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신건강일상관리·마음습관

좋은 물건일수록 아까워서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결국 못 쓰게 되는 일이 반복돼요

저는 마음에 드는 물건일수록 사용을 미루는 편이에요. 비싸거나 특별한 물건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선물받았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괜히 아껴두게 돼요.

 

평소에 사용하는 물건은 따로 있고, 좋은 물건은 나중에 특별한 날 쓰려고 보관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특별한 날이라는 게 좀 애매해요. 정확히 언제인지 정해놓은 적도 없거든요.

 

얼마 전에 서랍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선물받은 핸드크림을 발견했어요.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어요.

 

받았을 때는 향도 좋고 디자인도 예뻐서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사용하려니 아까워서 그냥 넣어뒀던 거예요.

 

그동안 저는 마트에서 산 저렴한 핸드크림을 계속 사용했어요. 선물받은 건 나중에 쓰려고요.

 

그런데 막상 꺼내보니 사용기한이 한참 지나 있었어요.

 

괜히 속상하더라고요.

 

아껴서 오래 사용한 것도 아니고, 아끼다가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으니까요.

 

비슷한 물건이 또 있어요.

 

예쁜 머그컵을 사놓고도 혹시 깨질까 봐 평소에는 오래된 컵만 사용해요. 마음에 드는 수건은 손님이 오면 쓰려고 넣어두고, 정작 저는 낡은 수건을 사용하고요.

 

어느 날은 새 컵을 꺼내서 커피를 마셨는데 생각보다 별일 아니었어요.

 

그냥 컵이었어요.

 

예쁘긴 했지만 사용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날은 앞으로 좋은 물건을 아끼지 말고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 설거지를 하다가 컵을 떨어뜨릴 뻔했거든요. 그 순간 너무 놀라서 다시 찬장 깊숙이 넣어뒀네요.

 

이쯤 되면 제가 물건을 사용하려고 사는 건지 보관하려고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

 

좋은 물건을 사용하다가 흠집이 생기면 처음의 완벽한 상태가 없어지는 게 아쉬워요. 반면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면 적어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만족감은 있거든요.

 

그런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물건도 낡고 제 취향도 바뀌어요.

 

몇 년 전에 예쁘다고 샀던 그릇이 지금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새것 그대로인데도 더 이상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죠.

 

지난주에는 아끼던 수건을 하나 꺼냈어요.

 

그냥 평범한 평일이었고 특별한 일도 없었어요. 씻고 나서 그 수건을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어요.

 

왜 진작 안 썼을까 싶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좋은 물건을 사용할 자격이 있는 특별한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요?

 

평범한 하루에는 조금 낡고 덜 좋은 물건을 써도 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요.

 

물건을 오래 아끼는 건 나쁜 일이 아니겠지만, 아끼는 마음 때문에 그 물건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좀 아쉬운 일 같아요.

 

좋아하는 물건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작은 흠집이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막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니고요.

 

아껴두는 즐거움과 실제로 사용하는 즐거움 사이에서 적당한 기준을 어떻게 잡으면 좋을까요?

댓글5
  • 익명1
    저도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니까 알게 되더라고요. 좋은 거부터 먼저, 많이 써야 한다는 걸요. 삶의 방식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노력해 보세요.
  • 프로필 이미지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2,086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나 예쁜 선물을 받으면 선뜻 사용하지 못하고 서랍 깊숙이 아껴두었다가, 결국 사용기한이 지나버리거나 시간이 흘러 취향이 바뀌어 아쉬웠던 경험에 마음이 참 깊이 공감이 돼요. 평소에는 낡거나 덤덤한 물건을 쓰며 정작 좋아하는 것은 완벽하게 보존하려 애썼고, 혹여 흠집이라도 날까 봐 깜짝 놀라 찬장에 다시 넣어두며 아쉬움과 속상함을 동시에 느껴야 했던 마음이 얼마나 아련하고 답답하셨을지 헤아려져요.
    
    이것은 단순히 물건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 내 안의 완벽주의와 나 자신을 대하는 은근한 기준이 맞물려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습관이에요. 사용하지 않고 보관할 때 느껴지는 완벽함의 만족감도 가치가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이 그 물건을 누릴 자격이 있는 특별한 하루를 매일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결단 또한 아주 중요해요. 물건의 소장과 실용 사이에서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수 있는 대처 기준 4가지를 정리해 드릴게요.
    
    첫째, 마음에 드는 물건을 아껴두는 마음 뒤에 숨은 완벽주의를 인정하고, 흠집이나 사용감 또한 물건과 내가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역사로 바라봐 보세요.
    새것 그대로의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이 물건의 가치는 아니에요. 내가 기분 좋게 사용하면서 생기는 가벼운 흠집이나 세월의 흔적은 그 물건이 나에게 기쁨을 주고 제 역할을 다했다는 다정한 증거가 되어줘요. 완벽함이 깨질까 봐 두려워하기보다 내 일상과 어우러져가는 과정을 편안하게 허용해 주는 마음이 필요해요.
    
    둘째, 특별한 날에만 좋은 물건을 써야 한다는 관념을 바꾸어, 오늘이라는 평범한 하루를 나에게 가장 특별한 날로 격상시켜 보세요.
    언제 올지 모르는 애매한 특별한 날을 기다리느라 정작 매일의 내 삶을 낡은 물건들로 채울 필요는 없어요. 마음에 드는 새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예쁜 컵에 커피를 담아 마시는 그 짧은 순간이야말로 나에게 주는 가장 정갈하고 다정한 대접이며,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스위치가 되어줘요.
    
    셋째, 새로 아끼는 물건을 집 안으로 들였을 때 보관 기간의 최대 기한을 스스로 정해두거나 가져오자마자 개봉하는 소소한 루틴을 만들어 보세요.
    선물받은 핸드크림이나 예쁜 머그컵처럼 나에게 온 물건은 일주일 안이나 한 달 이내에 반드시 실생활에서 최소 한 번은 사용해 보겠다는 유효기간을 마음속으로 정해주는 것이 좋아요. 사두고 보기만 하는 완상의 즐거움보다 내 일상에서 직접 느껴지는 촉감과 쓰임의 즐거움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주는 연습이 도움이 돼요.
    
    넷째, 물건을 과하게 아끼거나 막 쓰는 양극단의 선택 대신, 정성껏 다루면서도 즐겁게 사용하는 중간의 유연함을 허용해 보세요.
    모든 물건을 함부로 막 다루라는 뜻이 아니에요. 설거지를 할 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고 다정하게 다루되, 혹시나 떨어뜨리거나 흠집이 나더라도 나 자신을 지나치게 다그치지 않는 마음의 여백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해요. 물건보다 소중한 것은 그것을 사용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나 자신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늘 상기해 주세요.
    
    아끼던 수건을 꺼내 사용하며 내가 좋은 물건을 사용할 자격이 있는 특별한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돌아보신 것은, 나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대접하기 시작한 참 지혜로운 시선이에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오늘 밤은 서랍 속에 숨겨두었던 예쁜 물건 하나를 가볍게 꺼내어 나 자신에게 정성스럽게 선물해 보시길 바라요.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5,033채택률 3%
    마음에 드는 물건일수록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이해돼요. 좋은 상태 그대로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특별한 날 꺼내 쓰면 더 큰 기쁨이 될 것 같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물건이 아까운 마음만큼 그 물건을 사용할 때 느낄 즐거움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특별한 날을 기다리다 보면 정작 평범한 오늘의 즐거움을 놓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비싼 컵에 커피를 마시고, 예쁜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고 해서 꼭 특별한 일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행복을 더해줄 수 있겠지요.
    물건을 아끼는 마음은 그대로 간직하되, 가끔은 나 자신에게도 좋은 것을 누릴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흠집이 생기고 조금씩 낡아가는 것도 그만큼 잘 사용했다는 흔적일 테니까요. 특별한 날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오늘을 소중하게 보내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 프로필 이미지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420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글쓴님, 좋은 물건을 아끼고 싶은 마음도 이해되지만, 정작 사용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버리면 얼마나 아쉽고 속상할까요. 특히 평범한 날 꺼내 쓴 수건 하나가 생각보다 큰 기쁨을 주었다는 대목이 참 인상적이에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소중한 것을 온전히 보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오히려 그것을 누리는 경험을 미루게 만들기도 합니다. 흠집이나 낡음으로 처음의 완벽한 상태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사용을 망설이는 것이지요.
    
    이럴 때는 좋은 물건을 특별한 날에만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물건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우선 마음에 드는 컵이나 수건 하나를 정해 일주일 동안 일상에서 사용해 보세요. 사용하면서 생기는 작은 흔적도 그 물건과 함께한 시간의 일부라고 생각해 보시고요.
    
    물건의 가치는 새것 그대로 보관할 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을 누릴 수 있는 오늘도 충분히 소중한 날이니까요. 앞으로는 좋은 물건을 아껴두는 기쁨만큼 직접 사용하며 누리는 기쁨도 많이 경험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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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383채택률 5%
    작성자님, 좋은 물건을 아끼는 마음보다 그 물건을 사용하기에 아직 평범한 오늘은 부족하다고 여겨왔던 마음이 더 오래 남습니다.
    
    선물받은 핸드크림도, 예쁜 머그컵도, 좋은 수건도 사실은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었고 작성자님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행복이었을 텐데요. 아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정작 그 물건이 주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것을 누리기 위해 특별한 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손님이 와야 좋은 수건을 꺼내고, 특별한 약속이 있어야 예쁜 옷을 입고, 기분 좋은 일이 있어야 아껴둔 물건을 사용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날도 결국 오늘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작성자님이 말씀하신 수건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평범한 하루에 아끼던 수건 하나를 꺼내 사용했을 뿐인데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물건을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건은 처음의 완벽한 상태를 유지할 때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손에 머물면서 일상의 기쁨을 만들어 줄 때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머그컵에 작은 흠집이 생기고 수건이 조금씩 낡아가는 것도 어쩌면 잘 사용했다는 흔적이겠지요.
    
    한 가지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아끼는 물건을 모두 한꺼번에 꺼내 쓰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아끼던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내일은 좋은 수건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으로 하나씩 일상에 들여놓아 보세요. 깨질까 봐 걱정된다면 조심해서 사용하면 되고, 흠집이 생긴다고 해서 그 물건을 좋아했던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물건을 사용할 만큼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기다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작성자님이 살아가는 오늘이 이미 그 물건을 사용해도 충분한 날입니다.
    
    아껴두느라 지나쳐 버린 시간보다, 조금 낡더라도 함께한 시간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좋은 물건을 볼 때 '언제 쓰지?'보다는 '오늘 사용하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님의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좋은 물건들이 이제는 작성자님의 일상에서 작은 행복으로 깨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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