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가점검 중 우울증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심한 우울 상태 29점
일상 유지가 어려울 만큼 우울감이 깊어져 적극적인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상태
제 나잇대 평균 점수보다 4점이 더 높게 나왔어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가만 생각해봤는데...
글쎄요. 모르겠네요.
그 어려움의 이유를 하나로 특정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회사가 아닐까 싶어요.
회사일이 날이 갈수록 힘에 부치고, 요 근래에 회사 관련 스트레스가 저에게는 가장 큰 어려움이에요. 그래서 검사 결과도 이렇게 나온 것 같아요.
쳇바퀴처럼 늘 반복되는 삶만 살다보니 번아웃도 와서 그런지 그냥 삶에 재미가 없네요.
우울증자가점검하면서 눈에 띄는 질문들이 있더라고요.
요즘 우는 날이 많아지진 않았나요?
라고 나오는데 울 기력이 없어서...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나온다에 답했어요.
우는 날이 많다가 아니라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속상한 일이 있으면 울면서 감정을 풀었을 텐데, 지금은 너무 지쳐서 그런지 슬픈 일이 있어도 눈물이 잘 안 나요.
감정이 없는 건 아닌데 울어서 풀어낼 힘조차 없는 느낌이랄까요.
죄책감을 느낄 때가 있나요? 라는 질문에는 아니요 라고 했어요.
예전엔 일이 잘 안 풀릴때나 무슨일이 생겼을때 내가 생각한 거랑 다르게 일이 흘러가고, 인간관계에서도 안좋은일이 생기면 엄청 우울해했거든요.
난 왜그러지 내가 뭘 잘못한거지 했었는데 이젠 그냥 달관한 것 같아요.
체념, 달관, 아무런 감정이 안든다 에라 모르겠다....하는느낌?
이젠 별 감정이 생기지 않는 상태에 가까운 것 같아요.
너무 오래 지치다 보니 예전처럼 무언가에 크게 실망하거나 화낼 에너지조차 남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의 어려움이 어쩌면 내가 받아야 할 결과라는 생각이 드나요? 라는 질문에는.
이 질문에는 조금 생각이 많아졌어요.
사람이라면..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걸 알고 그래야만 하지만..
힘이 들면 나도 모르게 쳐지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내 실력대로 또는 내 마음과 의지는 그게 아닌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늘 좋은 결과만 있을 순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지치면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고요.
그래서 이 어려움도 그냥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검사 결과를 보고 처음에는 조금 놀랐어요.
왜냐면 저는 이미 우울증 약을 먹고 있거든요.
병원에 가보라는 가족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스스로 병원에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제 발로 병원에 가게 되었고
약은 데스벤라팍신 25mg, 브린텔릭스 5mg 복용한지 5년 됐어요.
우울증이라는게 약을 먹으면 좋아지는 상태가 평~생 똑같이 지속되는 건 아니거든요.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기분이 다운될 때도 있고 좋아질 때도 있어요.
지금은 마음이 좀 힘든 상태지만 늘 이랬던 건 아니에요.
그래서 이번 자가점검 점수가 높게 나온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어요.
저도 요즘 예전처럼 즐겁고 활기찬 상태는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나름대로 스스로 노력도 하고 있기는 해요.
그렇다고 검사 결과를 보고 당장 뭔가를 크게 바꾼 건 아니고..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으려고 하고, 힘든 날에는 그냥 쉬기도 하고, 기분을 환기할 수 있는 취미 생활도 조금씩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일단 저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고, 마음을 잘 추스르고 지금 겪고 있는 스트레스도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선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은 꾸준히 다닐 계획이고요.
약도 제 판단으로 임의로 바꾸거나 중단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관리할 거예요.
저는 이번 점검을 계기로 지금 제 상태를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한번 들여다보는 계기는 되더라고요.
그리고 약을 먹고 있어도 마음이 힘든 상황은 찾아올 수도 있단 현실을 알게 되어서 저는 오히려 더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해요.
약을 먹는데 왜 나는 또 우울하지? 라는 죄책감이나 불안은 없네요!
치료도 꾸준히 받고, 스트레스도 하나씩 풀어가면서 다시 제 일상의 평화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번아웃 이후 삶의 재미가 사라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오래 이어지고 있다면, 자가점검이라도 해보시길 바래요.
병원에 가는 것이 힘들다면, 내 상태가 어떤지 미리 아는 것도 좋으니까요.
약을 먹고 있다고 해서 항상 괜찮은 것도 아니고, 힘든 시기가 다시 찾아왔다고 해서 치료가 실패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힘든 분들도 너무 괜찮은 척하지 마세요. 일단 내가 힘들다는 것부터 인정해주는 것도 충분히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