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남편 출근시키고 식탁에 혼자 앉아 모닝커피 한잔 마시면서 습관처럼 핸드폰 쇼핑 앱을 켰어요.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지니까 당장 식구들 입고 덮을 것부터 걱정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 출퇴근할 때 입을 가벼운 바람막이 겉옷 하나 고르고, 애들 주말에 집에 오면 구워 먹일 한우 구이용 고기랑 제철 과일도 장바구니에 듬뿍 담았거든요?
솔직히 식구들 입에 들어가는 거나 가족들이 쓸 물건 살 때는 가격표를 그렇게 꼼꼼하게 따지지 않는 편이에요. 그냥 '우리 남편 요새 피곤한데 좋은 거 입혀야지', '우리 애들 오랜만에 오는데 맛있는 거 든든하게 먹여야지' 하는 마음에 몇만 원, 많게는 십몇만 원짜리도 크게 고민 안 하고 턱턱 결제 버튼을 누르거든요?
마트 가서도 고기는 무조건 등급 좋고 신선한 걸로 집어 들고, 과일도 상처 하나 없이 예쁘고 굵은 걸로만 골라 담아요. 심지어 수건이나 냄비 같은 집안 살림살이를 바꿀 때도 식구들 쓰기 편하라고 무조건 돈 좀 더 주고 질 좋은 걸로 사게 되잖아요.
근데 진짜 웃기고 씁쓸한 게 뭔지 아세요?
그렇게 가족들 관련된 건 망설임 하나 없이 시원시원하게 잘도 사면서, 막상 쇼핑몰 스크롤 내리다가 제 눈에 쏙 들어온 가을 니트 하나 사는 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백화점 비싼 브랜드도 아니고 그냥 인터넷에서 파는 3, 4만 원짜리 평범한 옷인데도, 그걸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당장 결제를 못 해요.
오늘 아침에도 그걸 살까 말까 고민하면서 결제창까지 갔다가 뒤로 가기를 수십 번은 누른 것 같아요.
머릿속에서는 자꾸 쓸데없는 변명들이 튀어나와요.
'아유, 내가 이거 새 옷 입고 딱히 갈 데도 없는데 뭐.'
'작년에 입던 가을옷 아직 멀쩡하던데 그냥 그거 꺼내 입자.'
'집에만 있는데 화장품은 무슨... 쓰다 남은 거 몽당연필 될 때까지 파서 쓰면 되지.'
결국 이번에도 장바구니에서 제 옷만 쏙 빼고 가족들 물건만 쿨하게 결제해 버렸어요. 스킨 로션도 똑떨어져서 내 피부에 맞는 좋은 거 하나 사야지 며칠을 다짐해 놓고, 막상 화장품 가게 들어가면 결국 제일 싼 거나 원 플러스 원 행사하는 거 집어오게 되고요. 내 남편, 내 자식한테는 절대 그런 싼 기획 상품 안 사주면서 말이에요.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면 저 스스로가 참 답답하고 바보 같아요. 젊었을 때 그렇게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아등바등 돈 모았던 게, 나중에 우리 식구들 쪼들리지 않고 다 같이 편하게 살려고 그랬던 거잖아요? 그리고 저도 나이 들면 좀 여유롭게 사고 싶은 것도 사고 누리면서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저축했던 거고요.
다행히 이제는 빚도 없고 우리 부부 나름 먹고살 만큼 통장에 돈도 모아놨는데, 정작 그 돈을 저를 위해 쓰는 방법은 완전히 까먹어버린 것 같아요. 어차피 쓰려고 모은 돈인데, 당장 통장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제 몸에 두르는 거, 제 얼굴에 바르는 거에 돈 쓰는 건 왜 이렇게 아깝고 죄짓는 기분이 드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에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 저한테 돈 쓰지 말라고 눈치 준 적도 없어요.
오히려 애들은 제발 엄마 사고 싶은 거 마음껏 좀 사라고 핀잔을 주거든요. 근데 그냥 오랫동안 '누구 엄마', '누구 아내'로 살면서 나 자신을 1순위에 둬본 적이 없어서 이 모양인가 봐요. 나한테 돈을 쓰고 나를 대접하는 방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아 가끔은 아주 씁쓸하고 헛헛해져요. 나이 들수록 싼 티 안 나게 나를 더 아끼고 예쁘게 가꿔야 한다는데, 머리로는 수백 번 이해하면서도 막상 결제 버튼 앞에서는 그게 참 안 됩니다.
이곳에 계신 다른 어머님들도 저랑 비슷하신가요? 식구들 장바구니는 미어터지게 꽉꽉 채우면서, 내 물건 하나 담긴 장바구니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수십 번을 망설이는 그 요상하고 짠한 마음 말이에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까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뺐던 그 가을 니트, 두 눈 딱 감고 결제해 버려야겠어요. 남편이랑 애들한테 쓰는 돈의 반의반이라도 저한테 선물하고 챙겨주면서 살아야 나중에 제 인생이 덜 억울할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