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감정조절관계·소통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부엌부터 정리하고 빨래를 돌렸어요. 어제 널어놓은 빨래는 걷어서 개고, 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여 청소기까지 돌렸네요. 그러고 나서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때가 다 됐더라고요. 잠깐 앉아서 쉬려고 했는데 싱크대에 설거지할 그릇이 또 쌓여 있는 걸 보니 한숨부터 나왔어요.

 

집안일이라는 게 참 이상해요.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저녁이 되면 또 해야 할 일이 생기잖아요. 밥을 해놓으면 설거지가 나오고, 빨래를 해놓으면 다음 날 또 빨랫감이 쌓이고요. 청소도 하루 이틀 안 하면 금방 티가 나니까 그냥 모른 척하기가 어렵네요.

 

젊었을 때는 이 정도 일은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가족들 밥 챙기고 집안 깨끗하게 해놓는 게 제 일이려니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피곤해져요. 허리 한번 펴고 앉아 있으면 또 뭘 해야 할지 생각부터 하게 되니 제대로 쉬는 시간도 없는 것 같아요.

 

더 서운한 건 가족들이 이런 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집이 깨끗하면 원래 그런 줄 알고, 밥이 차려져 있으면 그냥 먹고 일어나요. 그런데 제가 하루라도 청소를 안 하거나 반찬을 대충 차리면 그건 또 금방 알아차리더라고요. 평소에 해놓은 건 보이지 않고 안 한 것만 눈에 띄는 건가 싶어서 속상할 때가 있어요.

 

얼마 전에는 저녁 준비를 하다가 남편한테 식탁 좀 닦아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조금 있다가 하겠다고 하더니 텔레비전만 보고 있더라고요. 결국 제가 닦았는데 나중에 왜 그냥 했냐고 묻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데 순간 화가 났어요. 부탁했을 때 해줬으면 될 일을 왜 제가 또 기다리고 말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렇다고 매번 잔소리하기도 싫어요. 이것 좀 해달라, 저것 좀 치워달라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저만 잔소리 많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제가 하는 게 빠르겠다 싶어서 움직이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모든 일이 다시 제 몫이 되네요.

 

가끔은 집안일을 하루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밥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고 그냥 누워서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쉬고 싶은 날이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렇게 있으려고 하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자꾸 신경 쓰여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가 먼저 일어나서 치우고 있으니 제 성격도 참 답답하죠.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집안일은 끝이 없고 가족들은 알아주지도 않는다고요. 그럴 때는 다들 비슷하게 사는구나 싶다가도 왜 이렇게 당연한 일이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밖에서 하는 일은 수고했다고 말해주면서 집에서 하루 종일 움직이는 건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는 게 좀 서글퍼요.

 

사실 대단한 걸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매번 고맙다고 말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제가 힘들어 보이면 먼저 설거지라도 해주고 오늘은 좀 쉬라고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작은 말이나 행동 하나면 피곤한 마음도 조금은 풀릴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동안 제가 너무 알아서 다 해준 것도 문제였나 싶어요.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주려고 먼저 움직였는데 이제는 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하는 일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렇다고 갑자기 손을 놓자니 집안이 엉망이 될 것 같고, 계속 하자니 저만 힘들고 참 어렵네요.

 

요즘은 집안일을 하다가도 이걸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몸이 건강할 때야 어떻게든 하겠지만 앞으로는 지금처럼 움직이기도 쉽지 않을 텐데 가족들도 조금씩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 혼자만 집을 책임지는 사람처럼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다른 분들도 집안일을 아무리 해도 끝이 없고 가족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할 때 있으신가요? 이제라도 가족들에게 일을 나눠서 하자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제가 너무 완벽하게 해놓으려고 애쓰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들 집안일은 어떻게 나눠서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댓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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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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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수 4,085채택률 5%
    그동안 얼마나 혼자 애써오셨을지 느껴져 마음이 쓰이네요. 아침부터 빨래하고 청소하고 식사 준비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데, 정작 가족들은 그런 수고를 잘 알아주지 않으니 얼마나 서운하실까요.
    
    특히 남편분의 무관심이 더 마음 아프게 느껴집니다. 
    
    아내가 아침부터 집안일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도 먼저 나서서 도와주기보다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자기 할 일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식탁을 닦아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조금 있다가 하겠다며 미루고, 결국 아내가 직접 일을 마친 뒤에야 왜 그냥 했느냐고 묻는 상황은 참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아내가 왜 부탁했는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는 생각하지 못한 채 결과만 보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사실 아내가 바라는 건 남편이 집안일을 전부 대신해주는 것도, 매번 대단한 칭찬을 해주는 것도 아닐 텐데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이 깨끗하고 밥상이 차려져 있다면 그저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거겠지요. 아내가 하루 종일 움직였다는 걸 알아차리고 먼저 설거지를 해주거나, 오늘은 많이 피곤했겠다며 한마디 건네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텐데 말입니다.
    
    더욱 속상한 건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지친다는 점인 것 같아요. 몇 번이고 부탁해야 하고, 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결국 참지 못해 직접 하게 되면 어느새 집안일은 다시 아내의 몫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러다 보면 남편과 함께 살면서도 집안일만큼은 혼자 책임지는 기분이 들고,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면 괜히 잔소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속으로 삭이게 될 수도 있겠어요.
    
    이제는 남편분도 집안일을 단순히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누어 맡아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일을 먼저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겠지요. 아내가 지쳐 보일 때 먼저 다가가고, 집안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함께 고민하는 것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가족을 위해 애써오신 만큼 이제는 작성자님도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편히 쉴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모든 일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남편분도 아내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묵묵히 해왔는지 돌아보고,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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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map
    청소년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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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수 2,138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하루 종일 가족들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는데도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잠깐 쉬는 것조차 마음 편하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해놓은 일은 눈에 띄지 않고 하지 않은 일만 보일 때 느끼는 서운함도 충분히 공감됩니다.
    
    집안일은 반복되는 특성상 그 수고가 쉽게 잊히고, 한 사람이 먼저 알아서 처리할수록 다른 가족들은 그 책임을 덜 의식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이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선 가족들과 집안일을 구체적으로 나눠 보세요. 남편에게 식탁을 닦아달라고 매번 부탁하기보다 식사 후 정리는 남편이 맡는 식으로 역할을 정하면 작성자님이 일일이 챙기는 부담도 줄어듭니다. 그리고 청소나 반찬도 매번 완벽하게 하기보다 오늘 꼭 필요한 일만 하고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뤄 보세요. 집안일을 조금 덜 한다고 해서 가족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가족을 돌보는 일만큼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가족들이 불편해할까 봐 혼자 애쓰기보다 힘들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고, 쉬는 시간을 먼저 확보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충분히 애써 오셨으니 이제는 조금 덜 해도 괜찮습니다. 혼자 짊어졌던 부담을 가족과 나누고, 작성자님도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익명2
    올려주신 글을 읽으며 그동안 작성자님께서 가정을 위해 묵묵히 짊어지셨을 고단함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참 무거워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같이 이어지는 수고를 가족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길 때, 그 서글픔과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셨을 테지요. 대단한 보상보다도 그저 고생했다는 따뜻한 눈빛 한 번,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바라셨을 그 마음에 깊이 공감합니다.
    
    가족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 오신 세월이 깊은 만큼, 이제는 작성자님의 지친 몸과 마음을 먼저 돌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만큼은 집안일에 대한 염려를 조금 내려놓으시고, 그동안 애쓰신 자신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물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익명3
    작성자
    제 마음을 고스란히 알아채 주시고 무거운 짐을 같이 느껴주셔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대단한 보상보다 그저 고생했다는 그 한마디가 너무 듣고 싶었나 봅니다. 제 삼십 대, 사십 대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아 큰 힘이 돼요. 오늘 저녁은 정말로 집안일 신경 쓰지 않고 제 몸부터 누여보려고 합니다. 따뜻한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익명1
    가족을 향한 책임감으로 평생을 헌신해 오셨지만, 나이가 들며 체력적 한계와 마음의 서운함이 찾아오신 상황은 매우 자연스럽고도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잔소리가 되거나 가정의 평화가 깨질까 염려되어 혼자 감당해 오셨겠지만, 이대로 지속된다면 작성자님의 몸과 마음이 먼저 소진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들에게 '그동안 미처 말하지 못했던 체력적인 부담과 서운함'을 차분하고 진중하게 전달하실 시점인 듯합니다. 화를 내거나 탓하기보다는,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예전처럼 혼자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정중하게 협조를 구해보세요. 설거지나 청소 등 구체적인 역할을 가족들과 공식적으로 분담하시고, 조금 완벽하지 않더라도 가족들이 스스로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느긋함도 필요해 보입니다. 부디 지혜롭게 역할을 나누어 마음의 짐을 가벼이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익명3
    작성자
    보내주신 말씀처럼 이대로 혼자 다 감당하다가는 제 몸과 마음이 먼저 다 타버릴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듭니다. 화를 내기보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다’고 제 조용한 진심을 전해보라는 말씀이 마음에 쏙 와닿네요. 가족들이 집안일을 엉성하게 해놓아도 다시 제 손으로 고치지 않고, 꾹 참고 지켜보는 느긋한 연습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정표를 짚어주셔서 감사해요.
  • 프로필 이미지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3,417채택률 8%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혼자서 모든 짐을 떠안고 견뎌온 시간이 얼마나 무겁고 버거우셨을지 깊이 공감해요.
    ​가족들의 당연한 태도 속에서 마음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감정이에요.
    ​심리사회학적으로 볼 때 가사 노동이 한 사람에게만 전담될 때 관계의 불평등은 만성적인 소진을 불러와요.
    ​이제는 혼자서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의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으셔도 괜찮아요.
    ​작은 일부터 명확하게 역할을 나누어 요구하며 서로의 수고를 존중받는 변화를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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