겁니다. 분양가는 얼마인지, 주변 시세는 어떤지,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한참을 찾아봤어요. 경쟁률까지 확인하면서 '얘가 진짜 운이 좋았구나' 하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더라고요.
여기까지만 해도 좀 웃기죠. 진짜 부끄러운 건 그다음이었어요. 그 아파트의 단점을 찾기 시작한 겁니다. 상권이 부족하다느니, 교통이 불편하다느니 하는 부정적인 글들을 찾아봤어요. 그런 글들을 보니까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심지어 잔금 마련이 힘들 거라는 댓글을 보고는 '친구도 앞으로 고생 좀 하겠네'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 순간 현타가 세게 왔습니다. 친구가 자랑을 하며 저를 무시한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일이 생겨서 친한 친구에게 소식을 전한 것뿐인데... 저는 혼자 앉아서 그 기쁨에 흠집을 내고 있었더라고요.
아내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는 "잘됐다, 이제 집 걱정 덜었겠네"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겉으로는 맞장구를 쳤지만 속으로는 그 말조차 듣기 싫었습니다. 아내가 저를 비교하거나 부담 주는 사람이 전혀 아닌데도, 그날따라 제가 집 하나 마련 못한 사람처럼 느껴져서 괴로웠습니다.
며칠 뒤 단톡방에 친구가 계약 사진을 올렸을 때도, 축하한다는 말은 남겼지만 그 뒤로는 일부러 채팅방을 잘 안 봤어요. 또 아파트 이야기가 나올까 봐 무서웠거든요.
그 친구가 싫은 게 절대 아닙니다. 20년 넘게 알고 지냈고 힘들 때 서로 도왔던 소중한 친구예요. 친구가 집을 샀다고 해서 저한테 손해가 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자꾸 제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이상한 건 다른 친구들이 승진하거나 좋은 차를 샀을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는 거예요. 부럽긴 해도 금방 잊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집 문제는 왜 이렇게 오래 남을까요. 아마 저도 오랫동안 집 마련을 갈망해 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미뤄왔는데, 친구가 먼저 앞서가니 제가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든 것 같아요.
솔직히 당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집값이 너무 크게 오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잠깐 했습니다. 쓰면서도 정말 부끄럽네요.
얼마 전에는 친구가 입주 전에 구경 오라고 했는데, 예전 같으면 바로 좋다고 했을 텐데 이번엔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며 얼버무렸습니다. 직접 보면 더 비교하게 될 것 같아서 겁이 났거든요.
관계를 끊고 싶은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예전처럼 편하게 만나고 싶은데, 이제는 친구를 보면 자꾸 집 생각이 나요. 친구가 하는 말이 다 자랑처럼 들릴까 봐 걱정도 되고요.
며칠 전에는 제가 또 그 아파트를 검색하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제는 거의 습관처럼 들여다보고 있더라고요. 친구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제 삶에 아무 영향이 없는데 말이죠.
그걸 깨닫고 나니 제 자신이 너무 싫어졌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남의 좋은 소식 하나에 이렇게 흔들릴 줄 몰랐어요.
비교하지 말고 내 인생에 집중하라는 말,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제로는 너무 어렵네요. 이런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부러워하는 것까지는 자연스럽다 쳐도, 단점을 찾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요.
괜찮은 척할수록 더 신경 쓰이고 괴롭습니다. 혹시 저처럼 가까운 사람의 경사에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분이 나빴던 경험 있으신가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아니면 제가 제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사실 제가 친구보다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건지, 그냥 집 걱정 없이 살고 싶은 건지도 헷갈립니다. 친구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제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면 얼마나 황당해할까요.
제가 이런 사람인 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남들에겐 절대 말 못 할 것 같아 여기라도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