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신건강관계·소통

인간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자꾸 스스로를 사람들로부터 단절, 고립시키려고 하는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사회적으로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내면 결국 혼자 남게 될텐데 이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전에는 친구도 많았고 직장에서도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 왔어요. 그래서 주위에 항상 사람이 많았고 사람들 만나느라 개인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만큼 사교적으로 생활해 왔어요. 

그런데 2-3년 쯤부터 갑자기 이 모든 인간관계에 진정성, 필요성, 의미 등이 의심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제 무관심과 태도로 많은 관계가 멀어지고 사무적인 관계로 남았어요. 

현재 저는 이런 상태에 대해 공허함과 자유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렇게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게 바람직한 행동일까요? 잘못된 행동일까요?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네요.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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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2,090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예전에는 사람들과 무리 없이 어울리며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날 만큼 에너지 넘치게 사교적인 삶을 살아오셨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사람 관계의 필요성과 진정성에 깊은 회의가 찾아와 마음의 문을 닫게 되셨군요. 
    
    주위와 거리를 두면서 찾아온 가벼운 자유로움 뒤편으로, 혹시 이러다 정말 혼자 남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공허함과 혼란이 찾아왔을 때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쓸쓸하셨을지 깊이 공감이 돼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 스스로를 타인과 단절시키고 거리를 두는 태도는 결코 이상하거나 잘못된 행동이 아니에요. 그동안 내 개인 시간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사람의 기대와 기분을 맞춰주며 내면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부었기에 찾아온 자연스러운 심리적 방어 기제이자 감정의 휴식기라 볼 수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잠시 사회적 에너지의 스위치를 내려놓은 상태인 거죠. 혼란스러운 마음을 차분히 정돈하고, 관계의 무게를 편안하게 조율해 갈 수 있는 대처 기준 4가지를 정리해 드릴게요.
    
    첫째, 모든 관계를 유지하느라 지쳐있던 내 마음이 보내는 휴식의 신호임을 인정하고, 극단적인 단절이나 강박적인 유지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보세요.
    과거에 지쳤던 마음에 대한 반작용으로 모든 사람과의 끈을 끊어버려야겠다며 스스로를 고립의 틀에 가둘 필요는 없어요. 지금의 무관심은 평생 사람을 안 만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지친 마음이 회복될 때까지 잠시 외부에 쏟던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리겠다는 건강한 휴식 선언으로 받아들여 주는 편이 훨씬 부드러워요.
    
    둘째,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능하거나 사교적인 사람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과거의 역할과 의무감을 덤덤하게 내려놓아 보세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던 과거의 습관은 나에게 큰 자산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감정 소모를 요구했을 거예요. 이제는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려 애쓰기보다, 그저 덤덤하고 해롭지 않은 정도로 적당한 물리적·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며 나 자신의 편안함을 최우선에 두는 연습이 필요해요.
    
    셋째, 고립이 주는 자유로움을 충분히 누리되, 공허함이 나를 침식하지 않도록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가벼운 일상의 재미를 채워보세요.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생긴 여유 시간에 불필요한 공허함이나 자책을 얹을 필요는 없어요. 그동안 관계에 치여 누리지 못했던 개인적인 취향이나 소소한 루틴, 정갈한 휴식에 그 시간을 아낌없이 건네며 나라는 사람과 깊이 친해지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이 좋아요.
    
    넷째, 억지로 넓은 관계망을 복원하려 애쓰지 말고, 내 삶의 결을 이해해 주는 최소한의 연결고리만 남겨두어도 충분함을 믿어보세요.
    나이가 들수록 인맥의 넓이보다 내 온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관계가 훨씬 소중해져요. 깊은 진정성을 따지며 모든 사람을 다 품으려 하지 말고, 적당히 거리를 둔 사무적인 관계조차 일상의 안전한 울타리로 인정해 주면서 마음이 가는 사람들과만 천천히 온기를 나누면 충분해요.
    
    예전처럼 에너지를 쓰며 살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해 이것이 바람직한지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내 마음의 결을 찬찬히 들여다보신 것은, 타인 위주의 삶에서 비로소 나 중심의 삶으로 중심축을 옮겨오려는 참 단단하고 지혜로운 시선이에요. 전혀 자책하지 마시고, 오늘 밤은 혼자만의 고요함이 주는 자유로움을 가볍고 편안하게 누려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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