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카운트 일을 했어요. 그래서 숫자 계산이나 돈 정산하는 걸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뭐든 한번 맡으면 깔끔하게 정리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이게 모임에 도움 되고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이랑 밥 먹거나 여행 갈 때 회비 걷고 정산하는 정도는 어렵지도 않았고, 내가 하는 게 편해서 처음 몇 번은 그냥 스스로 먼저 맡았어요.
그런데 그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지금 보면..
한 번 총무를 하고 나니까 그다음부터 모임만 하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니가 총무 하면 안 돼?
니가 이런 거 잘하잖아.
니가 하면 정산이 깔끔하잖아.
처음에는 그냥 웃으면서 그래 내가 하마. 했어요.
그런데 이게 회비만 걷으면 끝나는 일이 아니거든요.
식당 예약부터 회비 계산하고, 입금 안 한 사람한테 연락하고, 여행 가면 숙소나 교통편 알아보고 예약하고, 일단 내가 먼저 결제하는 경우도 많고요.
다들 즐겁게 놀고 있을 때 나는 한쪽에서 계산기 열심히 두드리고 정산하기 바빠요.
다녀와서는 영수증 하나하나 확인해서 다시 정산하고 남은 돈까지 처리해야 합니다.
가벼운 모임에서 일 처럼 이런 일을 계속하니까 나도 부담되고 하기 싫고 그래요.
이번에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단톡방에서 나왔는데 우리 모임에서는 여행경비 예산 짜는게 먼저라서 나는 다른 사람이 총무를 맡았으면 하는 바람에 조용기 가만히 있었는데,
그런데 한참 있다가 친구 한명이 이번에도 니가 총무하면 되겠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동의하면서, 니가 여태껏 했자나,우리가 하면 복잡해진다면서 자연스럽게 또 나로 몰아갑니다.
진짜 이제는 같이 여행가기 싫고 속으로는 좀 서운했어요. 내가 잘해서 부탁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그냥 내가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구나 싶더라고요.
이번 처음으로 애들에게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될까? 나도 총무 좀 쉬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다들 조용하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조금 싸해지더라고요.
왜? 무슨 일 있냐?
갑자기 왜 그런말 하니?
그냥 하던 사람이 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내가 괜히 까다롭게 구는 사람처럼 보이는게 아닌지 좀 걱정스러웠어요.
결국에는 다른 친구가 총무를 맡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뒤 그 친구한테 카톡 왔어요.
이거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얼마씩 내야 공평한지 모르겠다.
남은 돈은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결국 또 하나하나 알려주고 계산해줬습니다.
총무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뒤에서 총무 일을 하고 있는 있네요.
찐으로 허무해요.
그 뒤부터는 밥먹거나 술마시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예전처럼 즐겁지가 않아요.
단톡방서 누가 어디 예약하자는 말만 꺼내도 혹시 또 내가 총무 해야 하나? 이 걱정부터 들고요.
예전에는 친구들 만나는 게 좋아서 모임도 기다렸는데 요즘은 총무 맡을까 봐 모임 자체가 좀 부담되고 거부감도 느껴져요.
나도 나름대로 이번에는 총무 안 할게라고 말해보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맡았을 때는 일부러 내가 먼저 나서지 않고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시 나에게 물어봅니다.
내가 잘 하는 일이 맞지만 그런데 잘한다고 해서 계속 내가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처음에는 도와주고 싶어서 했던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 당연히 내 역할처럼 되어버린 게 속상합니다.
내가 거절하면 다들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않는데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도 싫어요.
앞으로 다른 사람이 총무를 맡아서 해라하고 단호하게 말하는게 나을까요? 모임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도와주는 게 적당할까요? 잘한다고 계속 맡겨지는 역할, 도대체 어디까지 거절해도 괜찮을까요?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