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동생을 칭찬할 때마다 이상하게 화가 납니다. 사실은 제가 시작한 일인데요.
이런 이야기는 주변 사람한테 했다가는 욕만 먹을 것 같아서 익명으로 적어봅니다.
저한테는 세 살 어린 남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이랑 사이가 나쁜 건 아닌데 성격이 많이 달라요. 저는 부모님한테 자주 연락하고 이것저것 챙기는 편이고 동생은 명절이나 생신 정도에만 얼굴을 비춥니다.
엄마는 그런 동생한테 늘 서운해하셨어요. 전화 한 통 하기가 그렇게 어렵냐면서 저한테 하소연하신 적도 많았
고요.
3년 전쯤이었습니다.
엄마가 동생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집 아들은 부모님한테 용돈도 보내준다더라면서 씁쓸하게 웃으시더라고요.
그날 집에 와서 별생각 없이 엄마 통장으로 8만 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입금자명을 제 이름이 아니라 동생
이름으로 바꿔서 보냈어요.
지금 생각해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엄마가 잠깐이라도 좋아하셨으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동생이 말도 없이 용돈을 보냈다면서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잘됐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한 번으로 끝냈으면 됐는데 다음 달에도 같은 금액을 보냈고 그다음 달에도 보냈습니다.
중간에 몇 번 건너뛴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거의 3년을 그렇게 했습니다.
당연히 동생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돈도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친척들이 모이면 동생이 매달 용돈을 보내준다면서 자랑하십니다.
얼마 전에는 저한테도 동생이 무뚝뚝해서 그렇지 속은 깊은 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순간적으로 화가 났습니다.
정작 돈을 보내는 건 저인데 왜 동생이 칭찬받아야 하나 싶었던 거죠.
그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동생이 자기 돈 보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제가 혼자 벌인 일이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동생을 칭찬할 때마다 점점 듣기가 싫어집니다.
얼마 전에는 엄마가 동생한테 전화를 해서 용돈 잘 쓰고 있다고 이야기하셨나 봅니다.
동생이 저한테 전화해서 엄마가 무슨 용돈 이야기를 하시는데 혹시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순간 당황해서 그냥 엄마가 착각하셨나 보다고 둘러댔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갑자기 입금이 끊기면 엄마가 동생한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실
것 같고, 그렇다고 계속 보내자니 제가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돈이 아까운 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은 제가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엄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제가 만들어냈다
는 사실에 만족했던 건지도 헷갈립니다.
무엇보다 제일 부끄러운 건 따로 있습니다.
엄마가 동생을 칭찬할 때마다 속으로는 '그거 내가 한 건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비밀을 혼자
알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좋기도 합니다.
남한테는 좋은 아들처럼 보이고 싶으면서 정작 속으로는 동생을 질투하고 있는 셈이죠.
이제 와서 엄마한테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그동안 좋아하셨던 기억까지 제가 망쳐버리는 것 같고, 끝까지 숨기
자니 가족을 상대로 거짓말을 이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동생한테 먼저 사실을 털어놓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제가 시작한 일이니 조용히 끝내는 게 나을까요?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꼬여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상담사님께서는 이런 상황에서 무엇부터 바로잡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혼자 끌어안고 자책하느라 막막했는데,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조금 알 것 같아요. 동생에게 먼저 솔직히 이야기해 볼게요. 따뜻한 말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