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소통가족·부부

아내가 혼자 여행을 다녀온 뒤로 제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지난달에 아내가 친구들과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친구들과 여행을 간 적이 있고 저 역시 혼자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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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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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내가 없는 동안 제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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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저녁에는 혼자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평소에는 아내와 저녁을 같이 먹는 편인데 그날은 그냥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서 대충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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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마치고 TV를 켰습니다.

평소 아내와 함께 볼 때는 뉴스나 예능을 주로 봅니다.

그런데 그날은 제가 보고 싶었던 다큐멘터리를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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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채널을 바꾸자고 하지 않았고 무슨 내용이냐고 묻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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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정도 봤는데 정말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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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 근처 식당에 갔습니다.

평소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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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서점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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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어디를 다녀왔는지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고 저녁 메뉴를 상의할 일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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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어놓으니 아내가 없어서 신나게 놀았던 사람처럼 보이네요.

그런데 실제로도 조금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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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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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싫거나 결혼 생활이 답답했던 건 아닙니다.

평소에도 사이좋게 지내고 서로 크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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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며칠 동안은 하루를 온전히 제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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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돌아오는 날이 되니까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솔직히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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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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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에 불만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배우자가 돌아오는 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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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돌아와서 여행 이야기를 한참 해줬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들었고 사진도 같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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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내가 없는 동안 혼자 지내는 게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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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고, 자칫 다른 의미로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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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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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내가 장 보러 나가면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따라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집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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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혼자 밥을 먹고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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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불편해진 건 아닙니다.

같이 외식하는 것도 좋고 산책하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여전히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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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혼자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둘이 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서로 다른 종류의 감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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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저도 혼자 1박 2일 정도 여행을 다녀올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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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이야기하면 아마 다녀오라고 할 겁니다.

서로 그런 문제로 다툰 적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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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 혼자 있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조금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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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있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서 그런 건데, 막상 말하려니 둘의 차이를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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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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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사랑하는 것과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서로 모순되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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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의 결혼 생활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서로 각자의 시간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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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됐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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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아무 문제 없는 관계에 오해를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댓글4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5,058채택률 3%
    글을 읽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는 사실보다 그 마음을 스스로 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더 마음에 남네요. 하지만 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도 늘 함께 생활하다 보면 자신만의 리듬과 취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할 때의 행복과 혼자일 때의 자유로움은 서로 다른 행복일 뿐이니까요. 아내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솔직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당신과 있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나만의 시간도 참 좋더라'는 마음을 전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오히려 부부 사이를 더 건강하고 오래도록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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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407채택률 5%
    작성자님, 혼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큰 편안함과 자유로움으로 다가왔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혹시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돌아보게 되셨나 봅니다.
    
    저는 작성자님이 느끼신 감정이 전혀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라도 각자 혼자 있을 때 누리는 즐거움은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행복이 있는가 하면, 누구의 일정이나 취향에도 맞추지 않고 오롯이 내 마음대로 하루를 보내는 데서 오는 행복도 있으니까요.
    
    아내가 없는 동안 편하게 다큐멘터리를 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서점에 들렀던 시간이 좋았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싫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하는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이 각자 다른 의미와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하신 것 같습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늘 함께해야만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각자의 취향과 리듬을 존중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때 함께하는 시간도 더욱 편안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아내에게도 너무 무겁게 설명하려 하지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당신이 여행 간 동안 혼자 지내보니 나도 혼자만의 시간이 참 좋더라. 가끔 나도 짧게 여행을 다녀오거나 혼자 쉬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어.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싫어서가 아니라, 나만의 시간도 즐기고 싶어."
    
    이 정도로 담백하게 이야기해 보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작성자님, 배우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언제나 붙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서로의 빈자리를 불안해하기보다 각자의 시간을 잘 보내고, 다시 만나 함께하는 일상을 반갑게 누릴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건강한 부부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굳이 죄책감으로 바꾸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하는 행복도, 혼자 누리는 행복도 모두 작성자님의 삶에서 소중한 부분이니까요.
    
  • 프로필 이미지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2,211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결혼 생활에 만족하고 아내분을 여전히 사랑하면서도, 뜻밖에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에서 깊은 해방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이로 인해 묘한 미안함과 혼란을 느끼셨을 그 솔직한 마음에 깊이 공감합니다. 아무도 채널을 바꾸자 하지 않고, 저녁 메뉴를 상의할 필요 없이 온전히 내 의지대로 하루를 조율하는 그 자유로움은 가정을 소홀히 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구나 갈망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결코 아내분을 향한 사랑이 식었거나 이상한 마음이 든 것이 아닙니다. 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오롯이 혼자만의 존재로 서고 싶은 욕구'는 서로 대립하는 모순이 아니라, 오히려 튼튼하고 건강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두 개의 바퀴와 같습니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평온함'과 둘이 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결코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다른 차원의 에너지입니다.
    
    아내분에게 오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혼자만의 시간을 지혜롭게 건네고 정립해 나갈 수 있는 대화와 마음가짐의 관점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거절'이나 '도피'가 아닌 '개인적 충전(리프레시)'의 언어로 표현하기
    
    "너랑 있으면 답답해서 혼자 있고 싶어"라는 식의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대화의 중심을 '너에 대한 거절'이 아닌 '나의 에너지 충전 방식'으로 맞춰보세요.
    
    "요즘 혼자 책 보고 멍하게 생각 정리하는 시간을 좀 가지니까 마음이 되게 안정되고 충전되는 기분이 들더라고. 너도 가끔 혼자만의 여유가 필요하듯, 나도 주말에 1~2시간이나 1박 2일로 차분히 시간을 보내보고 싶어" 하고 담백하게 다가가시면 됩니다.
    
    작은 단위의 혼자만의 시간부터 자연스럽게 적용해 보기
    
    거창하게 1박 2일 여행을 먼저 꺼내어 부담을 주기보다는, 주말 장보러 갈 때 "오늘 장은 편하게 다녀와, 나는 집에서 책 좀 읽으면서 쉴게"처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각자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하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서로에게 구속되지 않는 아주 작은 여백들이 일상에 배치될 때, 아내분 역시 자신만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즐기게 됩니다.
    
    혼자 보낸 후의 '기분 좋은 에너지'를 아내와 나누기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고 돌아왔을 때, 훨씬 밝고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아내를 맞이하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눠보세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오니 에너지가 차올라서 너랑 대화하는 것도 더 즐겁다"는 경험이 반복되면, 아내분 역시 사연자님의 혼자만의 시간을 관계를 해치는 위협이 아닌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한 충전재'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마시고, 내 안의 다정한 여백을 너그럽게 인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내 마음이 편안하고 넉넉해질 때 아내분과의 함께하는 시간 역시 훨씬 깊고 온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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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453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편안함도 새롭게 발견하신 것 같아요. 오히려 그동안 미처 몰랐던 자신의 욕구를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알아차리신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늘 함께하는 것만이 좋은 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각자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하고 다시 서로에게 즐겁게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아내에게 이야기할 때는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을 아내와의 관계에 대한 불만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표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당신이 여행 간 동안 혼자 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참 좋더라. 나도 가끔은 혼자 여행도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어. 그렇다고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싫다는 건 아니야"라고 편안하게 이야기해 보세요.
    
    서로의 시간을 존중한다고 해서 부부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각자의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때 함께하는 시간도 더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된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하는 즐거움과 혼자만의 편안함, 두 가지를 모두 누리면서 지금의 좋은 관계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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