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의 빈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리, 저만 이렇게 유난스러운 걸까요?
로니가 제 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집안 곳곳에서 로니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집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 곁에서 함께 살아온 로니는 단순히 제가 키우던 강아지가 아니었습니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늘 곁을 지켜주던 가족이었고, 말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아주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로니가 있는 일상이 너무나 당연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고, 늘 함께하던 산책길에도 로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머리로는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로니가 떠난 빈자리를 지금은 두리가 채우고 있습니다.
두리도 벌써 14년이라는 시간을 제 곁에서 함께한 아이입니다. 로니와 함께 산책하고, 함께 생활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지요. 두리는 말없이 제 곁을 지키며 저를 바라보곤 합니다. 어쩌면 두리 역시 오랫동안 함께했던 로니의 부재를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두리에게는 분리불안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외출하려고 준비하기만 해도 불안해하고, 제가 집을 나서면 하울링을 한다고 하네요. 옆집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제가 나간 뒤 하루 종일 하울링을 한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제가 없는 집에서 두리가 얼마나 불안하고 외로웠을까 싶기도 하고, 오랫동안 함께 지낸 로니까지 떠나보낸 상황에서 두리에게도 마음의 변화가 생긴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가 슬픔을 견디는 것처럼 두리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별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결국 저는 2주 전부터 조금 특별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제 차 안에 강아지 케이지를 마련하고, 조수석에는 두리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방석도 놓았습니다. 그리고 출근할 때 두리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하는 일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직업이라 두리와 함께 움직이기에 괜찮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데리고 다녀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두리가 혼자 집에 남아 불안해하는 것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천천히 안정을 찾아가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주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신기하게도 두리의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외출하는 것 자체가 큰 불안으로 다가왔던 것 같은데, 이제는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틀에 한 번 정도 함께 출근하고 있습니다.
물론 두리를 계속 데리고 다닐 수는 없으니, 제가 집을 나서기 전에는 두리가 혼자 있는 시간도 조금씩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즈워크를 충분히 준비해 두고, 혼자서도 냄새를 맡으며 간식을 찾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나간다고 해서 꼭 슬프고 불안한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 혼자 있는 시간에도 즐거운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아직 완전히 괜찮아진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두리는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두리를 이렇게까지 챙기는 것이 혹시 유난스러운 건 아닐까 하고요.
사실 로니를 떠나보낸 뒤 저는 마음껏 슬퍼할 겨를도 없이 두리를 살피고 있습니다. 두리가 불안해하지는 않는지, 밥은 잘 먹는지, 혼자 있을 때 괜찮은지 계속 신경을 쓰다 보니 하루가 금세 지나갑니다.
어쩌면 저는 두리를 돌보면서 로니의 빈자리를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두리가 조금씩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위로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니에게 주었던 사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고, 지금은 그 사랑이 두리를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로니를 덜 그리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리와 함께 웃는 순간에도 로니가 생각나고, 두리가 제 곁에 있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언젠가 두리와도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아이들이기에 그 존재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빈자리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이야기하지만, 제게는 함께 살아온 세월만큼 서로의 삶을 나누어 가진 가족입니다.
아플 때는 마음이 무너지고, 조금이라도 편안해 보이면 안도하게 되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마음이 쓰입니다. 말을 할 수 없으니 더 자세히 살피게 되고, 제 곁에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두리가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 동안 저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두리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로니를 떠나보낸 슬픔이 언제쯤 괜찮아질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완전히 괜찮아지는 날보다는,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지금은 두리를 돌보는 일이 제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두리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결국 저 자신을 돌보는 일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저처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남아 있는 아이에게 더 마음을 쏟으면서 이별의 시간을 보내신 분이 계실까요
제가 두리에게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것이 유난스러운 걸까요?
아니면 오랫동안 가족으로 함께 살아온 존재를 떠나보낸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그저 두리도 저도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로니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로니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가슴에 간직한 채 남아 있는 두리와의 시간도 따뜻하게 채워가고 싶습니다.
오늘도 제 곁에서 조용히 저를 바라보는 두리를 보며 생각합니다.
로니야, 네가 남기고 간 사랑이 아직도 우리 곁에 머물러 있구나.
그리고 두리야, 우리 서로에게 조금씩 힘이 되어주면서 남은 시간도 행복하게 살아가자.
저만 이렇게 유난스러운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