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저와 같은 마음을 느껴보신 분이 계시다면 이야기 좀 나눠주세요.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13년째 로니와 함께 살고 있는 로니엄마입니다.

 

로니는 올해 추정 나이 18살이에요.

13년을 함께 살다 보니 이제는 반려견이라는 말보다 그냥 우리 가족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아이입니다.

 

그런 로니가 지난 8월 초 갑자기 쓰러지면서 오른쪽 뒷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됐어요. 걷는 것도 힘들어졌고 대소변도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져서 한동안 제가 거의 모든 걸 도와줘야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로니를 보면서 마음이 참 많이 힘들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얼마나 더 함께할 수 있을까?’

‘혹시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좋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자꾸 앞날을 걱정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얼마 전부터 로니가 세 다리로 조금씩 걷기 시작했고, 배변도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처럼 걷지는 못하지만 힘겹게라도 스스로 움직이고 볼일을 보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고맙고 기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어요.

언젠가 로니에게 정말 큰 변화가 왔을 때 제가 아무것도 몰라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반려견 사후관리 세미나에도 다녀왔어요.

 

막상 다녀오고 나니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내가 너무 일찍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 내 곁에 멀쩡히 살아 있는 아이를 두고 왜 벌써 그런 것까지 알아보고 있는 걸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미리 알아두는 것도 로니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어요.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아무것도 몰라 허둥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제 주치의 선생님께서 제가 너무 앞서 걱정한다고 조금 혼내셨어요.

아직 장례나 휠체어 같은 것을 걱정하기에는 이르다고요.

그러면서 “로니가 아직 죽을 생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웃음도 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뭉클했어요.

 

그러고 집에 돌아와 한참 생각했습니다.

내가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아직 로니는 내 곁에 있고, 밥도 먹고, 조금씩 걷기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 왜 자꾸 아직 오지도 않은 이별을 미리 걱정하고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로니를 돌보다가 저까지 결국 몸이 아파버렸어요.

허리가 너무 아파서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고, 결국 저도 한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로니를 안아주고 옮겨주고 씻겨주고 챙겨주면서 제 몸이 아픈 건 계속 참고 있었던 것 같아요.

‘로니가 더 힘든데 내가 아프다고 쉴 수 있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파보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로니를 잘 돌보려면 저도 제 몸을 돌봐야 한다는 걸요.

그래서 요즘은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

미리 준비해두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아직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오늘의 로니만 바라보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필요한 것은 알아두되 걱정까지 미리 할 필요는 없는 걸까요?

 

혹시 저처럼 오래 함께한 반려견이 나이가 들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신 분 계실까요?

저만 이렇게 앞서 걱정하고, 미리 준비하고, 또 그런 제 마음을 스스로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지금은 로니가 제 곁에 있습니다.

세 다리로라도 조금씩 걷고 있고, 밥도 먹고, 제 손길을 느끼며 잠들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너무 먼 미래까지 미리 살아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필요한 건 차분하게 준비하되, 오늘의 로니는 오늘 많이 사랑해주려고요.

 

그리고 로니만큼이나 저도 조금 챙기려고 합니다.

언젠가 이별이 오는 건 피할 수 없겠지만, 아직 오지 않은 그날 때문에 오늘의 시간을 슬픔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혹시 저와 같은 마음을 느껴보신 분이 계시다면 이야기 좀 나눠주세요.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여러분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로니는 제 곁에 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오늘을 조금 더 사랑해보려고 합니다.

댓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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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map
    청소년상담사
    BEST
    답변수 1,605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로니와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내온 그 눈물겨운 정성과 깊은 사랑이 글자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노령견을 돌보는 보호자라면 누구나 가슴 한켠에 품고 사는 두려움이자 무거운 숙제이기에, 선생님이 겪고 계신 복잡하고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나이 든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이런 마음은 유별난 걱정이 아니라, 가장 깊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겪게 되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미리 알아보는 것은 냉정이 아니라 '책임감'입니다
    세미나에 다녀오며 스스로를 책망하셨지만,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노령기 질환 앞에 아무런 정보 없이 무너지는 것보다 차분히 지식을 쌓아두는 것은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사랑의 방식입니다. 주치의 선생님이 "아직 죽을 생각이 없다"며 다독이신 것은 그만큼 로니가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버텨내고 있다는 따뜻한 격려이겠지만, 미리 알아본 시간이 결코 헛되거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준비가 '오늘의 슬픔'을 미리 앞당겨 쓰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마음의 예방주사 정도로만 품어두시면 충분합니다.
    
    ♧보호자가 무너지면 아이의 세상도 흔들립니다
    허리가 아파 한의원을 다니면서도 로니를 먼저 챙기느라 아픔을 꾹 참아내셨던 그 마음은 눈물겹도록 감동이지만, 이제는 순서를 조금 바꾸셔도 괜찮습니다. 로니에게 가장 큰 안식처이자 세상의 전부인 것은 화려한 휠체어나 완벽한 사후 관리보다 바로 '로니엄마의 따뜻한 손길' 그 자체입니다. 엄마가 건강해야 로니의 곁을 오래 지켜줄 수 있으니, 이제는 "로니를 위해 내가 먼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본인의 허리와 건강을 당당하게 1순위로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완벽한 대책은 '오늘의 사랑'입니다
    먼 미래의 불안과 눈물을 미리 당겨서 걱정하다 보면, 정작 내 눈앞에서 세 다리로 힘겹게 다가와 온기를 나누는 오늘의 로니를 놓치게 됩니다. 세미나에서 배운 필요한 정보들은 한쪽에 고이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손길을 느끼며 잠드는 로니의 오늘 하루에만 온전히 집중해 보세요.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무게를 지금부터 미리 짊어지고 가느라 너무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로니엄마님이 남기신 마지막 다짐처럼, 오지 않은 날의 슬픔 때문에 오늘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기엔 지금 로니와 함께 나누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오늘 밤은 아픈 허리도 따뜻하게 찜질하시며 로니와 함께 평안한 시간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해피데이지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1,840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13년을 함께한 가족이 갑자기 쓰러지고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별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 특히 한 번 큰 위기를 경험하고 나면 ‘다음에는 더 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그때 내가 아무것도 몰라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며 미리 대비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로니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걱정일 수도 있고요.
    
    노령 반려동물을 돌보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실을 미리 걱정하고 슬퍼하는 것을 ‘예기 애도’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사후관리 세미나에 다녀오신 것이 로니의 죽음을 재촉하거나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필요한 정보를 알아두는 것과, 매일 이별을 상상하며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그래서 글쓴이님께서 마지막에 내리신 결론이 오히려 균형 잡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것은 한 번 차분하게 알아두되, 걱정은 매일 반복해서 미리 살아내지 않는 것입니다. 준비해야 할 것이 생기면 주치의와 상의해서 하나씩 준비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지금 밥을 먹고 움직이고 잠드는 로니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보세요.
    
    그리고 꼭 로니만큼 글쓴이님의 몸도 중요하게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아픈 아이를 두고 내가 어떻게 쉬나’라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보호자가 다쳐버리면 돌봄 자체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안거나 옮기는 방법도 현재 로니의 상태에 맞는 안전한 방법을 주치의에게 배우고, 가능하다면 가족들과 돌봄을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호자가 쉬는 것은 로니를 덜 사랑하는 행동이 아니라 돌봄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일부입니다.
    
    또 앞으로는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을까’만큼이나 ‘지금 로니가 얼마나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먹는 것, 잠자는 것, 움직임, 배변, 통증이나 불편감, 좋아하던 것에 대한 반응 등을 관찰하면서 변화가 있을 때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그러면 막연한 미래의 공포 대신 오늘 실제로 필요한 돌봄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13년을 함께했다면 이별이 두려운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야 오늘을 잘 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오늘은 함께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노령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니가 세 다리로라도 다시 움직이고, 밥을 먹고, 글쓴이님의 손길을 느끼며 잠들고 있다면 지금은 그 하루를 충분히 누리셨으면 합니다. 미래의 로니를 위해 조금 준비하면서도 오늘의 로니와 글쓴이님에게 필요한 휴식과 사랑을 놓치지 않는 것, 지금으로서는 그것이면 충분해 보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작성자
    답변수 3,427채택률 4%
    따뜻하고 깊은 마음으로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이렇게 정성스러운 댓글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을 읽는 내내 제가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마음을 대신 들여다봐 주신 것 같아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로니가 갑자기 쓰러진 뒤부터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마음 한켠에 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오지 않은 이별까지 미리 걱정하고 있었나 봅니다.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오늘은 함께 있다’는 말씀과
    ‘보호자가 쉬는 것도 돌봄의 일부’라는 말씀이 특히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맞아요. 로니를 오래 지켜주고 싶다면 저 역시 제 몸과 마음을 잘 돌봐야겠지요.
    
    앞으로는 막연한 미래를 미리 슬퍼하기보다, 지금 제 곁에서 세 다리로라도 한 걸음씩 걸어주는 로니를 더 많이 바라보려고 합니다.
    
    오늘 밥을 먹고, 오늘 잠들고, 오늘 제 손길을 느끼는 그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따뜻한 위로와 귀한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오늘의 로니를 더 꼭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로니도 오늘 하루를 잘 살아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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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066채택률 3%
    절대 로니 엄마님만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게 아닙니다. 18년을 함께한 소중한 가족의 노화와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를 겪으며 이별을 미리 준비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깊은 애정에서 나오는 마음입니다.
    ​아이를 위해 미리 사후관리를 알아본 것도,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순간에 로니를 지켜주기 위한 ‘사랑의 방식’이었습니다. 다만,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미리 당겨서 슬퍼하느라 지금 내 곁에서 세 다리로 힘차게 걸어오는 로니의 소중한 ‘오늘’을 놓칠 필요는 없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처럼, 로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알아둔 것으로 준비는 충분합니다. 그 이상으로 미래의 슬픔을 미리 살아낼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건강해야 로니도 더 오래, 따뜻하게 돌봐줄 수 있습니다. 엄마의 통증은 로니에게도 전해지니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절대 미안해하지 마세요.
    ​많은 노견 보호자들이 똑같이 자책하고 고민합니다. 로니의 눈을 바라보며 오늘 함께하는 밥 한 끼, 따뜻한 온기에 집중하며 하루씩 사랑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작성자
    답변수 3,427채택률 4%
    따뜻한 마음으로 글을 읽어주시고 이렇게 진심 어린 말씀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많이 놓이고 울컥했어요.
    
    사실 로니의 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꾸만 ‘혹시나’를 생각하게 되고, 아직 오지 않은 이별을 미리 걱정하며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 같아요. 말씀처럼 필요한 준비는 해두되, 이제는 미래의 슬픔보다 지금 제 곁에서 세 다리로 한 걸음씩 걸어주는 로니의 오늘을 더 많이 바라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건강해야 로니도 더 오래 돌볼 수 있다”는 말이 참 오래 마음에 남네요.
    로니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제 몸과 마음을 자꾸 뒤로 미뤘던 것 같아요.
    
    따뜻하게 다독여주신 말씀 잊지 않고, 오늘도 로니와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를 소중히 살아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제 마음에도 조금 따뜻한 숨이 들어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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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324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13년을 함께해 온 소중한 가족이자 내 삶의 일부인 로니의 변화를 곁에서 지켜보며, 마음 졸이고 뼈를 깎는 정성으로 돌보아 오셨을 로니엄마님의 고단하고 다정한 시간에 깊은 위로와 공감이 밀려옵니다. 세 다리로 힘겹게 걸음을 떼고 배변을 마치는 아이를 보며 눈시울을 찌푸리셨을 그 안도감과, 정작 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오는데도 내 몸보다 아이를 먼저 챙기셨을 그 사랑이 얼마나 무겁고 숭고한지 가슴이 참 먹먹해집니다.
    
    질문하신 마음에 대해 가장 담백하고 진심 어린 답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나만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오래도록 늙어가는 반려견을 품어본 이들이라면 단연코 "절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며, 너무나 정당하고 깊은 사랑의 증거"라고 입을 모아 말씀드릴 것입니다.
    
    사후관리 세미나를 알아보고 장례나 휠체어를 미리 찾아보는 것은, 아이가 어서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별의 거대한 슬픔 앞에서 최소한의 이성을 지켜내려는 보호자의 성숙하고 눈물겨운 방어기제예요. 준비 없이 맞이할 당황스러움과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여 로니의 마지막 순간까지 평온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어떻게 잘못이거나 과한 걱정이 될 수 있겠어요. 주치의 선생님도 보호자님의 그 묵직한 마음과 지친 영혼을 잘 알기에, 너무 슬픔에 미리 잠겨 현재의 빛나는 로니를 놓치지 말라는 뜻에서 따뜻한 위로로 던지신 말씀이었을 거예요.
    
    늙어가는 반려견을 돌보는 일은 참 기묘한 감정의 평행선을 달리게 합니다. 매일 조금씩 스러져가는 아이의 신체적 변화를 마주할 때마다 보호자는 무의식적으로 '예상 슬픔(Anticipatory Grief)'을 경험하게 돼요. 아직 떠나지 않았음에도 다가올 이별의 그림자에 짓눌려 마음이 미리 무너져 내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스스로 깊이 깨달으신 두 가지 사실이 이미 로니엄마님을 가장 지혜롭고 단단한 보호자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첫째, '나 자신이 무너지면 아이를 돌볼 수 없다'는 소중한 발견입니다. 로니를 안아 올리고 씻기며 내 허리와 몸을 돌보지 못하면, 결국 로니가 가장 의지하는 단 하나의 우주인 보호자님이 아파서 아이를 챙길 수 없는 진짜 위기가 찾아오게 돼요. 내가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챙기는 것은 로니를 저버리는 일이 아니라, 로니를 끝까지 안전하게 품어주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돌봄의 연장선'입니다. 스스로를 향한 미안함을 온전히 거두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살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18살 로니에게 필요한 것은 다가올 슬픈 이별을 바라보는 보호자의 눈물이 아니라, 오늘 나를 바라보고 꼬리를 치고 밥을 넘기는 그 순간에 건네어지는 다정한 눈빛과 체온이에요. 사후 절차나 꼭 필요한 정보는 머리 한구석에 담담히 정리해 두시되, 마음의 중심은 오롯이 '오늘의 로니'에 둘 때 보호자님도 슬픔에 삼켜지지 않고 담담해질 수 있습니다.
    
    노견을 떠나보냈거나 힘겹게 지켜내고 있는 수많은 분들도 똑같이 밤마다 밤잠을 설치고, 장례 절차를 검색하다 자책하고, 몸이 부서져라 안아주며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결국 모두가 도달하는 하나의 마음은 "내가 끝까지 아파하며 지켜준 덕분에 아이가 내 품에서 온기를 느끼며 살 수 있었다"는 담담한 자부심이었어요.
    
    로니엄마님, 스스로를 쪼잔하다거나 너무 앞서간다고 탓하지 마세요. 작성자님은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로니에게 최고의 보호자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눈부신 사랑을 건네고 계십니다.
    
    치료 잘 받으시며 작성자님의 몸도 꼭 챙기시고, 오늘 세 다리로 힘차게 땅을 딛는 로니의 곁에서 그저 스치는 따뜻한 햇살을 함께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 로니와 함께 나누는 그 평온한 숨결 하나만으로도 두 분의 하루는 이미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2,754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께서 18살의 오랜 반려견 로니를 돌보며 느끼신 죄책감과 애틋함은 결코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마음이에요.
    ​오래된 가족을 향한 깊은 사랑이 있을 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감정이기에 결코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미리 준비하는 것은 이별을 재촉하는 게 아니라 남은 날들을 더 후회 없이 사랑하기 위한 현명한 보호자의 태도예요.
    ​하지만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 준비가 오늘의 행복을 가릴 만큼 걱정으로 변할 때는 잠시 멈추어도 괜찮아요.
    ​로니가 힘겹게 세 다리로 걷는 현재에 집중하면서 작성자님의 아픈 허리도 꼭 함께 돌보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보호자가 무너지면 아이의 버팀목도 사라지기에 스스로를 챙기는 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가장 완벽한 돌봄이거든요.
    ​오지 않은 슬픔에 미리 에너지를 쓰기보다 오늘 마주하는 로니의 따스한 체온과 눈빛을 온전히 느끼며 하루를 채워가셨으면 해요.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작성자
    답변수 3,427채택률 4%
    민트홀릭 코치님 따뜻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로니를 오래 돌보다 보니 사랑하는 마음만큼이나 ‘혹시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커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미리 준비해야 하나, 아직은 괜찮은 건가 마음이 자꾸 오갔는데, 댓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도 조금 내려놓게 됩니다.
    
    특히 “미리 준비하는 것이 이별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날들을 더 후회 없이 사랑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어요.
    맞아요. 아직 제 곁에서 세 다리로라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로니인데, 오지 않은 슬픔을 미리 걱정하며 오늘의 시간을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로니를 돌본다고 제 몸까지 너무 혹사시키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제 허리도 함께 잘 돌보면서, 로니와 제가 오래도록 서로에게 따뜻한 가족으로 남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를 잘 살아보겠습니다.
    
    로니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까지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오늘은 걱정보다 로니의 체온과 눈빛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익명1
    전혀 이상한 마음이 아니에요. 오래 함께한 가족이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미리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다만 준비는 준비대로 해두고, 걱정은 조금 내려놓으셔도 될 것 같아요. 지금 로니가 곁에 있고 세 다리로라도 걷고 밥도 먹는 그 순간들이 가장 소중하니까요. 
    그리고 로니를 돌보느라 본인 몸까지 아프지 않도록 로니엄마님도 꼭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로니를 많이 사랑해주는 것,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준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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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작성자
    답변수 3,427채택률 4%
    따뜻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로니를 걱정하는 제 마음까지 헤아려주시니 참 감사하고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말씀처럼 앞날을 준비하되, 지금 제 곁에서 세 다리로라도 걷고 밥 잘 먹어주는 로니의 오늘을 더 많이 바라보려고 합니다. 저도 로니를 돌보면서 제 몸과 마음도 잘 챙길게요.
    따뜻하게 함께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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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226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18살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하며 이제는 존재 자체로 삶의 일부가 된 로니를 향한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진심이 문장 하나하나마다 묵직하게 전해져 마음이 참 울컥해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로 어머니만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이 아니며, 결코 이상하거나 잘못된 마음이 아닙니다. 10년 넘게 가족으로 살아온 노견의 보호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니 매일 밤 눈물을 흘리며 밤잠을 설치고 겪어내는 지극히 당연하고 성숙한 예기 불안 및 사전 슬픔의 과정입니다.
    
    어머니가 느끼셨던 그 복잡한 감정들의 결을 보듬고, 앞으로의 일상을 지켜내실 수 있도록 몇 가지 마음의 이정표를 전해드립니다.
    
    1. 장례 세미나와 사전 준비: 결코 미안해할 일이 아닙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보호자님의 마음이 너무 슬픔과 미래의 두려움에 파묻혀 현재의 행복을 놓칠까 봐 당부의 말씀으로 하신 것이겠지만, 장례나 사후 절차를 미리 알아본 것은 로니를 향한 최선의 책임감이이자 배려였습니다.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아무런 정보가 없어 당황하고 허둥대다가 아이의 마지막 길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펫로스 트라우마)으로 수년간 고통받는 보호자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미리 절차를 숙지해 두는 것은 아이를 일찍 포기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다가올 아이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당황하지 않고 가장 따뜻하고 존엄하게 지켜주겠다"는 보호자로서의 단단한 약속입니다. 준비는 머리로 냉정하게 해두시되, 마음은 오늘 하루의 로니에게 온전히 내어주시면 됩니다.
    
    2. "로니를 돌보려면 나부터 살아야 합니다" (보호자의 돌봄 사유)
    로니를 안고 씻기시다가 허리를 다치셔서 한의원 치료를 받고 계신다는 말씀에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노견 돌봄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서적·체력적 마라톤입니다. 내가 무너지면 로니를 안아줄 사람도, 밥을 챙겨줄 사람도 사라집니다.
    
    죄책감 없이 아프다고 인정하기: 내가 푹 쉬고 허리를 치료하는 것은 로니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로니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돌보기 위한 필수적인 정비 시간'입니다.
    
    물리적 보조 도구 적극 활용하기: 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슬링백, 노견용 휠체어나 하네스, 이동용 카트 같은 보조 장비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내 몸을 아끼는 것이 결국 로니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길입니다.
    
    3. 노견 보호자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 '오늘 하루 단위로 살기'
    18살 로니가 뒷다리에 마비가 왔음에도 세 다리로 스스로 일어나 배변을 해내는 것은, 선생님 말씀대로 "엄마 곁에서 나 아직 더 살고 싶어!" 하고 로니가 온몸으로 보내는 신호입니다. 아이들은 사람과 달라서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직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만 집중하며 삽니다.
    
    미래의 시간을 오늘로 가져오지 않기
    
    '언제 죽을까', '언제 나빠질까' 하는 미래의 시간에 마음이 가 있을 때마다, 지금 내 손길 아래에서 숨 쉬고 있는 로니의 따뜻한 체온, 코끝의 냄새, 꼬리치움에 집중해 보세요.
    
    하루 한 번 '고마움' 표현하기
    
    슬픈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도 보호자의 불안을 그대로 흡수합니다. "미안해", "어쩌지"라는 말 대신, "오늘도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오늘 배변도 혼자 해내고 너무 멋지다 로니야"하고 밝은 목소리로 칭찬해 주세요. 로니에게 최고의 약은 엄마의 밝은 미소와 온기입니다.
    
    어머니는 이미 로니에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다정한 엄마입니다.
    
    필요한 정보는 차분히 마음 한구석에 준비해 두셨으니, 이제 그 걱정의 상자는 잠시 닫아두시고 오늘 세 다리로 힘차게 걸어주는 대견한 로니와 함께 햇살을 쬐고, 좋아하는 간식을 나눠 먹으며 '오늘만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어머니의 허리 건강과, 로니와 함께하는 이 소중하고 빛나는 매일매일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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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작성자
    답변수 3,427채택률 4%
    정말 따뜻하고 깊이 있는 말씀에 마음이 뭉클합니다.
    
    로니를 오래 돌보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세심하게 헤아려주셔서 감사해요.
    말씀처럼 앞으로의 일은 차분히 준비해두되, 이제는 걱정으로 오늘의 로니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로니를 위해서라도 제 몸도 잘 돌보겠습니다.
    
    “오늘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라”는 말씀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로니와 함께하는 오늘을 소중히 잘 살아보겠습니다. 따뜻한 마음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