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제가 왜 이렇게 사는 게 재미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크게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것도 아니고, 당장 먹고사는 게 막막할 정도로 힘든 상황도 아닙니다. 남들이 들으면 그래도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는 거 아니냐고 할 만한데 정작 저는 하루하루가 너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네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오늘도 출근해야 하는구나 정도입니다. 씻고 준비해서 회사에 가고, 자리에 앉아서 밀린 일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고 또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됩니다. 예전에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그래도 기분이 조금 좋아졌는데 요즘은 퇴근한다고 딱히 할 것도 없다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면 씻고 밥 먹고 휴대폰 좀 보다가 하루가 끝납니다. 뭔가 재미있는 걸 찾아보려고 영상도 보고 인터넷도 돌아다니는데 그것도 잠깐이에요.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시간이 남으니까 계속 화면을 넘기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다가 잘 시간이 되면 벌써 하루가 끝났나 싶고, 다음 날이 되면 똑같은 하루가 다시 시작됩니다.
주말을 기다리기는 하는데 막상 주말이 와도 별다를 게 없습니다.
금요일에는 그래도 이틀이나 쉰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데 토요일 아침이 되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디라도 나가볼까 싶다가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도 귀찮고, 집에서 쉬자니 몇 시간 지나면 또 답답해집니다. 그렇게 별것도 안 했는데 토요일이 지나가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 벌써 다음 날 출근할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결국 일주일 중 대부분은 주말을 기다리면서 보내고, 정작 기다렸던 주말에는 다음 주가 오는 걸 걱정하면서 보내는 셈이네요..
예전에는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고 싶은 것도 있었고 가보고 싶은 곳도 있었고, 새로운 걸 시작하면 조금 설레기도 했어요. 월급을 받으면 뭘 살지 찾아보기도 했고 친구들이랑 약속이 잡히면 며칠 전부터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게 많이 사라졌습니다.
뭔가 사고 싶은 게 생겨도 굳이 이걸 사야 하나 싶고, 여행을 가려고 해도 준비하는 과정부터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친구를 만나도 예전처럼 몇 시간씩 떠들면서 재미있다는 느낌보다는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요.
취미라도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본 적도 있는데 그것마저 숙제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운동을 하면 좋다, 책을 읽으면 좋다, 새로운 걸 배워보라는 이야기를 보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막상 퇴근하고 나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할 에너지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이게 제일 답답해요.
하고 싶은 건 없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합니다. 쉬고 싶은데 쉬어도 제대로 충전되는 느낌이 없고, 사람을 만나기 귀찮으면서도 혼자 오래 있으면 외롭습니다. 새로운 걸 시작하기는 싫은데 매일 똑같이 사는 것도 지겹습니다.
저도 제가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힘든 날이면 차라리 이유라도 명확합니다. 오늘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거나 누군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간 날에도 마음이 텅 빈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날이 더 답답하더라고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아 있지 싶으니까요.
가끔 SNS를 보면 사람들이 참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퇴근하고 운동하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걸 배우는 사람도 있고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보이고요.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저는 왜 이렇게 의욕이 없나 싶습니다.
남들은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은데 저는 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보내는 날이 많거든요. 그렇다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거나 모든 게 절망적이라는 건 아닙니다. 그냥 재미가 없습니다. 내일이 딱히 기대되지 않고 다음 달도, 몇 달 뒤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게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크게 불행하면 어떻게든 상황을 바꾸려고 발버둥이라도 칠 텐데 지금은 그 정도도 아니니까요. 견딜 만합니다. 회사도 다닐 만하고 생활도 굴러갑니다. 그러니까 굳이 뭔가를 바꿔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이렇게 몇 년을 더 보내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은 있습니다.
문득 몇 년 전을 떠올려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도 회사 다니고 주말 기다리면서 살았는데 벌써 몇 년이 흘렀더라고요. 앞으로도 똑같이 살면 어느 순간 40대가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월요일을 싫어하고 금요일만 기다리면서 살고 있으면 어떡하지 싶네요..
사실 특별한 인생을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매일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루하루 즐겁기만 하겠습니까. 그런데 적어도 하루 중에 하나쯤은 제가 기다리는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퇴근하면 이걸 해야지, 이번 주말에는 여기를 가봐야지, 다음 달에는 이걸 한번 해봐야지 하면서 조금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습니다.
특별히 불행하지 않은데 삶이 재미없다는 것도 제가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일까요? 아니면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어느 정도 이렇게 무덤덤해지는 건지 궁금합니다.
무작정 취미를 만들어라, 여행을 가라, 사람을 많이 만나라는 식의 방법보다는 제가 왜 이렇게 모든 것에 흥미가 떨어졌는지부터 알고 싶어요. 제가 너무 편한 일상에 익숙해진 건지, 회사에 에너지를 전부 써버려서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건지, 아니면 재미라는 게 저절로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어서 이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인생에서 재미있는 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가 싶기도 합니다. 재미가 없더라도 억지로 움직이고 새로운 걸 계속 만들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제 상태를 인정하고 쉬어야 하는 건지도 헷갈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