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신건강

자기 전에 메모장에 "이번 달 후회"를 적는 버릇이 생겼어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자기 전에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서 그날 있었던 후회를 적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 그때 그 말은 하지 말걸
- 괜히 웃으면서 넘어간 거
- 대답 늦게 한 거

 

처음엔 그냥 정리하려고 시작했거든요 ㅎㅎ


쓰고 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질 줄 알았어요.

 

근데 요즘은 반대예요.

 

어제 메모장을 스크롤해 봤는데 이번 달 것만 40줄이 넘더라고요.


다 읽고 나니까 '나는 한 달 내내 후회만 하고 살았나' 싶어서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았어요.

 

더 웃긴 건 적어둔 후회 중에 절반은 이미 기억도 안 나는 일이라는 거예요.


남들은 기억도 못 할 텐데 저만 이걸 계속 쌓아두고 있었던 거죠.

 

그렇다고 안 적으면 그 생각이 머리에서 계속 돌아서 잠이 안 와요.


적자니 쌓이고, 안 적자니 잠이 안 오고.

 

이 버릇은 계속 가져가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게 좋을까요?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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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865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정리하려고 시작한 메모가 어느새 한 달 치 후회 40줄이 되어 돌아왔고, 그걸 훑다가 한 달 내내 후회만 하고 산 것 같아 기분이 가라앉았으니 얼마나 허탈하셨을까요. 적어 둔 것 중 절반은 기억도 안 나는데 남들도 기억 못 할 일을 나만 쌓아 두고 있었다는 알아차림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그리고 안 적으면 머리에서 돌아 잠이 안 오고, 적으면 쌓여서 무거운 그 사이에서 막막하셨을 거예요.
    
    질문에 답하면, 적는 버릇을 버릴 필요는 없고 적는 방식을 바꾸는 쪽이 좋아요. 걱정이나 생각을 종이에 꺼내 두는 일은 잠들기 전 머릿속 소음을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에요. 다만 지금은 후회만 모으는 목록이라서, 쓸수록 나는 후회하는 사람이라는 증거를 쌓는 구조가 되었어요. 또 메모장을 스크롤해서 다시 읽는 일은 이미 흘려보낸 생각을 한 번 더 겪게 해서 가라앉는 기분을 만들어요.
    
    바꾸는 방법은 이렇게 해 보세요.
    
    첫째, 쓰고 나서는 읽지 않는 노트로 만드세요. 이건 기록이 아니라 머릿속을 비우는 용도이니, 쓰고 덮기만 하고 되짚어 읽지 않기로 정하세요. 메모장 대신 종이에 쓰고 다음 날 버리거나 찢는 방식도 좋아요. 버리는 행동이 이미 처리했다는 신호가 돼서 그 생각이 돌아올 힘이 약해져요.
    
    둘째, 항목마다 한 줄을 더 붙이세요. 후회만 적지 말고 그 옆에 다음에는 이렇게 해 보기 하나, 또는 실제로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한 결과를 적는 거예요. 대답을 늦게 했다면 상대가 불편해한 증거가 있었는지 보고, 없으면 별일 없었음이라고 적고 끝내세요. 대부분 증거가 없다는 걸 알게 돼서 후회의 무게가 줄어요. 고칠 수 있는 일은 내일 할 행동으로 바꾸고, 고칠 수 없는 일은 지나간 일이라고 쓰고 덮으면 돼요.
    
    셋째, 후회와 짝이 되는 칸을 만드세요. 오늘 괜찮았던 일 두세 가지를 먼저 쓰고 그다음에 후회를 쓰면, 마음이 아쉬운 쪽으로만 기우는 것을 균형 잡아 줘요. 한 달 치를 훑었을 때 후회만 보이는 구조를 바꾸는 방법이에요.
    
    넷째, 시간과 분량에 상한을 두세요. 잠들기 한두 시간 전에 오 분만 쓰고 세 줄을 넘기지 않기로 정하면, 쓰는 일이 끝없이 이어지지 않아요. 침대에 누운 뒤에 생각이 나면 적으러 일어나지 말고 이미 정리했다고 말하며 숨을 길게 내쉬는 호흡으로 넘기는 것이 좋아요.
    
    다섯째, 쌓인 40줄은 한 번에 정리하고 보내 주세요. 읽지 말고 선택해서 지우셔도 돼요. 기억나지 않는 항목은 이미 마음이 놓은 것이니 지워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증거예요. 지우고 나서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면 한 달 내내 후회만 한 사람이라는 인상도 함께 비워져요.
    
    오늘 밤에는 괜찮았던 일 두 가지를 먼저 적고, 후회는 세 줄만 쓰고 덮은 뒤 다시 읽지 않기를 해 보세요.
  • 프로필 이미지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173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글쓴님,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을 정리하고 편안하게 잠들고 싶어서 시작한 습관인데, 이제는 메모장을 다시 읽으며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지셨군요. 적지 않으면 생각이 반복되고, 적어두면 후회가 쌓이는 느낌이라 어느 쪽도 편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불편한 생각을 반복해서 되짚는 과정을 ‘반추’라고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아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평가하고 자책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보다 후회만 더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메모가 하루를 돌아보는 기록이 아니라 자신을 평가하는 목록이 되면, 실제보다 후회가 많은 삶을 살았다는 느낌까지 들 수 있습니다.
    
    메모하는 습관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기록의 목적을 ‘후회 모으기’에서 ‘마음 정리하기’로 바꿔보세요. 잠들기 전 5분만 시간을 정해 오늘 마음에 걸린 일을 한 가지만 적고, 이어서 ‘다음에 해볼 작은 행동’이나 ‘이제는 내려놓아도 되는 이유’를 한 줄 덧붙여 보세요. 예를 들어 “그때 괜히 웃으며 넘어갔다”라고 적었다면, “다음에는 불편하다고 짧게 말해 보자”라고 마무리하는 식입니다. 이미 지나갔고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해결책을 억지로 찾지 않고 “그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어”라고 적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지난 메모를 전부 다시 읽으며 자신을 평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록은 자신을 심판하기 위한 증거가 아니라,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도구니까요.
    
    후회가 많다는 것이 후회할 일만 하며 살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만큼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분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돌아보는 시간만큼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도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자책이 아니라 작은 배움으로 남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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