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산더미인데 은퇴 후 선비 같은 남편, 저 혼자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안녕하세요. 어디 말할 데도 없고 가슴속은 하루에도 몇 번씩 터져 나갈 것 같아서 글을 남겨봅니다. 제가 글재주도 없고 지금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 문장이 두서없을 수 있습니다.
남들 같으면 이제 자식들 다 키워놓고 숨 좀 돌리면서 노후 준비를 하거나 편안하게 지낼 나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너무 괴롭고 무섭습니다. 이유를 바로 말씀드리면 집안에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몇 년 전에 하던 일이 잘 안되면서 집을 담보로 잡고 들고 있던 대출에, 중간에 메꾸느라 끌어다 쓴 사채성 빚까지 합치면 아직도 갚아야 할 돈이 억 단위로 남아있습니다. 매달 나가는 원리금이랑 이자만 해도 어마어마해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1. 반복되는 상황
그래서 저는 몇 년 전부터 쉬지도 못하고 요양보호사 일이랑 병원 간병 일을 하면서 주말도 없이 일을 다니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간병 일이라는 게 몸이 정말 힘듭니다. 환자분들 체위 변경해 드리고, 소변줄 챙기고, 밤새 소리 지르거나 잠 안 주무시는 환자 옆에서 밤샘 서서 지키다 보면 제 무릎이랑 허리는 이미 절단이 난 상태입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퉁퉁 부어서 아침에 일어날 때 손이 안 쥐어질 정도예요. 그래도 내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우리 집 빚도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내일 당장 들어오는 이자라도 막으니까 일터로 나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남편입니다. 남편은 작년에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나더니 지금 거의 1년 넘게 집에만 가만히 누워있거나 멍하니 TV만 보고 있습니다. 일할 의욕이 전혀 없어 보여요. 처음 몇 달은 그동안 고생했으니 좀 쉬게 두자 싶었는데, 지금 우리 집 경제 상황이 가만히 누워서 쉬고 있을 상황이 전혀 아니거든요.
제 남편 성격이 정말 딱 '옛날 벼슬자리 떨어진 양반 선비' 같습니다. 극내향형에다가 남들 눈을 어마어마하게 의식하는 사람입니다. 밖에서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볼지에만 온 신경이 쏠려있어요. 정작 집안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당장 내일 이자 낼 돈이 없어서 마누라가 병원에서 남의 오물 받아내며 피똥 싸고 있는데, 남편은 자기 체면이나 자존심만 챙기고 앉아있습니다. 자기가 예전에 어떤 위치에 있었고 무슨 일을 했는데 어떻게 남들 눈에 보이는 일, 하찮은 일을 하냐는 식의 그 허세 아닌 허세가 몸에 깊이 배어있어요. 정작 본인은 허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곁에서 보는 저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일을 전혀 안 찾아본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일을 알아볼 때도 가리는 게 너무너무 많습니다. 어디 경비 자리나 청소, 물류 센터, 운전 같은 일은 자기 체면에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하고, 그렇다고 본인 나이에 어디 번듯한 사무직이나 관리직으로 불러주는 곳이 있습니까? 당연히 없죠. 체면은 차리고 싶고 힘든 일은 하기 싫으니까 말로는 "나도 일 찾아보고 있다", "어디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번지르르하게 말만 해놓고 막상 하루 종일 집에서 폰만 보고 있습니다.
2. 혼자 해본 방법
제가 너무 답답해서 혼자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꿔보려고 안 해본 방법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꾹 참고 어르고 달래봤습니다. "여보, 요즘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당신 건강할 때 같이 2-3년만 고생해서 빚 좀 줄여놓으면 나중에 우리 진짜 편하게 살 수 있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러니까 작게라도 50만 원, 100만 원이라도 벌어다 주면 너무 큰 힘이 되겠다" 하면서 맛있는 것도 차려주고 좋은 말로 토닥여도 봤습니다. 그때는 남편도 "알았다, 내가 조만간 무슨 일이라도 알아볼게"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딱 그때뿐입니다. 며칠 지나면 또 도로 아미타불이에요. 변하는 게 단 하나도 없습니다.
좋은 말로 안 되니까 나중에는 저도 사람인지라 소리를 지르고 소리를 지르며 싸워도 봤습니다. 이불을 집어던지고 "당신이 사람이 맞냐, 마누라는 뼈가 고아지도록 일하는데 당신은 집에서 밥이 입으로 넘어가냐"면서 울고불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또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입을 꾹 닫아버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립니다. 그러고는 며칠 동안 저랑 말 한마디 안 하고 찌푸린 얼굴로 집안 분위기만 흉흉하게 만듭니다. 나중에는 제풀에 지쳐서 제가 먼저 사과하게 만들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이제는 남편 얼굴만 봐도 가슴 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어 오르고, 같은 공간에 숨을 쉬고 있는 것조차 너무 답답하고 괴롭습니다. 제가 집에서 나가서 일할 때 남편은 집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고, 이 사람 성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나이도 둘 다 이미 많은 상태인데, 둘이서 같이 힘을 합쳐서 짐을 나눠 들어도 모자랄판에 왜 나 혼자만 이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고 벼랑 끝으로 몰려야 하는지 억울해서 밤마다 혼자 울다 잠듭니다.
3. 코치님께 묻는 질문
그래서 코치님께 몇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첫째, 이렇게 남들 눈을 너무 의식하고 체면만 차리려 하면서 실제 행동은 전혀 옮기지 못하는 소극적이고 허세 있는 남편의 심리는 도대체 어떤 상태인 건가요? 자기 자존심이 마누라 고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지, 이 성격을 제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말로 어르고 달래도 안 되고, 소리 지르고 싸워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데, 이렇게 현실 감각 없고 주저앉아 있는 남편을 행동하게 만들 수 있는 실제적인 대화법이나 방법이 있을까요? 남편이 스스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게 만들려면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셋째, 지금처럼 저 혼자만 빚과 생활비를 감당하면서 제 몸과 정신이 다 갈려 나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제가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분통이 터져서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현실적이고 솔직한 조언을 꼭 부탁드립니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